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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pr 09. 2022

[일상] 코로나19 격리 해제와 아이이름

 2주간 지속하던 아이들의 격리가 해제됐다. 차주부터 아이들이 유치원을 등원하기 시작하면, 정신없던 일상이 차츰 회복되지 않을까 싶다. 마당을 나선다. 기분 좋은 햇살이 수일째 마당을 비추고 있다. 4월 철쭉이 피는 시기라 마당의 색깔이 다양해졌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조금 나가면 제주는 벌써 벚꽃이 한창이다. 어딘가를 내려 걷지는 못했지만, 아이들과 차를 타고 긴 거리를 돌아다녔다. 코로나 격리가 해제됐음에도 조금은 조심스럽다.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아이들은 '무증상'으로 코로나를 맞이했다. 열도 없다. 덕분에 유치원을 나가지 않아 기분은 좋은 모양이다. 유튜브와 같은 영상을 보는 시간을 조절하는 것도 이 기간동안 실패했다. 아이들이 조금 더 어릴 때, 민들레 씨앗을 보여 준 적이 있다. 내 어린시절에도 민들레 씨앗을 찾는 것은 조금 큰 '사춘기 시기' 네입클로버 만큼이나 행운이었다. 비눗방울이나 다른 장난감처럼 민들레 씨앗은 입으로 불어 날리는 재미가 한창이다. 이런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나이라는 것 때문에, 아이를 바라보면 얼룩 묻은 내 마음이 어느정도 정화된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다. 나는 지금도 '코스피', '나스닥', '비트코인 시세'. '금시세', '환율'을 비롯해 '돈'과 연관된 그래프를 들여다 본다. 이 곳에 큰 의미는 없다. 내가 투자하고 있어 들여다 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돈이 흘러다니는 흐름을 지켜보는 것은 일종의 재미이자 호기심이다. 특별히 즐기고 있는 게임이나 스포츠는 없다. 내 유일한 관심사는 그냥 이런 '돈'이다. 돈버는 '욕심'이라기보다, 그저 '물멍', '불멍' 하듯 지켜본다. 이런 것들이 하나 둘 씩 많아지다보면 얼핏 나름의 흐름이 보여질 때가 있는데, 간혹 약간의 흐름상 추세가 확신이 들때, 중장기로 투자를 넣어 보기도 한다. 그렇게 선택한 종목이 '강원랜드'이기도 하다. 어쨌건, 삶에서 '돈, 돈, 돈' 하다보니, 마당에 핀 민들레를 보고 기뻐했던 옛날옛적이 아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들레를 보면, 꺾어서 불어보고 싶다는 생각보다 아이들 입에 갖다두기를 먼저한다. 

 어린시절 어른들의 모습은 실수없는 완전한 존재였다. 뭐든 혼자서 척척하고 안되는 일보다 되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실수없는 완전한 모습의 어른을 보고 자란 것은 어쩌면 어른들의 탓도 있는 것 같다. 어른이 되어보니, 실수나 실패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실 실패와 실수가 어른이 되어도 잦을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깨우쳤다면 더 좋았을 걸하는 생각도 든다. 어제는 다율이가 '젤리'를 예쁘게 담아 놓겠다고 유리그릇을 가져다 담았다. 그 옆에서 잠을 자다가 일어나니 하율이가 외쳤다. "아빠! 다율이가 그릇 깨버렸어요!" 눈을 떠보니 바닥에는 유리 그릇이 산산조각 나 있었다. 잠결에 다율이를 보고 말했다. "아빠가 그러니까 유리는 침대 위로 갖고 오지 말라고 했지!" 말이 끝나자, 다율이 얼굴이 일그러진다. 변명도 하지 않고 닭똥같은 눈물을 흘린다. 그제서야 내가 아이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실수'는 언제나 용서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육아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일단 입에서 뱉어둔다. 뱉은 말의 호흡이 구강을 통과하기도 전에, 그 말이 잘못된 교육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미 뱉은 말의 가속을 주어담지 못하고 일정 톤으로 내지른다. 그리고 다시 사과한다. 나 또한 실수를 했다. 아이의 실수만 나무랄 수 없다. 이 조차 조절에 실패한 실수도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면서 아이에게만 완벽을 기대할 수는 없다. 좋게 생각하자면, 내뱉고 잘못인지 끝까지 모르는 것보다 낫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습관이 고쳐지는 거니까. 

 어제는 아이들이 '날개'를 사고 싶다고 졸랐다.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아마 나비모양 날개를 뒤로 다는 장난감이 있는 모양이었다. 파란색과 분홍색을 골랐다. 보통 다율이는 분홍색을 고르고 하율이는 파란색을 고른다. 색을 정해주지 않았는데, 이미 취향이 그렇게 고착화된 듯하다. 잠옷도, 장난감도, 뭐든 다율이는 분홍색 하율이는 파란색을 고른다. 다율이는 분홍색을 몹시 좋아한다. 음식에 분홍색이 있으면 맛도 보지 않고 고른다. 우유도 딸기 우유만 마신다. 쌍둥이지만 둘의 성향차이는 확실하다. 하율(昰燏),다율(多燏)이라는 이름은 내가 직접 지었다. 하율(昰燏)의 하(昰)는 해 일(日) 아래, 바를 정(正)이 있는 여름 하(昰)다. 또한 다율(多燏)의 다(多)에는 달 월(月)이 둘이나 붙어 아름다울 다(多)다. 해(日)와 달(月)이라는 의미 외에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지은 이름이다. 성명학을 멋도 모르는 채로 지은 탓에 큰아버지께 한소리를 들었지만, 너무 만족한다. 원래는 율(燏)이라는 외자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고 하율이와 다율이로 나눠 이름을 지었다.

 "하율이는 해!, 다율이는 달"

가만히 있다가 외치는 구호다. 그러면 하율이와 다율이가 아빠는 '지구!'라고 외친다. 이름을 그렇게 지은 탓인지, 하율이는 밝고 다율이는 은은한 성격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어쩌면 그 둘의 성격이 상반되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하율과 다율의 율(燏)은 원래 Wilma(율마, 윌마)에서 따왔다. 성실함과 침착함이라는 꽃말과 쓰다듬었을 때, 주변공기를 좋게 하는 향이나는 좋은 허브 식물이다. 주변을 그처럼 긍정적으로 밝히라는 의미였다. 윌마나무는 원래 키우기 까다로운 식물이다. 자칫 물이나 햇볕을 잘못 조절하면 금세 갈변해버린다. 하지만 한번 탄력 받고 자라면 무한대로 자라난다. 딱 우리 아이들을 이르는 것 같기도 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성명학. 맞아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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