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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y 25. 2022

[수필] 다시 태어나도 지금처럼_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일랜드의 극작가 겸 소설가인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는 '젊음을 젊은이에게 주기 아깝다.'라는 말을 했다. 젊은이들이 젊음을 제대로 즐기고 활용하지 못함을 지적한 말이었을 것이다. 노인처럼 시간 죽여 육체와 정신을 소진 시키기에 젊음을 젊은이에게 주는 것은 정말 아까울지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있다. 그 아까운 젊음을 늙은이에게 준다고 알차게 사용할 거라는 확신이 들지도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후회를 하는 동물이다. 후회는 가장 마지막에 남는다. 학창시절로 돌아가면 공부 좀 해둘걸 하는 어른들의 하소연은 실제도 돌려주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습'이 결정하는 인생에서 아마 같은 실수를 반복할 확률이 높다. 젊은 시절을 돌이켜 후회하는 늙은이에게도 그 젊음은 적당한 값어치를 하지 못할 것이다. 가수 유승준의 '비전'이라는 노래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다.


 "타시 태어난다해도 자신이고 싶은, 그런 모습의 삶을 위하여."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자신이고 싶은가. 이 질문에 당당히 '그렇다'라고 대답하기에는 여러가지 망설여지는 부분도 있다. 세상에는 나보다 훨씬 잘난 사람도 있다. 내게 느껴지는 부족한 부분이 너무 잘 보인다. 다만 오랜기간 이 질문에 고민하다 답을 내렸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자신으로 태어나되 조금더 먼저, 조금더 일찍, 조금더 빨리 경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중학교 때는 흘러가는대로 살았던 것 같고 고등학교 때는 생각없이 살았던 것 같다. 스무살에는 닥치는대로 살았던 것 같은데, 서른이 가까워져가며 겨우 '꿈'이라고 부를만 한 것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조금 먼저 알았으면 좋았을 법 했던 것. 물론 지금이라도 알게 되서 참 다행인 것들. 후회없는 지난 날들을 고대로 답습하더라도 조금 빨리 하고 싶다는 생각말이다.



 '주체적인 삶'. 꿈을 이야기 하라면 당당하게 이렇게 말한다. 이 '하위'에는 '긍정', '감사', '균형'이 있다. 다만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은 결국 '주체적인 삶'이다. 누군가에 의해 휘둘리거나 어떤 상황에 의해 휘둘리는 삶이 아닌 스스로 주체성을 쥐고 있는 삶 말이다. 직업이야 뭐가되던 상관없다. 직업은 그저 '돈벌이' 아니던가. 고등학교 진로시간에는 학생들에게 '꿈'에 대한 이야기를 써오라고 시키는 모양이다. 장담컨데 그 과제를 제출시키는 선생 쪽도 꿈을 이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른들은 참 이상하게도 자신도 못한 일을 아이들에게 바라곤 한다. 자신들은 학창시절 꿈꿔왔던 삶을 살고 있지도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는 '꿈'을 꾸라고 말한다. 단 한번도 학교 밖에서 어떤 식으로 사회가 굴러가는지 경험해보지 않았던 아이들은 막연하게 주워들은 직업을 '꿈'이라고 착각한다. 이들이 꾸는 꿈이란 대부분 자신의 능력 범주에서 최대한 지원 가능한 직업군인 경우가 많다. 그 꿈이 이뤄지느냐, 이뤄지지 않느냐는 대게 열 아홉, 11월에 결정된다. 인간의 꿈이 이뤄지든 말든, 그 기한이 고작 19년에 결정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백범 김구는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를 꿈꿨다. 만약 백범 김구 선생의 꿈이 '대통령'였다면 역사는 얼마나 허무하게 그를 바라보겠는가. 꿈은 그런 성격이 아니다. 평생을 가로지르는 가치관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루고 이루지 못하고를 떠나 갖고 있는 것만으로 방향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꿈이나 장래희망에는 '돈벌이'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따위 직업으로 인간의 꿈을 한정 시켜버릴 수 없다. 우리는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나 '주체적인 삶' 등의 인생 가치관을 학창시절 동안 잃게 된다. 꿈은 철학을 담고 있어야지, 연봉을 담고 있어서는 안된다.



 많지 않은 나이이지만 조금 살아보니 그 시절에 속한 이는 깨닫지 못하는 것들이있다. 조수빈 아나운서의 말 처럼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얼마나 빛나는지 말이다. 다시 돌이켜보면 대략 서른, 마흔 정도면 그래도 적당히 어른의 태가 잡혀야 있어야 했다. 다만 지금의 나를 돌이켜 보건데 아직도 나는 이 시절에 속해 있으면서 지금이 얼마나 빛나고 있는지 덜 깨닫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예순이나 일흔정도가 되면 느끼려나. 아니다 여든이 되면 느끼려나, 아니다 그 때도 10년 만 더 젊었으면 날아다녔다는 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 아까운 것이 아니라, 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이에게 주기 아까운 것일 지도 모른다. 누구의 말마따나 '실패를 하지 않는 방법은 실패를 해보는 것이다.' 실수를 줄이는 방법은 실수 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 시절 그것도 모르던 '나'를 비웃을 것이 아니라, 그 실수와 실패를 했던 젊은 시절 덕분에 내가 겨우 그것을 깨닫고 있다고 감사하는 것이다. 조수빈 아나운서는 어린시절부터 꿈이 아나운서라고 했다. 그렇게 명문대를 졸업하고 KBS 9시 앵커로 얼굴을 알렸던 성공적인 아나운서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퇴사를 결정했다. 우리는 마주하기 전까지 그 내면을 알 수 없다. 의사, 변호사, 판사, 검사, 아나운서, 방사선사, 환경미화원, 컴퓨터 공학자 등 직업들은 그 직업을 실제 가져보고 겪어보기 전까지 고충이나 장점, 단점을 알기 어렵다. 막연히 미디어가 만들어낸 환상과 대중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가지고 '꿈'을 결정한다는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나의 직업은 '학원 원장'이면서 '강사'이고 '강연가'이며 '작가'이면서 '농부'이기도 하고 '사업가'이기도 하고 또 여러가지다. 내가 좋아하는 유현준 교수 님은 건축가이면서 강연가이고 작가이면서 방송인이시고 교수이기도 하다. 가수 아이유 님은 가수 이면서 작사가, 작곡가이고 연기자 이기도 하다. 직업은 칼처럼 구분지어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성향의 것이 아니다. 니체는 '철학자'로 알려져 있으나 '교수'였고 공자는 '사상가'로 알려졌으나 일종의 '강사' 혹은 '정치인'이 였다. 우리를 우리로 만드는 것은 어설프게 쌓여 있는 젊음의 흔적들일 것이다.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지만 그래도 그나마 청춘에게 줘야지 별 수 없이 낫다. 어차피 할 후회라면 실패건, 실수건 많이 쌓아둬라. 팔순에 남는 건 통장의 잔고가 아니라 언제나 눈 감으면 떠올릴 수 있는 경험과 기억들일 것이다. 청춘, 이게 우리에게 와 있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실패하고 실수하고 경험하자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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