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가 벌써 20년 가까이 된 영화라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무상 하다. 불과 얼마 전에 '핫'하다고 해서 봤던 것 같은데... 시간이 참 빠르다. 우연히 다시 본 해리포터에서 인상 깊은 장면이 하나 나왔다. 보고 싶은 건 뭐든지 보여주는 거울이다. '소망의 거울'이 한다. 우연히 이 거울을 지나가던 '해리'는 거울이 비춰주는 '환영'에 사로 잡힌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 거울을 찾아와서 바라보곤 한다. 본래 해야 일이 있던 '해리'는 자꾸 늦은 시간이 되면 이 거울 앞에 자리하고 멍하게 자신의 '부모님'의 모습을 관찰한다. 아주 짧게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사실 이 장면에서 굉장히 철학적인 이야기가 스쳐 지나간다.
그저 마법을 쓰고 판타지 소설을 양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에 그친 '오락거리'인 영화로 치부하기에 그 내용이 담고 있는 내용은 생각해 볼 만하다. 이 거울은 자신이 소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해리'는 자신과 자신의 부모님이 이 거울에 나온다. 그에 덤블도어는 항상 이 거울 앞을 찾아오는 '해리'를 보며 '정말로 행복한 사람은 거울 속에서 현재 자기 모습 그대로를 본단다.'라고 일러준다. 어쩌면 이 거울은 '호그와트'라는 마법사의 세계뿐만 아니라 우리의 머릿속에도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얼핏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불안한 사람은 미래를 생각하고 불행한 사람은 과거를 생각한다'라는 말... 미래를 생각하던 과거를 생각하던 현재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미래 혹은 과거의 환영을 머릿속으로 재생시킨다.
덤블도어는 그렇게 거울 앞에 서 있는 '해리'에게, 혹은 영화를 지켜보며 미래와 과거를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었다.
"이 거울에선 지식이나 진실을 얻을 수 없단다."
"사람들은 이 앞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때론 미치기도 하지."
"꿈에 사로잡혀 살다가 진짜 삶을 놓쳐선 안돼"
내가 어린 시절 난 이 영화를 여러 차례 보았다. 그때마다 이 장면은 크게 기억되는 장면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이가 얼마가 들고 이런저런 경험과 기억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나는 생각해야 할 과거와 걱정해야 할 미래를 대동하고 살아갔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던 항상 과거가 따라오고 어떤 결정을 내려도 다음 미래가 따라다녔다. 얼핏 나의 현재에서 스치고 지나던 환영을 붙잡고 한참을 놓지 못하다가 현실의 시간을 허비하길 반복한다.
영화상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 거울 앞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의 눈동자는 어느 한 부분을 응시하고 있지만 기어이 머릿속은 육체를 놔두고 과거와 미래의 시간여행을 떠난다. 초첨이 비워진 눈동자 뒤로 '행복했던 과거'와 '실패할 미래'를 떠올리며 무력하게 어깨를 내려놓고 현실을 흘려보낸다. 가끔 나는 유튜브를 켜놓고 멍하게 나오는 영상을 바라보곤 한다. 마치 고대 원시인이 화로에 불을 피워두고 멍하게 불빛을 바라보며 넋을 놓아 두 듯, 나 또한 손바닥만 한 번쩍 거리는 불빛에 넋을 놓는다. 그리고 가만히 시간을 내어 놓는다. 눈동자의 초점이 사라져도 주변에서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좋은 핑곗거리다.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나의 무의식도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과거와 미래를 번갈아간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아주 조금씩 연관성을 갖고 변화해가지면 결국은 아주 다른 결말로 향해져 간다. 실체 없는 알고리즘과 무의식의 흐름은 어딘가 연결이 된다. 영화 1편에서 이 소망의 거울은 다른 곳으로 곧 옮겨진다. 그리고 덤블도어의 이야기에 해리포터는 해당 거울을 다시는 찾아보지 않고 현실에 충실하여해야 할 일들을 하나둘씩 해결해 나간다.
법륜 스님은 우울증이 걸린 사람을 보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 사람 머릿속에는 예전 과거의 생각이나 우울한 영상이 영사기처럼 계속해서 영사되고 있는 거예요."
그 증상이 심각할 때는 약물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심하지 않을 때는 영사기의 전원을 꺼버리고 다른 쪽으로 관심사를 돌리라고 했다. 우리는 TV에서 방영되는 슬픈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그 영상이 실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들이 번쩍거림을 바라 볼뿐이다. 그 거실의 공기에는 우리를 슬프게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위해 영사기이던 거울이던, 마음속에 '영사'되는 어떤 환영을 만들어내는 매체를 걷어치워 현실에 집중해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