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도너츠 먹으러...

by 오인환

플레이도우(Play dough)는 지점토다. 외국에서 플레이도우(Play dough)를 찾는 고객들에게 내가 소개해 준 것은 고무찰흙이었다. 도우는 '피자 도우'나 '밀가루 도우'처럼 '반죽'을 이야기한다. 고운 가루에 물을 섞어 점도 있는 덩어리로 만든 것이 이 반죽(dough)다. 19세기 미국으로 이민 왔던 네덜란드 인들은 밀가루를 물과 섞어 반죽으로 만들고 그것으로 빵을 만들어 먹었다. 빵을 만들어 먹고 남은 반죽을 재가공하기 위해 기름에 튀겨 간식으로 만들었다. 아무리 적절한 온도에 튀겨내도 두꺼운 반죽의 중심부분이 잘 익지 않아, 네덜란드 이민자들은 그곳에 nut을 넣고 튀겼다. 그것이 도넛(doughnut)의 유래다. 나는 도넛을 좋아하진 않는다. 기본적으로 폭신 폭신한 도넛의 식감이 기름 속에 담겨졌다 나왔다는 생각을 하면, 건조한 수세미가 물에 들어갔다 나왔을 때, 물을 가득 머금고 나오는 것 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얇게 썰린 감자가 기름 속에 들어갔다 나온 내가 좋아하는 프렌치 프라이도 비슷한 맥락이지만 도넛은 어쩐지 영양분이 너무 불균형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탄수화물과 오일의 폭탄으로 느껴지는 도넛에 설탕 폭탄을 맞고 나온 비주얼은 도저히 식욕을 끌어 당기지 않는다.

나의 입맛이 이상한 것이 틀림없다. 아이들과 던킨도넛을 갔다. 내 주변에 던킨도넛의 도넛을 일부러 찾아 먹는 친구는 본 적이 없다. 틀림없이 이는 남자보다 여자들이 선호하는 음식인 것 같기도 하다. 이보다 더 건강에 안좋은 것을 실컷 먹으면서 도넛은 이상하게 썩 내키지 않는 내 식성도 참 독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몇 일 전 부터 하율이가 '도넛은 사왔어?'를 묻는다. '아! 맞다! 아빠가 깜빡했네?'를 몇 번 사용했다. 한 두어번 하고 말 것 같아 대충 위기를 넘기고 봤다. 아이들은 도넛을 먹어 본 적이 없다. 할머니가 시장에 가서 사오시는 도넛을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맛도 모를 도넛을 왜 이렇게 찾는 것일까 싶다. 도넛을 찾은지 3~4일이 지나고 오늘 유치원을 가기 전 아이들과 남원 금호리조트에 있는 '던킨 도넛'을 찾았다. 아이들에게 '이게 도넛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아이들이 혹시 '초코맛'을 주문한다면 먹어 볼 요량이었다. 틀림없이 먹다 남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이들은 이런 계획도 모른채 핑크색 하트모양 도넛 두 개를 먹고 싶다고 한다. 다른 도넛으로 몇 번을 유도해보지만 결국 핑크 하트 도넛 두 개를 구매했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다.

예전 하율이가 가져 온 '보글냠냠 요리사'라는 그림책을 읽어 줄 때가 기억에 남는다. '보글냠냠 요리사' 책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도넛, 피자, 햄버거를 먹으면 배탈이 나고 건강한 토마토와 계란후라이, 물고기를 먹으라고 권장하는 책이었다. 이 책이 첫 장을 넘긴 상태로 얼마 더 넘기면 '보글냠냠 요리사'가 계란 후라이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 깨진 계란이 있고 그곳에서 '병아리'가 걸어 나오는 그림이 있다. 아마 계란이 병아리가 된다는 교육적인 내용을 담기 위해 작가 님이 쓰신 글일 것이다. 나 또한 당연하게도 계란이 병아리라고 아이에게 설명해줬다. 그러자 하율이는 버럭 화를 내며 '병아리는 귀여운 거고!! 계란은 맛있는 거야!!, 병아리 절대 먹으면 안돼!!'라고 나에게 훈계를 시작했다. 아이에게 계란이 병아리라는 사실을 알려줘야 하는 걸까? 그 맛있는 닭고기가 너희들이 좋아하는 '꼬꼬'라는 사실을 알려줘야 하는 것일까. 순간 갈등이 들었다. 지금은 어느정도 유치원에서 배우고 살아가면서 듣는 것도 있는지 동물과 먹는 음식에 대해 인지하는 것 같다.

얼마 전, 논란이 되던 일본 유튜브 페이지가 있다. '카루비'라는 아기 돼지를 키우는 유튜버의 내용이다. '카루비'는 '갈비'의 일본식 발음으로 우리가 말하는 '돼지갈비'가 맞다. 키우는 애완 돼지에게 '음식'의 이름을 지어주는 행위는 곧 행위로 이어졌다. '100일 후에 먹히는 돼지'라는 컨텐츠로 크리에이터는 돼지를 아끼고 사랑해준다. 돼지에게 산책도 해주고 함께 여행도 간다. 쓰다듬어 주고 사랑을 주던 돼지의 100일 후 모습은 통바베큐의 모습이다. 이 영상은 우리나라에도 많이 소개가 되어 논란이 되었다. 이 돼지의 지능은 아이큐 65정도로 개보다 더 똑똑하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깔끔한 성격이라 정해진 장소에만 배설을 하고 진흙 목욕을 자주하여 진득이와 벼룩이 잘 들러 붙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돼지에게 감정 이입을 하고 나면 먹을 수 없다. 하지만 저녁으로 올라오는 제육볶음이나 삼겹살의 맛도 포기할 수 없다. 인간의 위선이 드러난다. 우리는 마치 자연에게 신의 권한에 대적할 존재로 여긴다. 우리가 사랑하거나 감정을 이입하면 그것은 곧 인간처럼 먹을 수 없는 존재가 된다. 가축용 돼지와 소에는 그런 의미에서 이름을 짓지 않는다고 한다. Pig와 Pork는 둘 다 돼지다. Beaf와 Cow는 둘 다 소다. 우리는 동물로써 이름과 식품으로의 이름을 구분하여 짓는다.

그들에게 다른 이름을 지어주고 동물에서 식품으로 구분하고 나면 우리의 죄책감을 줄어든 것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채식주의가 불가능한 사람이다. 고기를 너무 좋아한다. 극단적으로 보자면 인간이 채식을 하게 되면 수많은 생명이 희생당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채식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는 고기를 먹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한 마음은 분명 있어야 한다. 빚이 없게 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 째로 돈을 빌리고 감사하게 사용한 뒤 돌려주는 방법이 있고, 두번째는 안 쓰고 안 갚는 방법이 있다. 원칙적으로는 둘 다 빚을 없게 하는 방법이지만 나는 첫번째 방법을 선호한다. 우리는 음식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한다. 노동의 교환 방식의 '품앗이'가 있다. 내가 남에게 나의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나면, 나 또한 남의 일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상호 노동력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따지고 보자면 -1과 1을 합쳐 0이 된다. 남의 일을 돕지 않고 남에게 빚지지 않아도 0이지만, 남을 돕고 도움을 받으면 분명 -1 더하기 1이 2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는 음식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아이와 도너츠를 나눠 먹으며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쉽고 싸게 음식을 구입할 수 있는 세상이 오면서 나는 감사함이라는 것을 많이 느끼지 못한다. 남의 살점을 씹어 삼켜 뒤룩뒤룩 살이 찌면서도 감사한 마음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음식에 대한 감사함을 가져야겠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도 음식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갖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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