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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Feb 24. 2022

[소설] 전편보다 더 나은 후속_달라구트 꿈 백화점 2

with 윌라 오디오북

 스펙터클한 이야기 전개는 없지만, 누구나 공감하고 읽을 수 있다. 소재는 참신하고 전개는 흥미롭다. 다만, 읽으면서 부분마다 '해리포터'가 느껴진다. 판타지 소설이라는 장르를 제외하고 '해리포터'와 닮은 부분은 없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크게 흥행한 '판타지 소설'이라는 점에서 느껴지는 기분일 것이다. 꿈을 판매하는 꿈 백화점에 취업한 주인공 '페니'의 1년 뒤를 2권은 다루고 있다. '소매업', '유통업'에서 일했던 적 있는 이들은 '꿈 백화점'이라는 소재를 제외하고는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물건을 판매하고 서비스하는 업종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는 '꿈'을 판매한다는 신박한 소재와 함께 공감과 흥미를 줬다. 정신분석을 통해 꿈을 해석한 '프로이트'의 이야기는 '지식의 범주' 내에 넣어두고, 어린시절 기분 좋은 꿈을 꾸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아지던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 잠을 자면, '꿈 백화점'에서 '꿈 제작사'들이 공들여 만든 꿈을 구매하고 이용한다. 이런 공상을 '진짜'로 믿어 버리면 적어도 인생에서 잠자리에 들 때의 기대감은 더 해질 것 같다. 언제부턴가 '잠'은 '적'이 되버렸다. 잠에 들지 않기 위에 발악하고 또한 늦은 잠을 자면 게으른 것으로 비춰진다. 학생들에게 '삼당사락(三當四落)'이라는 말을 하시던 학교 선생님의 말씀은 한 때, 진리처럼 느껴졌다. '3시간 자면 붙고, 4시간 자면 떨어진다.' 이외에도 잠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고 줄여야 할 존재로 언제나 여겨졌다.


 수면은 본능이다. 하루 평균 7~8시간은 채워야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명에 필요한 최소 열량을 '기초대사량'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식욕'은 '본능'으로 이 '기초대사'를 채우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이것이 넘쳐도 문제다. 인간의 3대 욕구는 '식욕', '수면욕', '성욕'이다. 이 셋은 넘처도 문제가 되고 부족해도 문제가 된다. 다만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 속에서 이 셋은 모두 제어 대상이다. 눈을 감고 있는 시간보다 눈을 뜨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은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몹시 중요하다. 다만, 우리가 보내는 24시간 중 8시간은 눈을 감고 보낸다. 인생의 1/3에 해당되는 이 긴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대게, 우리가 잠을 잘 때 이용하는 '침대'는 이동할 때 잠시 사용하는 '차'보다 훨씬 저렴하다. '차'는 재력과 신분을 과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사회적 도구'다. 즉, 불편하게 잠을 자더라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고가의 명품차를 구매한다. 다만, 침대는 굉장히 비밀스럽고 사적이며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다. 눈을 감으면 순식간에 지나가 가버리는 8시간을 책임지는 것은 '꿈'이다. 우리는 현실에서 마주하기 힘든 일들을 가끔 '꿈'에서 마주하곤 한다. 보고 싶었던 이를 보기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기도 하며, 가고 싶은 곳을 가기도 한다. 이 시간은 짧게 느껴져도 굉장히 길다.


 '언제나 인생은 99.9%의 일상과 0.1%의 낯선 순간이다.' 소설은 이야기를 다루며 작가의 철학이 묻혀져 나온다. 우리 모두는 특별한 0.1%를 위해 99.9를 희생하고 하찮게 여긴다. 매일 먹던 식사와 외출할 때 마주치는 이웃의 얼굴과 표정, 가족들도 사실 99.9%의 일상이다. 이 모든 것을 하찮게 여기고 바라보는 0.1%는 돌아보면 기억에서 금방 잊혀져버린다. 어떤 기억들도 추억이 된다. 거기에는 슬픔이나, 기쁨과 같은 사소한 감정의 경계가 흐려지고 그 자체로 아름답게 된다. 고생한 기억들이 아름답게 미화된다. 끔찍했던 과거는 점차 아름다운 추억거리가 된다. 중학교 1학년, 국어 선생님은 교실의 오른쪽 칠판 위에 '시' 한 편 씩 적어 놓으라고 시키셨다. 학생들은 돌아가며 시를 적었다. 이 일이 당시에 커다란 고역이였다. 나는 꽤를 내었다. 전날 밤, 시집을 뒤적이다가, 굉장히 짧은 시를 하나 메모해 놨다. 귀찮은 일을 쉽게 하기 위해 찾았던 나의 시는 '이원진 시인' 님의 '추억'이라는 시였다. 


*추억

추억이란

지나기 전엔 돌덩이

지나고 나면 금덩이


 짧고 간결한 시를 발견한 나는 칠판에 일처리를 쉽게 끝냈다는 해방감과 만족감에 젖어 있었다. 생각없던 나의 게으름이었으나 반친구들과 선생님은 이 시를 곱씹었다. 시간이 벌써 한참이 지나 이 시가 불현듯 나에게도 곱씹어질 때가 있었다. 귀찮은 '시 적기' 과제는 하루와 하루를 거듭하면서 점차 '금덩이'로 변하고 있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2의 후반부에 '추억'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불현듯 그 기억이 다시 돌이켜난다. 그리고 힘들었던 일상과 삶이라고 여겼던 과정들이 되살아났다. 다시 돌이켰을 때, 그것들에 감정이 증발하고 나니 그것은 금덩이들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미 나의 뒤에 있는 금덩이는 미처 그 때 깨닫지 못하고 돌아갈수도 소중하게 보관할 수도 없다. 바닷가에 엄청나게 많아 보이는 바닷물도 물이 증발해야, 소금결정을 볼 수 있다. 이런 값비싼 소금을 구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기 딸을 파는 경우도 있었다. 걷어내고 보면 순수한 결정이 남아 그 진짜 값어치가 보여지는 법이다. 감정에 휩쌓여 있는 사람과 사건들은 시간이라는 재료를 만나며 감정이 증발하고 결국 모두가 '금덩이'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늘의 하루도 수많은 금덩이 속에서 파묻혀 살면서 감정에 휩쌓여 돌덩이라고 걷어쳐고 있지는 않는가. 내가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보다가 문뜩, 지금 들려오는 소리와 시선들을 차근히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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