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주말에 집에 있기 답답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을 했다. 정처 없이 이곳저곳을 차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하율이가 갑자기 '아빠! 마카롱이 있어요!'라고 외친다. 무슨 이야긴지 한참을 몰라서, '마카롱이 있구나'하고 넘어가려다 문뜩 옆을 보니 신호 대기 중 횡단보도 옆에 정말 마카롱 비슷한 것이 보인다. 아마 자동차 충동 방지 및 인도주의 표지를 위해 세워둔 게 아닌가 싶다. 신호 대기 중에 잽싸게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한참을 웃었다. 요즘 웃을 일이 많이 없는데 가끔 아이들의 예상외의 말들을 듣다 보면 웃을 일이 생기기도 한다. 문뜩 시계를 살피니 아이들이 배가 고플 시간이기도 했다. '아빠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갈래?' 주중에는 건강한 건강식 그리고 한식 위주로 꼬박꼬박 챙겨 먹으니 주말에는 아빠와 외식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디를 가야 할까 고민해본다. 아이들과 함께 어딘가를 가면 배가 부른 쪽은 항상 내 쪽이고 아이들은 얼마 먹지 않는다.
마카롱 이야기도 나왔겠다 싶어 백 다방으로 향했다. 예전에 공항 근처에 백 다방이 있는 건 알았지만 골목으로 들어가야 해서 가 본 적은 없었다. 그곳이 생각이 났다. 차를 이동해 그곳으로 갔다. 생각보다 큰 건물에 백 다방이 2층으로 되어 있다. 창이 크게 나 있어 창가를 앉는 일은 운이 좋아야 하지만, 주변의 다른 카페에 비하면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편이기도 한 듯했다. 바로 옆 스타벅스는 정말 엄청나게 사람이 많다는 것에 비하면 참 운치 있고 좋기도 하다.
백종원을 좋아한다. 본질을 분명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다. 살다 보면 스스로 하는 일에 본질이 흐려지기 마련이다. 가령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저 자신의 꿈과 목적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곧 아름 다움으로 포장되기 쉽지만 사실 진짜 아름다움이란 방향을 꿈에 두되 스스로 하고 있는 본질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의 본질은 싸고 맛있는 음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스스로도 돈을 버는 일이다. 가끔 그가 사업가냐 요리 사냐를 두고 많은 이야기를 한다. 나는 요리만 잘하는 요리사는 그 본질을 잊었다고 생각한다. 요리사는 자신의 요리가 누군가의 기쁨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요리의 본질이다. 그저 아무도 찾지 않는 상권에 스스로의 요리에 대한 고집을 세워 주방에서만 훌륭한 요리사라면 자신의 집 주방에서 맛있게 라면을 끓여 먹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본질은 자신의 재능으로 영향력이 생겨야 한다.
훌륭한 강사는 스스로 완벽한 강의를 해 내는 것이 아니라, 그 강의로 많은 사람들의 점수를 향상해내야 하는 것이다. 멋진 사진작가는 아주 완벽한 사진 한 장을 찍어 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누군가에 감명을 주어야 한다. 찍어 놓고 1과 0으로 이뤄진 디지털 신호로 남겨 스스로만 꺼내 본다면 그것은 아무리 훌륭한 사진이라고 해도 무의미하다. 본질은 그렇다. 기가 막히게 축구를 잘하지만 본 경기에서 실수를 많이 하는 선수나 공부는 잘했지만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는 우등생도 마찬가지다.
본질을 잊지 않는 건 몹시 중요하다.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는 자신이 가야 하는 목적지로 가는 도중 경로 즉 항로를 여러 차례 이탈한다고 한다. 명상을 하다 보면 딴생각과 잡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 것 자체가 없이 본질로 바로 들어갈 수 있으면 최상이자만, 비행기는 여러 차례 항로 수정을 통해 목적지를 이탈하지 않고 도달하고 고승들 또한 수행을 하는 도중 벗어난 호흡의 초점을 여러 차례 돌려놓는 행위를 반복한다고 한다. 가끔 본질이 흐려질 때 그것을 인지하고 바로 잡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우리는 인간이고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본질에 벗어나기 마련이고 그것을 얼마나 빨리 인지하고 시선을 고쳐 나아가는지가 핵심이다.
우연하게 창이 큰 자리를 떠나는 커플 옆을 지나가다 자리를 잡게 됐다. 먼저 온 사람들보다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미안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 자리를 비워 멀뚱 서 있을 수는 없다. 아이들과 바다를 한참을 내다본다. 이렇게 바다를 바라보면서 뉴질랜드를 생각했다. 나는 그 시절 지구 반대편에 친구 가족 없이 혼자 그곳에 살면서 항상 바다를 바라보곤 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벤치에 앉아 바다를 한참을 바라보는 것이 일과 중 하나였다. 한국처럼 5g 핸드폰을 무제한으로 사용 가능하지도 않았으니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일은 무의미한 곳이기도 했다. 그곳에서는 그처럼 핸드폰을 바라볼 일이 없었는데 여기서는 생각해보니 바다를 바라볼 일이 많이 없다.
아이들이 밍밍한 모닝빵을 좋아했다. 이것저것 많이 샀는데 다 먹지 못하고 집으로 갖고 돌아왔다. 당시는 정신이 없어 몰랐지만 지금 보니 아이들이 꼬질 꼬질 하다. 특히 하율이와 다율이는 앞머리를 기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더 그래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앞머리를 기르는 이유는 뒤로 한 번에 묶기 위해서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앞머리가 있는 편이 귀여워 보일 수는 있겠지만 관리하기 쉽지도 않고 여름이 되면 머리를 올리는 편이 시원하기도 할 듯하다. 이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최근 읽었던 관상에 관한 책에서 보기에도 남자건 여자이건 이마를 시원하게 올려 보이는 것이 운의 흐름에 유리하다기도 한다. 아빠가 이 책과 저 책 가리지 않고 읽다 보니 그냥 그런 것도 있다는 사실을 아이도 적용하게 되는 듯하다
백 다방은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다. 사실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나는 커피 이외의 음료는 백 다방이 훨씬 좋은 것 같다. 본질. 본질에 맞는 카페다. 마트 캐셔가 되던, 회사원이 되던, 청소원이 되던,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인생의 본질은 행복이다. 우리 아이들도 그런 철학에 맞는 삶을 살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