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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Feb 08. 2022

[생각] 독서는 어떻게 인간을 완성하는가.

 스스로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은 크게 잘못됐다. 대게 인간 행동의 대부분은 무의식에 의해 결정된다. 스스로 자율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대부분은 '무의식'에 의해 저절로 '움직여지게 된다'.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게 되는 것이다. '자율주행'이 4차산업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운전자가 운전에 개입하지 않아도 차가 저절로 주행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 최첨단 기술은 사실 우리에게 이미 심어져 있다. 우리 뇌는 다양한 업무처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자율주행 시스템을 가동시킨다. 우리는 분명 운전이라는 고차원적인 활동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거나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설거지를 하면서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도 있고 머리를 감으면서 그날 일정을 짐작해 볼 수도 있다. 즉, 무의식에게 '단순작업'을 맡겨놓고, '멀티태스킹'을 시도한다. '단순작업'을 통해 작동되는 것은 대게, '행동'이다. '행동'을 '자율주행시스템'을 걸어놓고 대부분의 인간은 고차원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저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채워 넣는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쓸데없는 망상(미래와 과거)으로 머리 속을 복잡하게 하는 동안, 우리의 행동은 저절로 '익숙해진 방향'에 따라 움직여 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우리몸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프로그래밍하는 방법은 '반복'이다. '반복'은 마치 인간의 '뇌'에 빅데이터를 쌓는 일이다. 즉, 표본을 늘리면 늘릴수록 평균값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반복을 하면 할수록 빅데이터 중 평균값에 가까운 행위를 최고 효율로 자동 진행 시킨다. 아침에 눈을 뜨고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행위는 수많은 표본과 표본이 쌓여, 그 행동이 가장 안정적인 행위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한다. 안정적인 행위로 무의식에 쌓여진 행위들은 의식하지 않더라도 '자동적'으로 행해지도록 설정된다. 마치, 빅데이터가 무수하게 쌓인 인공지능과 표본이 두어개 정도 쌓여 있는 인공지능 간의 성능 차이처럼, 반복이 쌓일수록 '의식'이 관여하지 않아도 되는 지경에 이른다. 다시말해, 매일 눈을 뜨면 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면, 100일 정도 의식적으로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그 뒤로부터 뇌가 작동하지 않아도 저절로 우리의 몸은 물을 마시고 있게 된다. 무의식은 그처럼 무섭다. 그렇다면 반복과 무의식이 우리의 삶의 행복과 성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무의식을 변화할 수 있을까. 방법은 많지만, 가장 수월한 방식은 '환경'을 변화하는 것이다. 예전 '님'이라는 침팬지가 있었다. 침팬지를 인간과 똑같은 환경에서 자라게 하면 언어습득능력이 얼마나 향상되는지를 확인하려는 실험이 있었다. 

 이 실험 방식은 간단하다. 밀폐된 공간 속에서 가운데 한 선을 긋는다. 침팬지가 우연히 그 선을 넘어서면 자동급식기에서 사과 한 조각이 나온다. 몇 차례 반복한 뒤에, 침팬지는 배가 고플 때마다, 그어진 선을 건너곤 했다. 침팬지가 이 환경에 익숙해지자, 과학자들은 그의 공간을 바꿨다. 이번에는 실험실 가운데 커다란 버튼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바뀐 공간에 침팬지는 혼란스러워했으나 얼마 뒤, 우연히 커다란 버튼을 누르게 됐다. 그러자 다시 자동급식기에서 사과 한 조각이 나온다. 그 뒤로 침팬지는 사과를 먹고 싶은 순간마다 버튼을 누르곤 한다. 침팬지가 학습이 완료됐다고 여겨지는 순간이 오면 과학자들은 그 환경을 조금씩 바꾸되 난이도를 높혀갔다. 결국, 이 챔팬지는 간단한 수학문제를 해결하고 인간과 필요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천재 침팬지로 길러졌다. 결국, 환경은 우리를 성장시킨다. 제주에는 관리하지 않는 숲길들이 꽤 있었다. 입소문을 통해 점점 알려진 이 숲길은 길을 만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다니기 시작하며 저절로 길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발자취는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누가보더라도 '길'처럼 '길'이 됐다. 그리고 누가 안내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그 '길'로 나다녔다. 최초 한 두 번 이상의 '의식적 행동을 넘어서면 무의식이 되고 이것이 다시 의식에도 영향을 끼치는 순환이 일어난다. 

 '직관'은 무의식에 의해 작동된다. 논리적인 이유를 따지기 힘들지만, '어쩐지 느낌이 그렇다.'라는 모호한 방식은 생각보다 정확하다. 이것은 무의식에 쌓인 수많은 빅데이터 값이 이를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과일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파란색보다 빨간색을 고른다. 그간 과일을 봐왔던 수많은 빅데이터 값이, 빨간 과일이 잘 익은 과일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빨간 과일이 익은 과일인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보다, 그저 보자마자 알게 된다. 환경은 인간의 무의식에 직접 관여한다. 네이버의 이해진 창업주와 다음의 이재웅 대표는 어릴 적 같은 아파트에 살았다. 이재웅 대표는 카카오 김범수 의장과 삼성SDS 입사 동기다.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부산 법률사무소를 함께 운영했다. 중국의 억만장자 마윈과 야후 창업자 제리양은 관광 가이드와 관광객의 입장에서 만났었다. '유유상종'이라고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려지내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려지내는 것이 아니라, 어울려 지내던 이들의 환경이 서로를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면 한국어를 하게 되고, 일본에서 태어나면 일본어를 하게 된다. 환경은 우리를 반복시키고 반복은 우리를 학습시킨다. 저절로 성공할지 실패할지 무의식에 행동 패턴이 입력되면, 스스로 아무리 발버둥 치고 있다고 생각해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우리의 주변은 우리를 어떻게 학습시키고 있는가. 나의 무의식을 학습시킬 환경을 갖추기 힘들다면, 책 속으로 들어가라. 그곳에는 그런 환경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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