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이기적인 마음으로 시작하는 이타심

by 오인환

얼마 전, 유니세프 달력이 집으로 배송되었다. 솔직히 이런 걸 받기 민망하긴 한데, 예고도 없이 주니 감사하게 받는다.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조금 편해지기 위해 이용하는 '구독'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정도의 후원이면 매번 행사들 마다 이런 내용을 받아보게 된다. 가끔 문자나 메일로 내가 기부한 금액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알려주는 서비스도 나온다. 사실 그 돈이 실제 좋은 일에 쓰이고 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저 지원할 뿐이다. 그들이 좋은 일에 착실하게 써주면 감사한 일이고 나쁜 일에 쓴다 해도 내 선행은 값어치를 잃지 않는다. 내가 전기차를 구매한 이유도 그렇다.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기차를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로서의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전기차를 굴리기 위해 더 많은 화석연료를 태운다는 주장도 있지만, 일단 소비와 공급 중 내가 할 수 있는 소비부터 변화를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지 한 번에 변화하는 법은 없다. 소비가 변화하고 나면 서서히 공급에서 기술적 발전으로 다음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 '빈곤 포르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어째서 가난한 사람들은 이처럼 자신의 얼굴을 대놓고 드러내며 스스로 가난함을 뽐내야 도움을 겨우 받을 수 있는지, 혹은 더 처절하고 비참하게 타인에게 비칠수록 더 많은 후원을 받을 수 있는 현재의 후원 시스템은 사실상 빈곤한 자의 인권을 얼마만큼이나 보호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집에서 팝콘에 콜라를 소파에 드러누워 있다가, 얼굴에 파리가 꼬여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가식적이면서 진심이기도 한 짠한 마음에 전화 한 통으로 후원을 하고, 조금의 우월감을 마음 한편에 가진 채, 너보다 내가 낫다는 알 수 없는 자만심을 갖는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벗겨진 맨말로 한쪽 다리를 벅벅 긁으며 채널을 돌리고 있진 않은가.


영상에는 누가 봐도 흙탕물로 보이는 물을 떠서 마시는 아이들이 여과 없이 보인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후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영상을 담기 전, 카메라맨이 아이들이 마시는 흙탕물을 영상에 담는 과정에는 잔인함이 없는가. 과연 생각해볼 문제이기도 하다. 사람이 갖고 있는 아이템은 그 사람을 대변한다. 사실 자신을 가꾸기 위해 사용하는 값비싼 사치품들보다 남을 도울 정도로 차고 넘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런 유니세프 굿즈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더 높이는 아이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이 기관을 신뢰하지는 않지만,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는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정체성 확립 목적이라는 정확히 이기적인 마음으로 기부를 하고 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돕는다는 일은 쉽지 않다. 나의 후원은 오롯이 나를 위한 것이다. 아이들이 아빠의 후원하는 모습을 보고 느낄 시선을 의식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누군가를 돕고 있는 것을 은연중에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됐던 나의 행위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 행위는 조금의 가책을 덜 수 있는 사치이지 않을까 싶다. 후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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