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대에는 10년짜리 장기 계획과 인생 계획을 세우곤 했다. 그러고 그것대로 사는 것이 진리라고 생각했다. 길지 않은 시간을 계속 살다 보니, 장기계획이나 꿈은 부질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은 절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성공, 취업, 돈, 사랑, 육아, 우정 등 모든 것들의 큰 흐름을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자만하는 건 태평양의 조류를 바꾸겠다는 허황된 욕심일 뿐이다.
다만 흘러가는 조류를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가 내게 던져진 숙제일 뿐이다. 흘러가는 흐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흐름에 잘 대응해 가는 것이다.
놀랍게도 내가 이루고자 했던 일들이 이루어지던 시기를 지냈다. 그러다 보니 자만이 생겼다. 내가 하면 된다는 허황된 망상이 나의 머릿속을 가득했다. 마음만 먹으면 큰돈을 벌 수도 있었고, 좋은 직장이나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었으며, 살고 싶은 인생을 마음 것 살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져 살던 시기를 지나, 커다란 시련과 고통의 시간을 느껴가면서 우연히 내가 타고 있던 조류의 방향이 내 목적지와 일치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갑자기 바뀐 조류는 내 노력의 여부도 아니고, 내 의지도 아니다. 다만 그 시기와 공간을 만나서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우연히 내가 만난 조류가 나의 방향에 닮았다고 내가 조류를 움직인다는 착각에 빠져 살던 한낱 미물인 내가 작은 조류에도 우민하 게 되는 건, 아직 삶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타고 있는 물살이 당장 오른쪽으로 갈지 왼쪽으로 갈지 알 수 없다. 그 때문에 우리는 오른쪽으로 가도 왼쪽으로 가도 좋다는 마음가짐을 언제나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한다. 그 인생의 조류를 운명이라고 하고, 마음속에 품은 마음가짐을 지혜라고 하며, 마음 것 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꿈이라고 한다.
꿈은 내 의지로 이룰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살다 보면 이뤄질 수도 있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