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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시대를 바라보는 창, 고전_말괄량이 길들이기

by 오인환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의 작품이다. 젠더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던 시기가 오랜 기간 지속되어 고착화된 시기에 작성된 작품 중 하나다. 1590년에서 1592년 사이에 쓰인 이 희극은 페트루 키오라는 남성이 카타리나라는 말괄량이 여성을 길들인다는 소재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요즘 같으면 이런 소재를 사용했다는 것부터 큰 사회적 지탄을 받을 만하지만 소설이 쓰인 것이 500년 가까이 되었으니 집필된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고 읽는 편이 좋다. 권율 장군이 행주산성에서 왜군을 대파하던 당시 셰익스피어는 서른이 조금 안 되는 어린 나이였다. 셰익스피어가 20대 후반에 작성한 이 작품에는 당시 시각에서 문제가 되지 않던 상황과 소재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작품에 여성비하적인 요소는 분명 존재하지만, 사실상, 여성을 길들이기 위해 페트루치오가 자행하는 만행들이 워낙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방법들이라 이 희극에서는 여성차별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남성의 비상식 혹은 비정상적임 그리고 자본주의적인 요소들까지 모두 희화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이 소재를 최초로 읽었던 시기는 중학교도 입학하기 전이다. 그 시절 나는 사촌 누나의 책장에 꽂혀 있는 만화책을 꺼내 들어 읽었는데, 그때 읽었던 만화책 두 권이 '지킬박사와 하이드' 그리고 '말괄량이 길들이기'였다.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던 '로버트 루이슨'의 소설처럼 남과 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이 이야기는 명확하게 대비되는 양극을 대비함으로써 서로 다른 성향과 집단의 차이를 명확하게 만들고 일반화하게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멜표류기'처럼 당시의 시대 상황과 문화 그리고 그 시대 사람들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이런 문학은 지금 들쳐보기 거북하더라고 분명 보존해야 하고 이해해야 하는 가치 있는 문화다.


하멜표류기에서 네덜란드 출신 서양인인 하멜의 눈에 보인 조선인에 대한 기록은 이렇다. '조선인은 훔치고 거짓말을 잘하며 속이는 경향이 아주 강하다. 믿을 만한 사람들이 되지 못한다. 남을 속여 넘기면 그걸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잘한 일로 여긴다. 그들은 여자 같이 나약한 백성이다. 청나라가 얼음을 건너와 이 나라를 점령했을 때 적과 싸워 죽는 것보다 산으로 도망해서 목매달아 죽은 병사가 더 많았다. 그들은 피를 싫어한다. 전투에서 누군가 쓰러지면 곧 달아나고 만다.'라고 기술했다. 당시 기록에는 '여성비하'와 '인종차별' 그리고 특정 국민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가 분명하게 존재하지만 1653년부터 1666년까지 제주도, 한양, 강진, 여수에 끌려다니며 우리 조선인이 하지 못한 상세한 기록을 남겼으며, 여러 지방의 풍속과 사정 그리고 풍토, 군사, 법률, 교육, 무역 등이 아주 상세하게 적혀있어 당시를 파악하는 매우 소중한 사료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 책은 현대인들이 보기에 필연적으로 자극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재밌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잔혹하게 사람을 죽이는 영화를 팝콘에 콜라를 입속으로 들이부으며 보기도 한다. 본인에 현실에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외계인 침공이나 죽지 않은 시체가 살아 움직이는 공상 영화도 의미 없이 바라보곤 하는데 이런 고전 또한 그런 의미에서 순수 작품으로만 이해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뱁티스타의 큰딸 카타리나가 왈가닥 한 성격으로 그의 동생인 비앙카와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배경을 시작으로 출발한다. 모든 남성들이 정숙한 동생을 좋아하지만 페트루치오라는 남성만은 왈가닥인 카타리나에게 접근하고 결국 그녀를 가장 잘 순종하는 조숙한 숙녀로 길들이는 과정을 담는다. 책은 희극이라는 특성처럼 대본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좀 더 과장된 표현이 사용되기도 한다.


선녀의 옷을 숨겨 수치심으로 연못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여 아내로 삼고 아이를 낳게 했다는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전래 동화를 보며 '추행'과 '강금'을 미화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문학을 문학으로써 인정하고 이 소재의 희극을 보는 것도 현대인들이 과거 사람들에 대한 사상과 문화를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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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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