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의 문체는 어떤 소설이건 상관없이 일관성있게 괴짜스럽다. 그것이 그의 소설의 장점이기도하고 특징이기도하다. 책을 읽다보면, 같은 상황을 이런 표현을 써서 설명할 수도 있구나 싶은 것도 있고, 굳이 이런 식의 표현을 써야 할 필요까지가 있나 싶은 구석도 있다. 어찌됐건, 그의 문체는,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을 더욱 독특하게 바꿔 준다는 특징이 있다.
문체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소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영화로도 만들어진, 박현욱 작가의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소설이다.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소설은 그 구성이나, 소재의 특이성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했지만, 그 재미를 더욱 보탠 것은 박현욱 작가의 문체였다.
모든 상황 설명을 축구에 비유하면서 써내려가는 방식의 흐름은, 어떻게 보면, 괴짜 같으면서도 어떻게 보면, 독특한 특이성이었다. 축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소재의 글을 써내려가면서, 어쩌면 저렇게 일관적으로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싶기도 하고, 그 문체 속에 담겨진 글의 흐름은 터무늬 없는 주제임에도, 실험관 속 서서히 삶아지는 개구리 처럼, 어쩌다보니, 아내가 결혼하게 되는 상황으로 독자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영화는 보지 못 했지만, 소설의 문체에서의 특이성을 영상으로 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여, 기대도 없었고, 그리하여 아직도 보지 않았다.
다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이야기하자면, 베르베르의 여느 소설은 한국에서 꽤나 인기가 많은 책이다. 내가 해외생활을 할 때, 그의 책을 구매하기 위해 꽤나 노력을 했음에도 그의 책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냈다 하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그의 유명세가 외국에서는 비교적 작라는 점에서 신기하기도 했다.
그는 소재를 고르는데 천재적이다. 그래서 어쩌면 저렇게 독특한 소재들을 생각해내고, 그 소재들을 이끌어 낼까 신기하기도 했다. 그의 소설에 간혹 나오는 '한국'과 '한국 여자'에 관한 이야기는 그의 한국 사람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항상 그의 소재 발굴 능력이 궁금했다. 어떻게 생각해 냈을까? 그리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독자를 설득시키기 위해 얼마나 그 배경 지식을 공부해야 할까? 이 책의 1편에서 설명하는 꿈과 잠은 매우 논리적이다. 그런 이유에서 처음에는 교양서를 보는 느낌도 든다. 나는 오히려 그 부분이 더욱 좋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자고 일어나면 꾸었던 꿈을 적어두고 그것을 소재로 글을 쓴다고 한다. 그의 소설은 상당한 소재와 전개에도 불구하고 영화로는 잘 제작되지 않는다. 그의 소설이 영화제작이 어려운 것은 원작의 신선함을 표현해 낼 영상 기술의 한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아내가 결혼 했다'의 케이스 처럼 그의 문체를 담아내기에는 영상의 기술은 아직 발전해 나가야할 부분이 많이 때문일까?
나에게 새로운 시야를 넓혀주는 이러한 소설은 읽을 수록, 흥미있는 이야기 외에도, 관점의 확장이라는 계발을 함께 훈련 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