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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30. 2022

[소설] 선택한 가족과 다름을 긍정하는 법에 대한 동화

벼랑 위의 집

어른이를 위한 동화. 장난감 집이 커다랗게 표지에 자리 잡아있다. '벼랑 위의 집'이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올렸던 제목은 '벼랑 위의 포뇨'다. 아이와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은 동화의 제목과 표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첫 페이지를 열었다. 얼마를 읽었을 때는 어렵지 않은 문체에 시원 시원하게 넘어가는 글자는 580페이지나 되는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법이라는 소재로 시작하는 이 책이 '어린이'가 아니라'어른이'를 위한다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을 때, 가장 먼저 생각했던 '벼랑 위의 포뇨'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나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자리 잡은 것은 프랑스 작가 생택쥐페리의 동화 '어린왕자'였다. 생택쥐페리의 동화, 어린완자는 '분명'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읽기를 권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것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단순히 동화같고 단조롭다. 또한 짧다. 다만, 그 이야기를 잊고 지낼 언젠가 '어린왕자'의 대목 하나 하나가 어른이 된 나에게 불쑥하고 찾아온다. 그리고 다시 읽게된 '어린왕자'는 사실, 어린이로 읽었던 동화와 분명히 다른 책이었다. 그 책은 어른이 되어 읽으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유치한 소재와 터무늬 없는 설정에도 어른들은 그 '어른이 동화'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벼랑 위의 집'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과연 '마법'을 소재로 한 판타지 동화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TJ 클룬이 누구인지 먼저 알았다면, 아마 이 책을 읽기 전 부터 마음에 준비를 하고 읽었을지도 모른다. 저자인 TJ클룬은 람다 문학상 수상 작가다. 그는 보험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평범한 남자로 보이지만, 스스로 괴짜라고 인정하고 사는 사람이다. 그는 보통 '동성애'에 관한 장르를 쓰곤 한다. 

 코로나19로 무언가 재밌는 것을 검색해 보기를 반복한다. 넷플릭스에서는 더이상 재밌는 영화를 기대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새로 개봉하는 영화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갇혀 사는 세계에 점차 익숙해지며 심심하고 우울하기를 반복한다. 그런 와중 이 책이 나에게 왔다. 꽤 두툼한 글자는 처음 펴들기 막막하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 한 번 읽기 시작한 책은 속도감 있게 책장이 넘어갔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단순하게 흘러간다. 마법아동고아원을 감찰하는 조사요원인 라이너스 베이커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아원의 아이들을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하는 와중 한 고아원을 조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들어선다. 소설은 생동감이 넘치고 정교하게 짜여져 있다. 기발함과 장난기가 가득 묻어난다. TJ클룬의 성격답게 긍정적임과 괴짜스러움이 잔뜩 묻어진 책이다. 마법 아이들을 위한 고아원, 세상과 떨어져 사는 온화하고 자상한 두 남자 사이의 로맨스,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살피지만 일반 대중의 눈에서 멀어지며 보여지는 관료주의와 편견, 두려움 그리고 그것에 맞서는 가족의 힘. 분명 단순히 신비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을 담은 판타지 소설이 아니다. 제일 처음 '모던패밀리'라는 미국 드라마를 보던 때가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드라마가 한참이나 진행되는 동안 왜 그 제목이 그런 제목이 됐는지 알지 못했다. 어느덧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취지를 알 수 있게 됐다. 이 드라마는 '현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 시트콤의 주인공들은 '게이커플'과 나이 많은 남편과 젊은 여성, 이민자 가족 등 우리가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이 아닌 이들이다. 그러나 현대 미국을 비롯해 대한민국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의 가족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이 소설과 시트콤이 같은 부분을 담고 있다고 보여진다.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다보니, 매력적인 캐릭터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소설의 재미는 곱절이상으로 커저간다. 물론 이 소설이 담고 있는 모든 이야기가 긍정적으로 보여지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바라보는 작가의 성격이 시선으로 반영됐다. 분명 미국에서 조차 이 책에 대해 여러가지로 다른 관점들이 나오는 모양이다. 이 소설은 "The Sixties Scoop"이라는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작성된 책이다. 실제 1950년에서 80년대까지 캐나다의 원주민들이 백인 가정에 강제로 입양됐는데, 이 일로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문화상실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곤 했다. 당시 고아원을 다니며 복지를 감독하는 이가 있었다. 대부분의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가정에서부터 빠져나와 학교나 정부 보호 시설에 수용됐다. 그들은 캐나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지로 입양됐는데 그 숫자가 2만명이 넘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2017년이 넘어서야, 캐나다 정부차원에서의 보상이 이루어졌다. 사실 중산층 백인 집으로 입양된 원주민들의 이야기는 자칫 아름답게 포장될 수도 있겠으나. 사실상 그들은 고문이나 폭력에 시달리고 강제적인 문화적 변화에 트라우마를 겪곤 했다. 지금까지도 각자의 나라에서 2등 시민으로 살고 있는 이들에 대해 사회는 8억 달러의 보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 됐다고 믿는다. 우리가 알다시피, 미국은 비교적 최근까지 노예제도를 유지하던 선진국이다. 독일이나 근대 유럽에서나 있을 법한 '홀로코스트'나 '노예제도'가 북미에 사실상 더 큰 범위로 존재 했다는 사실은 미국인으로써 기분 나쁜 일일지도 모른다.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고 판타지스러운 소재와 함께 섞어 출판된다는 것이 그닥 그들로써 기쁜 일이 아닐 지도 모른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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