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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Dec 10. 2021

[생각] 사교육은 왜 성장하는가

잘될거야 학원에서 보는 문해력

 인간은 태어나면 바로 눈 앞 손가락 정도를 겨우 볼 수 있다. 태어난지 보름이 되면 색을 구별 할 수 있고, 생후 5~6주가 되면 어떤 사물을 응시할 수 있게 된다. 3개월이 지나면 좌우 모든 방향을 볼 수 있다. 청각도 비슷하다. 청각은 오감 중 가장 빨리 발달하는데, 태어나기 전부터 소리의 강도를 식별할 수 있다. 어떤 사물을 인식하는데, 시각과 청각은 거의 태어나면서 가능하다. 하지만 읽는 능력은 태어난 뒤, 5~6년이 지나서야 가능하다. 어떤 것을 훈련할 때, 5~6년이나 늦게 시작한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를 불러 일으킨다. 외국에 거주한지 1년된 사람과 6~7년 쯤 된 사람의 언어 능력이 차이가 그 격차로 볼 수있다. 누구나 자신이 편한 방식을 선호한다. 다시말해, 10m의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타는 일보다, 차라리 걷는 편이 훨씬 편하다. 인간은 언제나 편한 쪽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

 시각과 청각을 통해 학습 능력을 길러 온 인간은 시각과 청각에 의한 학습이 수월하다고 느낀다. 굳이 불편한 방식으로 학습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다만, 별종의 어떤 인간은 굳이 청각과 시각을 통해 학습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조금 더 어려운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바로 '읽기'다. 예전 독서 지도를 했던 적이 있다. 학생들이 어떤 글을 읽고 이해를 했는지를 확인하는 간단한 과정이 있었다. 많은 학생들은 같은 지문을 읽었지만, 누군가는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고, 어떤 이는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지 못했다.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지 못하는 부류의 친구들에게 지문에 적혀 있는 글을 단지 '구어체'로 바꾸어 천천히 읽어 주었다. '토씨'하나 다르지 않게 읽어줬다. 학생들은 그제서야, '아~'하고 이해를 했다. 학생은 단순히 '글 정보'를 '소리정보'로 바꾼 것만으로도 해당 내용을 이해했다.

 다수의 과외와 학원은 보통 이렇게 흘러간다. 일부의 학교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이미 교과서에 적혀 있는 글을 선생이 입으로 읇어주는 정도지만, 학생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이해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졌다. '누군가가 읽어줘야 이해하는 상황' 그것은 굉장히 작은 원인이지만, 엄청나게 많은 차이를 만들어 냈다. 학교, 학원에서 선생님들은 교과서 외의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단순히 교과서 내의 내용만 가르친다. 그렇다면, 교과서는 거의 완전한 학습도구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입을 빌려야 하는 상황은 엄청나게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게 만든다.

 학원업을 하면서, '사교육비 지출'에 대해, 지적하는 이유는 그렇다. 누군가를 교육할 때, 보통 없는 내용을 알려준다기 보다, 먼저 읽고 그것을 '구어체'로 바꾸는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의 이해도는 높아졌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10m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버스 기다리고, 버스를 타고, 내리는 번거로운 과정을 겪기보다, 그냥 걸어가는 편이 편하다. 하지만 가야하는 목적지가 100km라면 조금 번거로운 과정이라도 장기적으로는 이득에 속한다. 읽기능력은 장거리를 가기 위해 초기에 거치는 조금 번거로운 과정일 뿐이다. 일단 이 과정만 겪는다면, 단순히 걷는 행동보다는, 자전거를 타고, 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의 초기 복잡한 과정 처럼 초고속으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최초의 얼마는 후딱 걸어가는 것이 빠르다. 100m는 조금 비슷할지도 모른다. 1km에서는 그 차이가 조금 벌어지고, 10km에서는 엄청나게 벌어진다. 목적지가 더 멀고 험할수록 간격은 더 벌어진다. 우리에게는 읽기, 말하기, 듣기, 쓰기의 능력이 있다. 서로 어느정도의 연관은 있겠지만, 서로는 각자 다른 능력이다. 읽기를 잘해도 말하기를 못할 수 있고, 말하기를 잘해도 듣기를 못할 수도 있다. 각자의 능력은 개별로 길러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죽은 이들이 전하는 정보는 소리정보로 얻지 못한다. 이미 죽은 이들과 거리가 먼 사람들, 언어가 다른 외국인들의 정보를 가장 잘 전달 받을 수 있는 것은 '글'이다. 문해력은 그래서 중요하다. 학원업은 '문해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한 술 떠먹여주는 것과 같다. 읽지 못하는 이들에게 대신 읽어주는 역할이다. 사실 10m를 가장 빨리 도달하는 방법은 역시 사교육이다. 다만, 목적지가 헐고 멀다면 걷는 길보다는 조금 복잡하지만 효율적인 방법을 택해야한다. 교육업을 시작했지만, 강연가보다는 '문해'의 길을 열 수 있는 동기부여에 조금 더 노력을 가한다. 일반적인 학원과는 방법이 다른 것이 길게 보면 더 이익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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