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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an 18. 2022

[생각] 외국어를 빠르게 익히려면?

인플루언서 글쓰기 정지중(D-18)

 "엄마, 이 요리 이름이 뭐야?"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 부엌에서 요리를 하시는 어머니를 보고 나는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답하셨다.

 "'두부 반모 콩나물 오백원 간장과 고춧가루 고추장에 설탕과 참기름 돼지고기 삼겹살'이란다."

 "응? 아니... 만드는 법 말고.. 이름이 뭐야?"

 "'두부 반모 콩나물 오백원 간장과 고춧가루 고추장에 설탕과 참기름 돼지고기 삼겹살'이 이름이야."

어머니는 세상에 없는 요리를 냉장고 재고처리를 위해 창작하셨고 '창작자의 권리'에 따라 그 음식에 '이름'을 붙이셨다. 그 뒤로 이 엄청나게 긴 이름을 잊지도 않고 사용하셨다. 이름이라는 것은 효율적이면 좋지만, 어쨌건 만든 이가 그렇게 불렀다는데 별 수 없다.

'pneumonoultramicroscopicsilicovolcanoconiosis'

 영어 강사라면 대부분 이 단어는 외우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이 단어를 외우고 있는 이유는 효율적으로 단어를 암기하는 방법에 대해 이만큼 학생을 설득할 좋은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진폐증'이라는 증상으로 공기중에 떠다니는 극미세한 분말(규소)이 호흡기로 들어가 폐가 굳어지는 병이다. 폐에 극소분말(규소)이 붙어 굳어버리기 때문에 치료가 불가능한 무서운 병이다. 이런 질병을 도대체 사교육 강사들은 왜 암기하고 있는 것일까. 이 병은 주로 예전 광부들이 많이 걸렸던 병으로 주로 화산에서 발견된다. 이 단어는 하나의 단어 같지만 사실은 접두사와 접미사가 무수하게 많이 붙어 있어, 이미 그 증상은 이름으로 추론이 가능하다. 마치  '두부 반모 콩나물 오백원 간장과 고춧가루 고추장에 설탕과 참기름 돼지고기 삼겹살'처럼 말이다.


pneu- 허파, 폐, 공기 (pneumonia:폐렴)

mono- 단일, 하나, 혼자 (monologue: 독백)

ultra- 울트라

micro- 마이크로(아주 작은)

scopic- 보이는 것(telecope: 망원경)

silico: 규소(실리콘)

vocano: 화산

consiosis: 알게 되다(conscious: 의식하는)

즉, 허파에 단일의 엄청나게 작게 보이는 화산의 규소가 들어가 생기는 질병이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짐작해 낼 수 있다. 마치 '두부 반모 콩나물 오백원 간장과 고춧가루 고추장에 설탕과 참기름 돼지고기 삼겹살'처럼 말이다. 끊어 읽고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뇌를 조금더 효율적으로 만든다. 영어 뿐만 아니라 한국어도 이런 식으로 단어가 만들어진다. 아무 근거 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단어는 없다. 국어사전에는 다음과 같은 요상한 단어가 있다. 하지만 그 뜻은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딱다그르르딱다그르르하다: 작고 단단한 물건이 약간씩 튀면서 굴러가다.(동사)'

완전하게 어원을 파악하는 일은 언어학자에게 맡기더라도 대략의 의미파악은 가능하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는 '옥낭각씨베짜는바위'라는 지명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지명이다. 아무런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 곳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벌써 책 한 권의 정보처럼 쏟아져 들어온다. 대게 '단어'는 현상이나 사물에 '이름'을 붙이며 시작한다. 보통 '명사'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명사는 그 성질에 따라 동사로도 활용한다. '구글'이라는 명사가 '구글하다'라는 동사로 쉽게 사용되고, 구글하게(부사), 구글하는(형용사), 구글하던(형용사)로 무한대 파생된다. 구글이라는 회사이 이름이 이처럼 유연하게 소통 도구로써 사용된다. 그렇다면 더 신기한 현상을 하나 목격해보자. 2018년 9월 1일 경향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하나 실렸다.

"프랑스와 '반구글 동맹' 맺은 이해진, 제2의 라인 신화 쓸까."

'反Google'이라니, 한자와 영미권 회사이름을 합성하는 괴기한 현상이 일어났지만, 앞선 기사를 읽은 이들은 아무런 거부감 없이 기사를 이해하고 해석했다. 이런 현상은 '단어 암기'가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 천 단어를 암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매커니즘을 파악하는 것이다.


 명사의 성질 중 동작과 관련된 부분은 '동사'로 활용 하다. 동사로 한 번 활용되기 시작한 단어는 동사를 기준으로 '형용사, 부사, 명사'로 재사용 가능하다. 이것을 영문법에서는 어려운 용어로 '준동사'라고 부른다. 우리 학생들이 배우는 to부정사, 동명사, 현재분사, 과거분사가 여기에 해당된다. Cup(컵)은 명사이지만 '~을 감싸다'라는 동사의 뜻도 있다. 따로 외우지 않더라도 그냥 이해할 수 있다. 컵처럼 감싸면 그게 cup이라는 동작이다. 다시 cupping과 cupped라는 형용사로 cuppingly라는 부사로 사용 가능하다. cuppingly라는 단어가 있냐고? 영어 사전에도 국어사전에도 그런 말은 없다. 그래도 구글에 검색해보면 누군가는 반드시 사용하고 있다. 마치 '반구글(反Google)'을 국어사전과 영어 사전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지만, 너무나 쉽게 이해하는 것 처럼 말이다. 암기한 것만 본인의 것이라는 단단한 착오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능동적인 자세로 언어를 접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학습태도다. 영어보다 훨씬 더 유연한 문자는 사실 '한자'다. 우리 교육에서 한자는 '필수'가 아니지만, '한자'는 사실 영어보다 선행되야 한다. 한자를 그저 암기하는 형태가 아니라, 그것의 탄생과 활용에 대한 역사와 인문학적인 내용을 배운다면 어쩌면 더 많은 학생들이 쉽게 다른 언어를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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