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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y 06. 2021

[역사] 역사적 비극 속에 남긴 편지들

'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독후감

 영어인 Resistance는 우리말로 저항을 뜻한다. 영어와 프랑스어는 모두 라틴어를 뿌리로 파생한 로맨스 언어이며 우리가 폭넓게 공부하는 영어와도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로맨스 어군은 '로맨스'라는 단어답게 로마 제국의 군인이나 개척자 혹은 노예들이 쓰던 말인데, 인도 유럽 오적의 가장 큰 어군 중 하나로 유럽과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에서 6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뿌리이기도 하다. 당연히 레지스탕스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저항을 뜻하지만, 영어에서도, 이탈리아어에서도 발음은 물론 쓰임도 비슷하다. 이 레지스탕스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의 점량에 저항하여 유럽에서 일어난 지하 저항 운동인데, 이 책은 당시 사형수들의 사형 집행 전에 쓰인 편지를 모아 출간된 책이다.

 역사적 배경을 모르고서 글을 읽는 것이 사실상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을 알고 책을 읽으면 이 책이 담고 있는 특별한 메시지가 보인다. 세계 2차 세계대전이라고 하면 우리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던 '일본제국'이 아니면 크게 독일의 '나치'와 '미국'간 전쟁 정도라고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할리우드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2차 세계 대전은 굉장히 큰 범위에서 복잡하게 일어난 말 그대로 세계대전이다. 여기에서 이탈리아. 특히나 파시스트와 독일군을 상대로 치열한 대립을 하던 레지스탕스 사형수들, 201명에 대한 편지 내용이다. 그들은 우리 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회사원을 비롯해, 판매대리인, 정비공, 재단사, 대학생, 지방관청 직원, 가구 공, 회계사 등의 일반 직업을 갖고 있던 보통 사람들이었다.

 흔히 무솔리니나 히틀러 개인의 일탈처럼 그려지는 이 전체주의적 집단 광기는 너무나도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반대세력을 탄압해갔다. 인종과 성향은 물론 정치적 이념에서 조차 전체에 반대하는 이들에 대한 탄압은 규모를 확산했다. 이런 홀로코스트는 인간의 본성뿐만 아니라 문명과 국가, 관료 사회의 이해에 굉장히 중심적인 사건이 되기도 한다.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계획된 대량 학살을 보며 멀리 이탈리아 이야기이지만 꼭 우리의 역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멀리 보자면 독립군에 대한 일제의 탄압도 떠오를 수도 있지만, 더 가깝게는 내가 살고 있는 제주의 4.3 사건이 떠오르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은 여러 가지 사상과 인종의 이데올로기가 형성되고 사라져 가던 과도기였다. 민주주의, 전체주의, 민족주의, 절대주의 등 정치체제의 이념과 자본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라는 경제체제의 이념이 크게 부딪히면서 세계적인 비극이자 개인의 비극이 발생했다. 

 민간자본이 자유롭게 사업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친기업적 '자유시장' 경제를 가진 국가와 노동자자들의 권익을 최대한 국가가 보장하고 빈민구제와 유치산업 보호에 국가와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기업적 경제를 가진 국가 중 어떤 체제의 유지가 국익을 극대화하는지에 대한 체제 대립 때문에 우리는 많은 무구한 사람들을 잃었다. 대체로 이에 직접적인 관여가 없는 대중이 다수였다. 민간자본이 상대 국가에 자유롭게 들어가 기업활동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자유시장'주의와 그것을 방어하려는 '사회주의'의 대립은 넓게 보자면 그들의 비극에 큰 접점은 없다. 201명의 편지를 읽으면서 커다란 흐름 속에 희생되던 개인 사와 그들이 마지막으로 보내던 편지에는 이념에 대한 이야기보다 사랑과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는 점에서 남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먼 곳에서 언어와 인종, 국적, 시대적 배경, 나이가 모두 다르지만 역시나 그들도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을 살다 세상을 떠나는 개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짧게 그리고 담담하게 표현된 고문에 관한 글들도 읽다 보면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다. 책을 꽤 두껍지만 초반에 관련 설명을 해주는 부분을 넘기고 나면 생각보다 금방 읽힌다. 남의 일기장이나 편지를 들춰 보고 싶은 것은 인간의 습성인 듯하다. 비교적 현대와 가까운 이 역사적 비극을 바로 맞대어 맞이한 201명의 편지를 우리는 읽어보고 더 많은 걸 느껴 비슷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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