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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Feb 09. 2022

[읽을책] 동계올림픽의 한복공정 이슈에 대하여

중국은 왜 동북공정을 하고 있는가


 *서점 갈 때마다 한권 한권 읽고 싶은 책을 사다보니 어느 순간 깨닫는다. '과하다'. 13권이다. 대한민국 성인 평균 독서량이 5권이 안 된다는데... 하나씩 쌓아놓은 책들이 벌써 15권이나 된다. 누군가는 3년 간 읽을 분량이다. 이 뿐만 아니라 몇 권은 배송 중에 있다. 뭔가 쌓여 든든하지만 부담된다. 다만 다행인 것은 '모두 재밌겠다는 것'이다.


 '중국 올림픽 한복공정'이 이슈인 모양이다. 정신이 없다보니, 올림픽이 열렸는지, 언제 열렸는지, 뭘 하고 있는지, 이슈가 뭔지도 모르고 살았다. 뒤늦게 확인한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국의 문화를 자신들의 문화라고 소개하는 장면이 나왔던 것 같다. 열거해보자면 이렇다. '김장, 한복, 떡메치기, 장구, 삼고무복, 상모돌리기, 윷놀이, 강강술래, 한과, 꿀떡, 막걸리'. 옳고 그름을 떠나, 그것이 한국의 것인지, 중국의 것인지, 미국의 것인지를 따지는 것을 떠나, 왜 그들은 동북공정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91.5%의 한족과 그 밖의 54개의 소수민족으로 이뤄진 다민족 국가다. 다만 소수민족의 인구 증가율은 한족보다 빠른 편으로 1953년에는 6.06%에서 2010년에는 8.49%로 높아졌다. 중국의 인구수에 비춰 볼 때, 이 숫자는 적지 않다. 중국의 민족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위구르족, 티베트족이 있고 조선족, 몽골족, 우즈벡족, 러시아족이 있다. 즉, 독립된 민족국가가 존재하는 소수민족들도 중국에 존재한다. 1949년 중국은 건국과 함께 각 민족을 중국에 편입하는 민족정책을 최우선으로 두었다. 그 이유는 10%도 되지 않는 중국 소수 민족은 중국 영토의 60%를 차지하고 있고, 대부분 자원이 풍부한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것과는 반대로 중국은 소수민족에 대해 강압적이기 보다 '유화정책'을 취하고 있다. 1919년 3.1운동 이후 엄청난 민족 저항을 겪은 일제가 조선을 지배하는데 '문화통치'로 지배 정책을 바꾼 것과 비슷하다. 실제로 일본은 조선 통치 방식을 '문화통치'로 바꾸면서, 조선인에 대한 교육의 기회를 확대했고 정치 단체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의 핵심은 생산수단을 사유화하지 않고 공공화 하는 것이다. 이런 경제, 사회구조 때문에, 공공을 대표하는 누군가는 핵심 권력을 갖게 된다. 즉, 중앙집중과 행정 우위는 '사회주의 국가'가 가지는 특수성이다. 그런 이유로 사회주의국가나 공산주의국가의 핵심은 '체제안정'에 있다. 2022년 중국 올림픽은 철저히 중국 내부 정치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무관중이 확실 시 되고 서방의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올림픽을 개최하는 이유는 내부정치로의 톡톡한 활용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여기서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자국의 문화라고 소개했다. 사실 이들에게는 '조선족'을 향한 정치 홍보다. 중국내 조선족 인구는 170만명이다. '대한민국'과의 외교관계를 생각해보자면 당연히 '한복 공정'을 행할 수 없다. 다만, 중국은 '내부적 문제'의 크기가 훨씬 크다. 단 하나의 소수민족이라도 독립운동을 하거나 독립을 시행하게 되면 다른 소수민족의 독립은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도 있다. '대한민국'과의 외교문제는 '이해득실'을 따져 볼 일이지만, 중국 소수민족에 대한 문제는 '체제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국의 '김치'나 '한복' 공정은 '한족'이 그것을 자신들의 문화라고 여기기 때문이 아니라, 소수 민족의 전통을 소개하는데 사용될 뿐이다. 나라잃은 경험으로 피끊는 감정을 가라 앉히고 냉정하게 보자면 내막은 이렇다.


 뉴질랜드에서 생활하면서 현지인들에게 전통음식이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현지인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피쉬앤칩스'와 '스테이크앤칩스' 그냥 생선튀김과 감자튀김, 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일 뿐이다. 실제 '피쉬앤칩스'는 영국의 대표음식이다. 다만 뉴질랜드나 호주에서도 그것을 자신들의 전통음식이라고 여긴다. 뉴질랜드 사람들이 '피시앤칩스'를 뉴질랜드 전통음식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이 모두 영국에서 유래했음을 알고 있다. 또한 피자가 미국에서 더 대중화 됐음에도, 우리는 그것을 '이탈리아 음식'으로 알고 있다. 문화란 사실 국적이 따로 존재할 수 없다. 후한의 환관으로 105년 나무껍질과 베옷, 고기잡이 그물을 이용하여 최초의 종이를 발명했던 것으로 알려진 '채륜'은 중국인이다. 따지고 보자면 '종이'은 '중국'의 것이라고 해야하는 것일까. 한복의 재료로 알려진 '비단'의 경우, 중국이 최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러므로 중국이 옳다'는 것을 말하고자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의 국적이란 추상적인 존재일 뿐이다. 비슷한 예로 레시피의 경우 현재에도 특허 등록을 인정하기 쉽지 않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보호해야하는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한복의 주요 재료로 알려진 '비단'은 뽕나무잎을 먹은 누에를 통해 만든다. 고대 중국에서는 비단제조를 국가기밀로 다뤘다. 실제로 중국은 뽕나무 수출로 인해 커다란 이익을 얻었고, 이과정에서 중국 경제의 중심이 강북에서 강남으로 바뀌기도 했다. 중국 비단 시장의 전문화와 상업화를 따지고 볼 때, 한복이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문화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무형자산이다. 즉, 우리의 것이 상대에 가기도 하고, 상대의 것이 우리에게 오기도 한다.


 예전 몽골 지배 당시 몽골 주둔지에서 마유주를 증류시켜 만든 것이 '소주'다. 다만, 그렇다면 소주는 '한국술'이라고 홍보하는 것에 모순이 생긴다. 문화에 국적을 붙이기 시작하면 인류 문명의 시작이라는 '아프리카 대륙'의 호모사피엔스 누군가까지 쫒아 올라가야한다. 본질은 중국이 우리 것을 자기 것으로 우기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얼마나 '소수민족의 독립'을 두려워 하는지를 깨닫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튀겨 죽일 놈들이라고 욕하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가 현상을 보고 어떻게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다만, 어쩐지 이 글을 읽고 불편하신 분들이 있으실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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