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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Feb 04. 2022

[생각] 드디어 인플루언서 글쓰기 정지 해제!

 당연한 것은 없다. 읽고 리뷰하는 책들은 네이버에서 당연히 검색 상단에 노출됐다. 네이버 대문에도 적지 않게 소개된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질 때 쯤, 운좋게 '글쓰기 30일 정지'를 당했다. 중학교 시절 '수련회'를 가면, '시각장애체험'이 있었다. 수건과 안대로 눈을 가리고 소리와 감각만으로 생활하는 체험이었다. 이 체험은 학생을 '시각장애'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각'의 소중함과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에 대한 이해를 키울 수 있게 도와줄 수 있게 일시적으로 진행된다. 지나고보니 '영구정지'가 아니라 '일시 정지'였다는 사실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이번 체험을 통해 '감사함'이 더 커진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내가 작성한 글들이 '당연히' 하루 1,000명 이상에게 노출되고 무조건 검색 상단에 위치할 것이라는 '자만감'이 사라졌다. 생각해보니 당연한 것이 없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사라지고나면, 그것이 당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이미 갖고 있는 것들에 대해 충분히 감사해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사라지고 난 뒤에는, '감사'라는 감정보다 '후회'라는 감정이 더 커지진다. 어차피 무슨 감정인들, 채워져야 하는게 삶이라면, 후회보다는 '감사'로 채우는게 맞다는 생각이다.

 어린시절부터 '게임'을 못했다. '도박'도 못했다. 그래도 학창시절 친구들과 간단한 '축구 내기'를 하게 되면, '돈을 번다'는 생각보다, '게임비 지출한다'는 느낌으로 게임에 임했다. 실제로 유학하던 시기, 아는 형와 '카지노'를 간 적이 있다.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 본 '카지노'였다. 그 곳에서 일정 시간을 보내야 하는 나는 한 '슬롯 머신'으로 갔다. 그리고 일정 금액만을 가지고 게임을 시작했다. 가지고 간 현금만큼만 하고 게임을 멈추려고 했는데, 하다보니 점차 '돈'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게임의 방식도 모르고 앞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숫자는 올라가고 올라갔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그 게임에서 넣었던 돈이 모두 소진 될 때까지, 게임을 하다가 0원이 되고 나왔다. '도박에 소질이 없다'는 나에 대한 믿음은 '그 쪽'에 더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 방향으로 커졌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잠시 게임에 빠져 살던 시기다 있었으나, 그 이후로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유는 '잘 못하기 때문'이다. 게임도 잘 못하고 도박도 잘 못한다. 이런 '잘 못한다'는 이유가 어쩌면 행운이 됐는지도 모른다. '잘 못한다는 것'이 감사할 수도 있다. 어린시절 어머니는 '재주가 열 두 가지면 굶어 죽는다'라고 하셨다. 잘하는게 많지 않다는 것이 또다른 강점이 됐다. 

 어느 순간부터 철학에 관심을 갖게 시작했다. 철학은 '본질'을 궁금해 하는 것 부터 시작한다. '왜?'로 시작한 물음이 본질에 가까워지면 그것이 '철'이 든다. 어린시절, 딱지치기가 그렇게 재밌었다. 구슬치기도 그렇게 재밌었다. 지금은 친구들끼리 모여 딱지도 치지 않고, 구슬도 치지 않는다. 다들 '왜 그래야 해?'라는 의문을 갖기 때문이다. 그저, 구슬을 따고, 딱지를 따는 소소한 재미가 사라진 이유는 '딴 딱지를 어디에 쓸 건데?'라는 의문을 던지면서 부터다. 나는 지금도 게임을 잘 못하고 싫어한다. 이유는 '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왜 게임에서 상대를 공격해야하고, 왜 게임 내에서 돈을 벌어야하며, 왜 게임 내에서 레벨을 올려야 하는지' 나는 지금도 이해 못한다. 게임 내에서 성장하고 돈을 버는 행위가 재밌다고 하는 이에게 나는 '그게 왜 재밌어? 현실에서 버는 것도 아닌데?'라고 되물었다. '왜? 해야 돼?'가 해결되지 않으면 흥미는 생기지 않는다. 애초에 '왜 해야 돼?'라는 질문이 없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불현듯 '왜 그래야 하지?'라는 궁금증이 생기는 순간 그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호기심과 흥미는 사라진다. '글쓰기 정지' 기간 내 글들의 노출 빈도는 급격하게 줄어 들었고, 네이버에서 보여주는 '순위'는 20위에서 40위 밖으로 밀려났다. 어느 순간, '이 순위가 무슨 의미가 있나. 노출 빈도는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 여기는 매너리즘의 기간에 다시금 쇄신되어 '왜?'를 생각해 볼 기회가 됐다. 

 정지 기간동안 그럼에도 간간히 대문 페이지에 글을 노출시켜주신 네이버 관계자 님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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