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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발] 누구나 할 수 있는 책쓰기

평생 직장은 없어도 평생 직업은 있다. 독후감

by 오인환

당신이 카레이서가 아니라는 것이 당신이 운전할 자격이 없음을 말하지 않는다. 요리사가 아니라는 건, 당신이 음식을 만들지 말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선생이 아니라는 것이 당신이 아는 걸 누군가에게 전달하는데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누구나 생각을 표현할 권리가 있고 당신의 생각과 글이 수요에 따라 값어치가 정해지기 전에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 절하해서는 안된다. '작가'라는 타이틀은 고귀해 보이지만, 운전하기 때문에 '운전자', TV를 보기 때문에 '시청자'인 것 처럼,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이름이다. 하멜표류기의 저자 '하멜'은 무역회사 직원이었다. 업무차 일본을 방문하던 중 난파된 배에서 우연하게 조선이라는 국가를 방문하게된 하멜은 자신이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보고서'는 현재 대한민국 필독서다. 하멜이 조선에서 적었던 평범한 일상은 1600년대 조선을 가감없이 기록했다. 작가의 의도가 필요와 사용법은 독자가 결정한다. 공급자는 공급이나 하면 된다.

가끔 완벽한 작품을 내놓고자 글쓰기를 미루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질이 아니라 양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천재라고 불려지지만 그가 작곡한 노래 중 우리가 알고 있는 노래는 극 소수에 불구하다. 오페라 27곡, 교향곡 67곡, 행진곡 31곡, 관현악용 무곡 45곡, 피아노 협주곡 42곡, 바이올린 협주곡 12곡을 포함해 총 600여 곡을 작곡한 그는 완벽한 작품이 아닌 다작을 대중에게 제공하고 시장의 심판을 통해 소수의 명곡을 인정받았다. 뿐만아니라 입체파 대표화가 피카소는 2만 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고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 외로 24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에디슨이 천재발명가라고 말하지만 그가 발명한 발명특허는 1039개다. 다수의 천재는 훌륭한 작품을 내놓는 사람이 아니라 다수를 시장에 전시해 놓고 평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책이 나오는 과정은 단순하다. 20만자의 내용이 주제를 갖고 있다고 그것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 받을 여지가 있을 때 책이 나온다. 20만자면 하루 평균 2,000자씩 100일이면 가능하다. 실제로 내가 하루 평균 작성하는 글자의 수도 3,000자에서 많게는 5,000자까지 작성한다. 아픈 날에도, 힘든 날에도, 휴일에도 어김없이 매일 3000자를 작성한다. 때문에 1년 365일 기준 내가 작성한 글자의 수는 대략 잡아도 100만자가 넘어간다. 내가 작성하는 글은 '일상'과 '역사', '경제'를 가리지 않는다. 관련 주제를 모으면 언제든지 1년에 5권의 책은 나올 분량이다. 현재에도 2권의 책이 출판 준비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시장에서 가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글들이라면 언제라도 어떤 주제라도 출판 가능한 준비상태다.

우리는 '전공의 함정'에 빠지곤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전공에 한정하여 스스로 가치절하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알려진 대부분의 명사의 전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전공과 다른 경우가 많다. 가령, 스티브잡스의 전공은 철학과 물리학이다. 빌게이츠의 전공은 법학이고 마윈의 전공은 영어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의 전공은 심리학이다. 찰스 다윈은 생물학자가 아닌 지질학자였고 아이작 뉴턴의 직업은 영국 조폐국 장관이자 영국 의회 하원의장이다. 아인슈타인이 공무원으로 일하며 논문을 작성했다는 사실까지 포함하자면 우리의 직업과 글을 쓰는 일은 크게 다른 일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글을 다루는 사람들의 고귀한 직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따지고 보자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책의 제목처럼 평생직장은 없을 수 있지만, 평생 직업은 있을 수 있다. 요즘처럼 개인이 자신의 생각을 다수에게 전달하기 쉬운 시대는 인류 역사상 단 한차례도 존재하지 않았다. 미력한 소수가 다수를 상대하며 영향력이 생기는 이런 시대는 앞으로 뒤로 가지 않고 앞으로만 전달될 것이다. 즉, 누구라도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사람을 끌어 모울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되고 그 자체 만으로 시장이 형성된다. 시장은 곧 돈과 권력을 갖는다. 책을 쓰는 일의 기반은 누군가의 책을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의 지적 능력을 이어 받으며 넘겨주고 넘겨 받는 일이 계속되는 일에 스스로의 이름을 얹는 행위는 돈과 권력을 떠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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