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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28. 2022

[감사] 선물자랑_양말목공예 박화영 강사 님의 선물

 


예전에 외제차 관련 기업의 인사담당자로 근무했던 적이 있다. 출시 전, 벤츠 S클래스 신차를 타고 경부선을 따라 남쪽 방향으로 한참을 달렸던 기억이 있다. 테스트 주행 중이 었기에, 대한민국에는 미출시 차량에, 출고가 2억이 훨씬 넘는 차량이라고 들었다. 분명 좋은 차 임에는 분명하지만, 나는 그 차가 왜 그렇게 비싸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당시 내가 해외에서 타고 다니던 차는 '일제 스포츠카'였는데, 굉장히 오래된 구식 자동차였다. 주행감을 즐기기 위해 스포츠카를 구매한 것이 아니라, 그저 가장 빨리 구입할 수 있던 차여서 구매했던 것 같다. 원래 큰 일에 대한 결단이 빠른 편이다. 작은 일에 생각보다 조바심을 갖고 큰 일에 무덤덤한 편이라, 꼼꼼하게 생각해보고 구매하진 않았던 차였다. 번쩍 거리는 벤츠 자동차는 분명 좋은 차였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명품'이라는 것에 그다지 관심이 많은 것 같진 않다. 10년도 더 넘은 준명품 브랜드 지갑을 선물받아 사용했다. 생각없이 구매했던 예전 안경테가 6~70만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그 외에 뭔가 명품을 구매했던 적이 있는가 생각해보면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는 '사람은 입성이 좋아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는데, 그렇다고 옷 사 입으라고, 돈 보태주시진 않으셨다. 그러니 나는 항상 내가 편한 옷을 주로 입고 패션에는 관심이 없다. 차에 대한 관심 또한 마찬가지다. '현대차'인지, '독일차'인지 보다, '전기차'라는 얼리어탑터적인 느낌이 훨씬더 좋았다. 물론 그 철학의 깊이가 깊지는 않으나, 분명 친환경적인 소비를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질 수도 있었다. 나이가 더 들면 들수록, 사람은 테가 나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브랜드에는 관심이 사라지고 골동품에 관심이 많아진다. 쉬는 날 의미 없이 '중고 앤틱'을 검색한다. 무언가 수 백 년 전에 누가 사용하던 물건이라거나, 수 십 년은 된 물건은 그곳에 '역사', '철학',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 같다. 갓 찍어낸 비싼 브랜드 보다, 오래된 골동품에 더 허영심이 생겼다.


'도어벨'을 선물받았다. 박화영 공예사 님의 선물이시다. '유대인의 하루는 저녁 6시에 시작된다' 책에 대한 선물이라고 하셨다. 깨끗하고 깔끔한 소리가 어쩐지 이미 가득한 운을 확장 시켜줄 것 같다. 그러지 않아도 학원 입구문에 오다니는 사람들을 맞이 할 '심심한 종소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참이다. 현대의 명품은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마치 자신의 모습을 비추기 위해 필요한 거울이 고대에는 '청동거울'을 이용해 '신분'을 나타냈던 것과 같이 말이다. 어차피 내가 사용하던 그 어떤 명품이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청동거울' 같을 것이다. 나는 내 욕실 벽면에 싸구려 은거울이 붙어 있는게 청동거울이 붙어 있는 것보다 낫다. 생각보다 우리나라는 '기술'에 대한 존경심이 부족하다. 대한민국에서 웬만한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해외에서 훌륭한 대접을 받는다. 1984년 영국시계학회(BHI)의 최고등급인 MBHI에 아시아 최초의 회원이 있다. 그는 FINAL Grade 시험에 합격하였다. 더군다나 그의 실기 점수는 80점으로, 이 정도 기술자는 신의 경지로 취급하고 전무후무하다. 그는 바로 '박준덕 장인 님'이시다. 수 십 억에서 수 백 억 짜리 시계를 수리하는 장인은 현재 대구 중구에서 공인사를 운영하시나, 어쩐지 그 처우가 더 각별해지지 못함이 아쉽다. 대한민국 사람은 '손재주가 좋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어린 시절 학교 선생님은 동아시아 민족이 젓가락질을 이용해 식사를 하고 비단을 지어 입었으며, 벼농사를 지었기에 서양인들에 비해 손재주가 뛰어나다고 말씀하셨다. 진화론자들에 따르면 새로운 종(species)가 진화하는데는 최소 100만 년 정도 걸린다. 인류가 벼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 1만 5천년 전이고 최초의 비단은 1500년 전 밖에 안됐으니, 나는 그 말을 그다시 신뢰하지 않으나, 가만히 보면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다고 불쑥 내 생각을 의심하게 하기도 한다.


깔끔하게 만들어진 도어벨은 예쁘게 포장되어 사무실로 들어왔다. '짤랑, 짤랑'하고 나는 소리가 분위기를 바꾼다. 흔히 종소리나 싱잉볼은 명상 음악에 주로 사용된다. 아마 이 것들이 만들어내는 파동의 크기가 뇌파에 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실제로 소리가 '떨림'이라는 것은 많이들 알고 있다. 뇌도 감정에 따라 떨림의 파장을 내뿜는데 그것이 뇌파다. 1초에 1~3번이 떨리는 상황은 깊은 수면상태, 4~7번이 떨리면 수면 상태, 8~12번은 휴식상태, 12~15번은 각성상태, 15~20은 활성상태, 20~30은 흥분상태다. 요동치는 뇌파를 고요하게 만들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데 싱잉볼과 종소리가 가진 진동수가 돕는다. 들어오는 사람이 들어오면서 긍정적인 파장에 영향을 받으면, 들어 온 이가 만들어낸 긍정적 파장은 공간을 가득 메운다. 그 공간에 긍정적인 파장이 가득하면, 함께 하는 이들이 함께 긍정적인 영향에 자극받고 그 공간은 긍정적인 공간이 된다. 실제로 자세하게 알 수 없지만 사찰에는 처마종이 간간히 바람에 흔들리며 수행하는 수행자의 수양을 돕는다. 성당에도 종소리는 '성스러운 느낌과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보내주신 감사한 마음이 가득 담겨 있는 선물을 열어보고 내가 하고 있는 작은 일들에도 이런 감사한 보답을 보내 주신다는 것에 기쁘다. 간혹, 이런 고마운 선물들이 종종 집으로 오는데, 그럴 때 마다 적잖은 기쁜 하루가 된다. 하루가 300번이 쌓여 1년, 1년이 100만 쌓이면 일생이니, 이런 보답을 받을 수 있도록 나름의 좋은 영향력을 가지고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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