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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장기적인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 독후감

by 오인환

해외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워킹홀리데이'로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게 30대 안쪽 젊은이들이었다. 20대 초반, 유학을 마치고 회사와 계약 후 '워크비자'를 받았던 상황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20대라는 중요한 시기에 '장기간 여행'이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취업하거나 공부하기 바쁠 시기에 '중장기적'인 여행을 하는 것이 불안해 보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그들은 그들의 몫으로 주어진 삶을 살고, 나는 나의 몫에 주어진 삶을 살다보니 결국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규직원'으로 미래를 보장받았던 나와, '아르바이트'를 통해 가볍고 긍정적으로 삶을 대하는 이들과의 차이는 크게 없었다. '비자'를 고민하고 '연봉협상'을 고민하고 '직장내 인간관계'를 고민하던 나와 그들은 다른 고민을 했다. 그들은 '다음 여행 장소를 살피고 주급으로 받은 급여로 다음 여행 계획을 세웠다.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기대하고 상황마다 긍정적이고 최선의 선택을 했다. '젊은 시절 여행'에 굉장히 부정적이었으나 지나고보니 그들이 맞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제는 친구 녀석과 커피한 잔을 하며 꽤 긴 이야기를 했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였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삶은 분명 가치있는가.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언젠가 부터 따지고 보니 현재를 포기하고 잡으려했던 미래가 지금 돌이켜보니 역시나 없다. 현재를 저당잡고 보장받던 미래도 사라진 뒤에 깨달은 것은 현재는 무얼로도 저당 잡혀선 안된다는 사실이다. 인생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닌, '최선'의 현재를 사는 것이다. 흔히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이뤄야 할 무언가를 설정하고 살아가길 좋아한다. 다만, 계획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가. 10년 전, 내가 세운 계획은 10년 후 나에게 얼마나 이루어졌는가. 성공한 사람들의 일기나 자기계발서를 보면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반드시 자신이 이루고저 하는 일을 이루는 훌륭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따지고보면 우리의 머리는 그닥 좋지 못하다. 한치 앞도 분간하지 못하는 주제에 수 년과 수 십 년의 미래를 예측하고자 한다.

2017년만 하더라도 6만명대의 직원수를 유지하던 은행 4곳은 평균적으로 2만명 씩 인원감축이 됐다. 전년대비 직원이 늘어난 은행은 하나은행이 유일했는데 고작 35명 증가했을 뿐이다. 대게 은행원들은 인원감축이 일어나고 근속년수가 늘었다. 수 년 전까지, 굉장히 유망한 직종이었던 은행원의 감축이 이미 현실화 됐고 실제로 '송금', '대출', '적금'을 위해 '은행'을 방문해서 '창구'에서 업무를 보는 경우를 많이 찾아보기도 힘들다. 모두가 똑똑한 척을 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이 이처럼 유용한 도구가 되어 은행원의 숫자를 줄일 것이라곤 생각치도 못했다. 10년의 계획, 20년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가. 사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 계획'이 아니라 빠르고 합리적인 '선택'이다. 인생는 '선택'의 연속이다. 장기 계획은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에 이미 '정답'을 모두 내려 놓고 시작하는 것과 같다. 비가오면 우산을 쓰고 나가고, 태양볕이 강하면 선글라스를 쓰고 나가야한다. 그것은 임기응변이자 상황판단이다. 마치 10년치 옷을 미리 짜두고 그것에 맞게 움직이는 것은 그저 '계획을 지킨다'는 만족감만 줄 뿐, 비오는 날 선글라스를 쓰고 나가고, 태양볕이 강한 날 우산을 쓰고 나가는 꼴이다. 상황은 언제나 유동적이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빠르고 합리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저당' 잡혀서는 안된다. '더 낫은 판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0년 전에 짜놓은 구닥다리 계획에 맞추느라 어설픈 선택을 해선 안된다.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선 선택을 많이 해봐야 한다. 노래를 많이 하면 노래가 늘고, 축구를 많이 하면 축구가 는다. 선택을 많이 하면 선택이 는다.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선 선택하는 노하우를 늘려야 한다. 실패도 해보고 실수도 해보고 성공도 해보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깨우쳐야 한다. 어떻게 해야 더 합리적이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자신만의 노하우를 깨친 이들은 '결국' 선택의 중요도를 나누고 더 중요한 선택을 위해 나머지를 단순화 시키는 노하우를 갖기도 한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예산은 얼마를 어디에 써야하는지, 무례한 사람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든 것은 처음 맞닥드리면 어설프게 선택하게 된다. 몇 번의 실수를 하고 몇 번의 성공을 하며, 다음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깨우친다. 그것은 수많은 선택을 연습한 이들에게 생기는 '지혜'다. 그 시절 단순히 '워크비자'가 어떻게 될지, '급여'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좁은 직장내 인간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던 나보다는 '관광비자'와 '학생비자'를 어떻게 받고 경비는 어떻게 줄일 수 있으며 어떻게 늘릴 수 있는지, 새로운 사람과 독특한 사람을 자주 접하며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던 젊은 여행자들의 지혜가 조금더 넓고 밝아졌으리라. 우리 주변을 보면 '철저한 장기계획'을 통해 성공한 이들보다, 즉흥적인 임기응변을 통해 빠른 선택과 집중으로 성공한 이들을 만나게 된다. 짧게 '가이드'가 설정한 단기 여행을 하는 것보다, 불필요하게 늘어지는 '장기여행'을 하는 것보다 '한 달보다 길고 일 년 보다 짧은' 중장기 여행을 하는 것이 인생에 커다란 공부이기도 하다. 빠르게 취업해 남들보다 늦지 않은 나이에 취업해서 1~2년 먼저 '대리', '과장'을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르고 현명한 선택과 판단을 하는지다. 인생에서 1, 2년은 중요하지 않다. 무대책으로 형편없는 상사를 만날 수도 있고, 융통성없는 후배를 만날 수도 있다. 좁은 직장생활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둥바둥거리다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 둔다면 그깟 1, 2년과 장기 계획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생은 언제나 즐거워야한다. 이것은 '오늘'을 위해 '내일'을 끌어쓰는 '영끌'이나 '욜로'와는 성격이 다르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저당잡지 않듯, '오늘'을 위해 '내일'을 저당잡히지도 말아야 한다. '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의 저자 '레나' 님은 어딘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제주'와 '뉴질랜드'라는 공간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오랜 기간 해외 생활을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양한 경험은 분명 뼈가 되고 살이 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취업하고, 결혼하고, 성공하고 따위의 것이 아니라, 얼마나 현재를 즐길 수 있고 빠르고 바른 판단을 위해 다음 현재도 즐길 준비가 됐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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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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