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없이 하는 이야기를 농담이라고 한다. 여기서 '실'이란 '열매'를 뜻한다. 알맹이 없이 주절 주절하는 이야기들을 흔히 '실없는 농담'이라고 한다. '소설가의 농담'은 '김준녕 소설가' 님의 머릿속 이곳 저곳에서 '소설'이 되기를 기다리다 삐져나온 파편들의 모집이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야기를 짓는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 하나를 완전하게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 소설 속 등장인물의 세계관이 만들어지고 그들이 하는 한마디와 한마디에 숨겨져 있는 그 인물의 배경과 삶이 녹아져 있어야 한다. 그런 인물들이 얽히고 섥히며 새로운 상황을 맞이한다. 그저 허튼 이야기나 해대는 것과는 다르게 소설은 굉장히 많은 생각과 배경지식을 필요로 한다. 김영하 소설가 님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런 것들을 알 수 있다. 그냥 지어낸 이야기를 해내는 정도를 넘어서, '완전한 세계'하나를 만들어 내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지식들이 필요하다. 실제로 소설가들은 그들이 다루는 여러 분야에 대해 '준전문가' 수준까지 깊게 파고 들어간다. 그런 그들이 소설 한 편을 짓기 위해 떠올리고 공부해야 했던 여러가지 생각과 감정들은 소설로 남지 못할 때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다.
그의 책은 '사랑에 관해 쓰지 못한 날'을 통해 접했었다. 그 또한 수필이었다. 소설을 쓰다보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는 어떠한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꾸준히 무언가를 읽고, 무언가를 쓰며, 무언가를 경험해 내는 사람들이야 말로 이야깃거리가 솓아난다. 나 또한 그렇다. 매일 꾸준하게 일정 분량을 써내는 습관을 보며 누군가는 어떻게 그렇게 매일 다양한 소재로, 여러 이야기를 하냐고 묻는다. 하지만 단순히 일상을 보내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글을 읽고, 누군가로의 감정이입을 하고, 어떤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며 거기에 몰입하다보면 되려, 이야기는 소비할수록 더 샘솟는다. 흔히 말하는 '글쟁이', '이야기꾼'이라는 사람들은 아무리 글 써서 머릿 속 아이디어를 소비시킨다고 해도 더 샘솟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짧은 시와 간단한 산문들이 이 책에 형식없이 소개된다. 아마 이야기 하나를 지으며 떠오르던 수많은 사색이 모두 녹아져 있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떠올려 볼 엄두도 내보지 않았던 여러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살면 우리는 생각보다 '누군가'의 입장을 생각해 보지 않는다. 오롯하게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자신의 주장에 매몰되기 쉽상이다. 하지만 소설가는 자신이 들어갈 수 있는 최대한의 인물의 속과 겉을 모두 이입하고 본다. 그런 이들의 생각을 훔쳐보는 것은 값싸게 자기계발을 해내는 불공정 거래라고 생각한다.
나는 글을 써서 돈을 벌고 그것을 업으로 삼지 않는다. 글로 돈을 벌고 그것으로 생활해 내는 사람에 대해서는 굉장히 호기심이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많지 않은 직업 중 하나다. 탈무드 임마누엘 제 6장 27~29절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그대들은 땅 위에 큰 보배들을 쌓아 두지 마시오. 땅 위에는 좀이나 녹이 그것들을 잠식하며 도적들이 훔쳐 갑니다. 그 대신 영혼과 의식들에 보배들을 모으시오. 그 곳은 좀이나 녹이 쓸지못하고 도적들이 훔쳐가지도 못합니다. 보배들이 있는 곳에 그대들의 마음 또한 있으니, 참된 보배는 지혜와 지식 뿐입니다.' 우리가 쌓아가는 거의 대부분의 것들은 감가상각이 일어난다. 갑작스럽게 위험에 쳐 해지거나 누군가가 훔쳐갈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금고보다 강력하게 보배를 간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마음속에 있다는 이야기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일정 부분의 지혜와 지식을 꺼내어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만큼 완전한 사업은 존재하기 힘들다.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 또한 누군가의 머릿속에 자신의 것과 비슷한 복제품을 전달하는 일이다.
책의 시작하는 부분에 '주의'가 적혀 있다. '지금부터 당신이 보게될 모든 글은 농담이다. 말 그래도 웃자고 하는 소리다. 웃긴 농담부터 슬픈 농담까지 그 범위는 헤아릴 수 없다. 부탁이니 절대 기억하려하지말고, 담아두려 하지말아 달라. 냇물 흐르듯 당신의 머리에서 흘려 버리길 바란다. 당신이 이 책을 펼친 순간부터 위 내용에 동의했다고 판단하고서 난 마이크를 잡겠다. 만약 기분이 나쁘다면, 뭐 어쩔 수 없다. 허공에 내 욕이라도 시원하게 해라. 값을 치렀으니, 응당 그 정도는 해도 되지 않겠는가.' 이는 책이 시작되면서 적혀 있는 부분인데, 사실상 굉장히 많이 공감했다. 전문가의 인문 혹은 전공 서적이 아닌 이상 작가의 글은 사실상 이렇게 오락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작가는 글 속에 '교훈'이나 '교육적 내용'을 담기보다 읽는 시간 즐거움을 더 추구한다. 어떤 책이라도 마찬가지다. 이 책 외로 나 또한 그렇다. 어떤 책이던 무언가 남기려고 강박을 갖고 읽는 것이 아니라 그저 즐기는 것이다. 우리는 재밌는 예능프로를 보며 펜과 종이를 들고 장면을 돌려보고 사진찍으며 무언가 남기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자세는 예능 프로를 더 재밌게 만들고 즐기게 만들며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아도 찾아보고 반복해 보게 한다. 결과적으로 어제 들었던 수업내용보다 어제 봤던 예능프로의 내용이 더 기억이 남는 이유는 거기서 출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