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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Feb 04. 2022

[계발] 젊음은 빛나고, 나이듦은 더 빛난다

인생4막, 은퇴란 없다

 인간에게는 자연에 없는 두 가지 시기가 존재한다. 하나는 소년 시기, 다른 하나는 노년 시기다. 분자 생물학자 벤저민 메인(Benjamin Mayne)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대 연구진에 따르면 자연에 의해 규정된 인간의 수명은 '38세'다. DNA 서열을 분석한 결과, 인간은 40세면 생을 마감해야 한다. 인간의 사촌 격인 침팬지의 자연수명은 39.7년,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의 수명은 둘 다 37.8년이다. 호모사피엔스라고 다를까. 아이러니하게도 행정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호모사피엔스 종의 기대수명은 '83.5세'다. 인류가 영양과 의료 환경이 개선으로 자연이 설정한 수명의 2배를 초과하게 만든 것이다. 심지어 2030년 대한민국 여성 기대수명은 90.82세로 세계 1위가 될 예정이다. 인간은 참 독특한 생물종이다. 다른 동물들은 출산의 고통이 아예 없거나 적다. 반면, 인간의 경우 출산의 고통이 극심하게 크다. 출산 이후에 양육의 고통도 인간만이 극심하다. 이유는 자연이 설정한 변화 속도를 사회, 문화가 보조하며 넘어섰기 때문이다.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발달하는 인간은 태어나고 난 뒤, 스스로 목도 가누지 못한다. 다른 포유류들이 대게 태어나자 마자 걸어다니는 것과는 상반된다. 송아지의 경우를 보면 태어나자마자 몇 분 내로(길어도 한 시간 내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다.

 유독 인간 만이 태어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의 상태로 태어난다. 눈도 뜨지 못하고 목도 가누지 못한다. 인류가 진화 중 두개골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 인간은 어미의 뱃속에서 생물의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태어나 버린다. 심지어 충분하지 못한 임신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비대해진 머리 덕분에 새끼 호모사피엔스는 어미에게 출산의 고통을 준다. 동물의 경우, 새끼의 머리가 어미의 산도(출산 통로)보다 작다. 인류 만이 불균형적인 진화로 머리가 지나치게 커졌다. 반면 여성의 골반은 작아졌다. 이에 생존에 필수적인 상태로 완성도 되기 전에 세상 밖으로 튀어 나오는 것이다. 다른 생물종에 비해 인간은 생후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한다. 즉, 또한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를 얻는데에 최소 20년의 시간이 걸린다. 인간 사회가 설정한 '완성된 인간형'으로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유치부,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다. 그리고 완전한 성년이 된 인간은 그 이후부터 '생존활동'을 시작한다. 그 전까지는 무조건 사회적 보호를 받는다. '소년'는 즉, 자연에 없는 시기다. 기본적으로 유아시기를 지나면 곧바로 청년시기가 이어지는 다른 동물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또다른 자연에 없는 시기는 앞서 말한 대로 '노년시기'다.

 생후 40년이면 자연적인 수명을 다해야 할 인간은 그 뒤로도 40년을 더 생존한다. 20~40년 고점을 찍은 인류의 생존능력은 이후로 점차 내리막을 걸어야 한다. 약육강식에 의하면 젊은 이들은 '나이 많은 이'보다 더 '자연'에서 유리하다. 드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다르다. 인간은 나약하게 태어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생존을 잇지 못하고 죽는다. 이런 사회 시스템의 가장 꼭대기에는 '노년'의 지혜가 필수적이었다. 즉, 호랑이나 사자의 날카로운 송곳니나, 늑대나 곰의 날카로운 발톱이 아니라, '지혜'라는 무기가 더 중요해진 셈이다. 자연에는 '노인공경'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 '공자'가 만들고 키웠을 것 같은 '유교사상'이라는 것들도 사실 인간 세계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나이 많은 사람'의 지혜는 사회에 가장 큰 무기였다. 젊은 사회인들은 '노인들'에게 '방어'와 '노동력'을 충분히 제공하는 대신 '지혜'를 얻었다. 헌법67조 4항에는 대통령 출마 자격으로 40세 이상을 적시했다. 인간의 지혜가 일정 이상에서 더 성숙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셈이다.

 사회가 소년층과 노년층을 보호하면서 인류는 더 큰 번영을 누렸다. 성숙한 사회일수록 소년층과 노년층에 대한 복지에 힘을 쓴다. 사회가 책임지지 않는다면, 국가 경쟁력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령화는 생물종에게 치명적이나, 고도의 산업화가 진행된 사회에서는 법제도의 수정을 통해 더 성숙해질 여지도 있을 수 있다. '고령화'라는 현상을 통해 '노인'에 대해 '불필요한 '부양인력'으로 설정하는 것은 그닥 '선진적인 접근'은 아니다. 1930년 생 워렌 버핏은 작년에 배당 수익만으로 3조였다. 연소득 3천 만원의 청년 10만 명과 같은 소득이다. 벤저민 그레아엄은 94세로 장수했고 워렌버핏은 93세다. 이들에게 이처럼 큰 '부'을 얻을 수 있는 투자비법을 묻자. 그는 대답했다. '장수'라고 말이다. 나이와 생산성의 비교 그래프를 대조해 보자면 충분히 생산성에 차이는 존재할 수도 있다. 다만, 앞으로 생산성은 기계와 AI에 의해 대체될 예정이다. 급격한 고령화는 분명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노년을 맞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전하고 깨닫는다면, 고령층은 사회에 더 큰 '부'와 '득'이 될 존재들이다. 자연은 신체를 '노쇠'하게 만들며 무기를 퇴화시키지만, 인간의 무기는 나이를 더 먹을수록 날카롭게 진화한다. 노년을 맞이하는 많은 사람들이 더 멋지고 빛나게 살 수 있도록 준비한다면, 개인과 사회에 커다란 풍요가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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