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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Dec 15. 2021

[일상] 제주지진에 대하여_2021/12/14

 제주에 지진이 났다. 한참 일과 중이던 시간이었다. 사무실에서 마치 커다란 화물을 실은 기차가 지나가는 듯 한 소리가 났다. '우드드...' 군생활 중, 수류탄 투척 혹은 크레모아 등이 폭발할 때 느꼈던 진동이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지진이라는 생각에 고민 없이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1층이라 바로 뛰쳐 나왔다. 지진을 겪으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재난 알림 문자' 였다. 함께 있는 모든 핸드폰에서 '경보 사이렌'이 흘러나왔다. 사실상 지진보다 알람이 먼저 나왔다. 아마 어린 학생들이거나 노인들처럼 대응에 늦거나 상황 파악이 늦었다면, 아마 '지진'이라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평소 귀찮게 자주 울리는 '재난 알림'이 큰 몫을 하는 순간 이었다. 실제로 재난 문자는 지진 발생 후 13초 만에 발생했다고 한다. 밖으로 뛰어나온 뒤, 상황 파악을 위해 핸드폰을 들었다. 불과 수 초 전에 느꼈던 지진에 대한 속보와 내용이 인터넷에 도배되고 있었다. 대략 내용을 읽고 '소방서와 안전행정부 콜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지진이 났는데,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소방서에서는 일단 밖으로 피신하고 경과를 지켜보라고 했다. 안전행정부 콜센터에서는 지진 시 안내 해야하는 매뉴얼을 읊으셨다. 이미 지진이 끝난 상황에서 여진 가능성이나, 얼마 정도 후에 일상 생활을 해야하는지 물었다. 콜센터 상담원 분은 '관련 내용은 기상청에 문의하셔야 하세요'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나라 지진 대응 매뉴얼에는 '안전한 곳에 조속하게 대피하고...' 등의 매뉴얼은 있으나, 얼마 간을 다시 내부로 진입하면 안되고, 여진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기상청에 전화를 해봐야 할 수 있다는 의미었다. 혹여 수 분이 지나고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가, 다시 여진이 발생했다면 큰일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지진이 발생하고 난 뒤에 대피 후 매뉴얼은 거의 '전무'한 듯 하다. 사실상 지진은 여진이 훨씬 더 중요하다. 해당 내용에 대한 정보를 당연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지진 후 여진에 관해 알지 못한다. 지진이 발생했다면, '통상적으로 여진은 발생하는 편이다.'라는 정도의 짧은 정보 전달이라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제주는 섬이다. 해상의 지진이라면 '쓰나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지진으로 건물 밖으로 나온 뒤에는 모두가 핸드폰을 쳐다보며, 관련 내용을 검색해 보기 바빴다. 안전 문자에는 '쓰나미'는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의 정도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해당 지진은 바다에서 발생했다. 혹여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내륙이나 섬에서 발생했다면, 엄청나게 많은 피해가 있을 법하다. 1회의 지진 안내 문자만 발송하고 이후의 매뉴얼에 대해서는 안내가 되지 않는 부분은 꽤 아쉽다. 

이번 지진은 화산활동과 연관된 지각 균열이 원인일 것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제주가 화산섬이다 보니, 지진에 대해 자유로울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흔히 말하는 '불의 고리'와는 성격이 꽤나 다르다고 한다. 앞으로 제주 지진은 수개월에서 1년 정도의 여진이 이어 질 수 있단다. 예전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에 커다란 지진이 일어난 적이 있다. 화산으로 이루어진 지대는 언제나 지진에 안전할 수 없다. 크라이스트처치는 2011년에 일어나, 거의 도시 대부분을 파괴시켰다. 당시 사망한 사망자수가 200명을 넘었다. 인구 밀도가 낮은 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에서도 이처럼 피해가 크다. 당시 이 도시의 랜드마크였던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은 완전히 무너졌고, 이후 이 성당을 완전히 해체하고 재건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5년 전, 나는 그곳에 있었다. 당시에도 성당은 접근할 수 없도록 바리케이트를 쳐두고 무너진 상태 그대로 였다. 크라이스트처치라는 도시는 뉴질랜드 남섬에서 가장 큰 도시지만, 제주보다 인구가 적다. 같은 규모라면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0시 30분, 일을 마치고 운전을 하다 밤 하늘을 밝게 빛내는 유성을 봤다. 규모가 얼핏 어딘가 폭발음을 내며 착륙할 듯 컸다. 자동차 블랙박스에는 찍혔지만, 휴대폰에는 담지 못했다. 11시 집으로 돌아와 해당 뉴스를 검색해봤다. 관련 뉴스는 나오지 않는다. 오래전 조상들은 지진과 유성을 '신의 뜻'과 연결했다. 이는 언제나 좋지 못한 의미를 가졌다. 

 불안이 '믿음'을 창조한다. 이유를 알지 못하는 어떤 현상은 '이성'보다 '감성'을 자극한다. 이는 어떤 누군가의 말에 이성을 잃고 믿게 만든다. 지진, 해일, 유성, 태풍 등은 인간에게 불안을 자극하는 자연재해들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면 인간은 항상 희귀한 집단행동을 하곤 했다. 가령, 탐보라 화산이 터지고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속도를 높혔다. 미국의 건국을 아주 빠르게 앞 당겼다. 얼마 뒤에는 범유행전염병인 콜레라가 발생했다. 탐보라 화산 폭발 1년 뒤에 제주도에서는 민란이 발생하고 청나라에서 종교인들이 자금성을 침입했다. 화산이 폭발했던 해에 미국 의회가 영국에 선전포고를 하며 '미영전쟁'이 발발하고, 나폴레옹은 러시아 제국을 침공했다. 일본은 동일본 지진 후 54년 만에 이른 정권교체를 3년 만에 원복시켰고, 우리나라에서는 세월호라는 재난에 대통령이 탄핵됐다. 자연지해가 나쁜 일의 전조 증상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연재해가 만들어낸 불안의 감정은 집단적 행동을 하게 만들곤 했다. 세상에는 이런 집단의 행동을 이용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자연재해가 현대 과학에서 많은 부분 풀려진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감정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 사회나 개인에서나 불안의 감정은 언제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다. 무언가 언제 다시 지진이 일어날지, 일어난다면 다음에는 어떤 대응을 해야할지, 불안한 미래와 감정을 갖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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