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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y 04. 2022

[읽을책] 한, 얼, 알, 울_어린이날

 수량이 하나인 것을 '한'이라고 한다. '한'은 전체를 의미한다. '같다'라는 뜻도 있고 '유일'을 의미하기도 한다. 굳이 영어로 표현해보자면 'University'와 같이 우주를 뜻하기도 한다. 이 말이 갖는 의미는 '하나, 크다' 등으로 쓰여 '한민족', '한글', '대한민국'으로 사용된다. 이는 '하나', '한', '하늘', '하나님'이 되기도 한다. '얼'은 '혼'이나 '영', '정신'과 같다. 일종의 '에너지'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학적인 것을 의미한다. 이또한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얼이 썩은 경우는 '얼이 썩다'고 표현하며 '어리석다'라 한다. 얼을 형상시키는 곳(굴)은 얼굴이고 나이가 어려 어리석은 경우는 '어리다'라고 표현한다. 이는 정신적으로 완숙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얼차려'나 '얼치기', '얼씨구' 등으로 쓰인다. '울'은 경계를 의미한다. '울타리'나 '가축우리', '우리', '서울' 등에서 사용된다. '경계'기도 하고 '땅'을 의미하기도 한다. '알'은 작은 덩어리를 이야기한다. '알맹이', 닭알(달걀), 아래 등으로 사용된다. 더이상 나눌 수 없는 초소량을 말하는 단위이기도 하고 '얼'과 반대로 '형이학적이기도 하고 물질적이기도 하다. '한', '얼', '울', '알'은 하늘과 땅, 에너지와 물질이다. 문뜩 어린이날을 의미하는 '어린이'의 어원을 생각해보다 '순우리말'이 주는 포용력을 생각하게 됐다. 언어의 어원을 살피는 것은 재밌는 일이다. 만국을 공통으로 언어는 비슷한 발음과 형식을 갖는 경우가 있다. 가령 영어나 프랑스어, 한국어, 중국어를 포함하여 '엄마'를 뜻하는 말은 모두 비슷하다. 어쩌면 아기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발음을 기준으로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라틴어를 비롯해 영어, 한국어, 중국어까지 대부분의 언어는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 듯 하지만 거슬러 올라가고 올라가다보면 모두가 같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Green은 초록색을 의미한다. Grass는 '풀'을 의미한다. Ground는 땅을 의미한다. Globe는 지구를 의미한다. Gravity는 중력을 의미한다. Grave는 무덤이나 죽음을 의미한다. Grain은 곡식을 의미한다. Grab은 움켜잡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들은 Gr-로 시작하거나 Gl-로 시작하기도 하며 완전히 다른 어원을 갖는듯 하지만 오묘하게 그것이 갖는 느낌이 비슷하다. 

 Fluid는 유체(흐르는 물질)을 의미한다. fluent는 유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free는 자유로운 것을 의미하고 fly는 나는 것을 의미하며 flat는 평평한 것을 의미한다. plate는 납짝한 접시를 의미하고 plat은 구획된 땅을 이야기하며 play는 놀이를 의미한다. plain은 평지를 의야기한다. 이또한 pl-, pr-, fl-, fr-처럼 모두 발음과 쓰기법이 다르지만 어쩐지 그것이 가르키는 의미가 모두 비슷하다. 미묘한 삼각관계는 한국어로 말해도 일본인이 알아듣는다. 도서관은 일본어로 '도쇼칸', 중국어로 '도슈관'으로 발음한다. 한자를 공유하던 문화권끼리 발음이 비슷해지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보리'는 영어로 barley(보리)라고 발음한다. 간혹 이처럼 언어가 비슷한 현상을 두고 "'급진적인' 사람들은 '한민족'이 세계의 기원이다!"라고 주장하겠지만 '컴퓨터'를 '컴퓨터'라고 발음하거나 '스마트폰'을 '스마트폰'이라고 발음하는 것처럼 세계는 언제나 교류하고 연결되고 소통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1597년 일본과 벌어진 정유재란이면 대략 500년 가까이 된 역사다. 이 시기에 일본과의 전쟁에서 일본군에 잡혀 노예로 팔려나간 조선의 전쟁 고아가 있었다. 그는 노예로 팔려가던 중 아탈리아 선교사에게 매입됐고 그는 그렇게 로마로 가게 됐다. 이탈리아 이름으로 '안토니오 코레아(Antonio Corea)'라는 이 조선 소년은 역사상 최초로 서양에 간 조선인이 됐다.

 세종대왕은 자신이 견디기 힘든 정치적이며 가정사적인 내용으로 견디기 힘들만큼 힘들어 했던 적이 있다. 당시 그의 고통을 잊게 했던 것은 '마방진'이다. 정사각형의 숫자배열에 가로와 세로에 같은 숫자가 배열되는 이 마법같은 숫자는 논리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추리력을 향상시킨다고 알려졌다. 스트레스 해소와 두뇌 계발이 되는 이 게임을 일본에서 '스도쿠'라는 이름으로 지적재산권을 인정받았다. 어지러이 널려 있는 정신을 한곳에 가지런히 모을 수 있는 이런 스도쿠를 오랫만에 보다보니, '마방진'이 떠올랐다. '마방진'을 떠올리니 '세종대왕'이 떠올랐다. 세종대왕 '한글'이 떠오르고, '한글'이 떠오르니 '어린이날의 어원'이 떠올랐다. 이처럼 의미없이 바라보는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생각이 꼬리를 물고 물기를 몇 번을 하니 아이러니하게도 '한, 얼, 알, 울' 과 더불어 '미묘한 삼각관계'와 '안토니오 코레아'까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일상과 별 상관없는 이런 생각과 망상들은 '혼자놀이'를 가능케 한다. 사실상 모든 게임은 '자신이 맞다'거나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흥미' 포인트다. 근래에 읽었던 이종구 작가님의 '고독한놀거리마스터'와 같이 사실상 지지 않는 완전한 게임은 혼자노는 게임인듯 하다. 상대를 굴복시켜 승리을 하는 스포츠와 컴퓨터 게임은 사실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하지만 되려 스트레스를 만들어내는 역효과를 주기도 한다고 한다. 상대를 굴복시키지 않으면서 언제나 노력 여하에 따라 이길 수 있는 게임인 '글쓰기', '책읽기'가 취미인 걸 보니, 확실히 괴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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