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_소설] 일기를 매입합니다. _1화

by 오인환


*서귀

깜빡거린다.

분명 있었던 일이었는데 없던 일이 됐다.

분명 기억하고 있었는데 기억나질 않는다.

3월 1일.

일기의 마지막 날짜는 3월 1일. 그 뒤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스마트폰에 기록된 날짜를 본다.

날짜는 6월 25일.

이 기간은 기록도 없지만 기억도 없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턱이 없다.

3월 1일 이후의 일기장은 무참히 찢겨져 있다. 누구도 함부로 보지 못하게 숨겨둔 일기장이다.

누구의 소행인지 알 턱이 없다. 기억이 나질 않는 이유도 알 수 없다.

'띠리링'

마침 전화가 울린다. '경주'의 번호다.

"여보세요."

경주가 다짜고짜 묻는다.

"혹시 너도 찢겼어?"

"뭘 말하는 거야?"

경주가 난데없이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

"난 다행이 6월 6일까지 찢기지 않았어."

대답을 듣고도 무슨 이야기인지 한참을 모른다.

"도대체 무슨 이야길 하는 거야?"

그때서 '서귀'가 듣게 된 이야기는 허무맹랑했다.

"뭐? 기억을 훔쳐? 그게 무슨 말이야?"

경주는 한숨을 쉬고 다시 말한다.

"너는 너무 많이 찢겼어. 3월 1일이면 '그날' 훨씬 이전 이잖아!"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서귀'는 어리 둥절하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나질 않아. 니 기억을 훔쳐 간 이가 누군지 부터 찾아야겠어."

'서귀'는 다시 묻는다.

"그깟 대학생의 기억은 훔쳐서 뭐하는데?"

"뭘 하다니. 니가 잃어버린 3개월을 누군가가 가져가는 건데..."

남의 과거를 훔쳐서 자신의 미래를 채운다라... 서귀는 판타지 소설 같은 이야기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그걸 너는 어떻게 알아?"

"저주받은 일기장이 봉인해제 됐잖아. 자세한 건 만나서 이야기하자. 일단 니 일기부터 찾아야 될 것 같아."

경주는 그깟 찢겨진 일기장에 과도하게 예민해 있다고 생각했다.

"너 거기 있어. 내가 금방갈께."

*경주

조금 찝찝한 감은 있지만 봉인해제 이전까지 찢어버린다면 '서귀'가 그걸 알 방법은 없을 것이다.

가장 친한 서귀의 일기장을 훔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길게 봐도.. 3개월 정도네요. 수술을 원하시면 진행 하실 수 있지만, 기대는 하지 마세요."

의사의 말에 심장이 '쿵'하고 떨어졌다.

그날 돌아오는 길에 '봉인해제' 된 저주받은 일기장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저주받은 일기장은 '스페인'에서 발견됐다.

그날부터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돈이 아닌 '일기장'을 훔치기 시작했다.

자신의 일기장을 돈 주고 파는 이들도 생겼고 이별한 어떤 이들은 스스로 일기장을 찢어버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별'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서귀'가 떠올랐다.

10년도 넘은 친구지만 그녀는 이별 후유증을 크게 앓았다.

그녀의 기억을 훔치는 것이 그녀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중요할 거라고 여겼다.

방식은 간단하다.

그녀의 일기장을 훔쳐다가 내 일기장 사이에 꽂아두는 것만으로

'기대수명'은 늘어난다.

그녀의 1년은 자신의 1년이고, 그녀의 하루는 자신의 하루였다.

그녀에게서 이별의 슬픔을 지워주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그녀를 위한 일일 지도 모른다. 다만 그녀에게 허락 받지 못한 죄책감만은 어쩔 수 없었다.

*창원

그녀와 헤어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고통은 그 기간을 평생으로 만들었다.

고통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기간을 버려지는 기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인 1년 전으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창원은 그렇게 자신의 일기장을 '중고마켓'에 올렸다.

"하루에 10만원입니다. 제게는 그 어떤 하루보다 소중한 하루지만

급처분하는 의미로 이렇게 싸게 판매합니다. 1년을 한 번에 구매하시면 3000만원만 받겠습니다."

그의 일기장은 중고마켓에 올라가자마자 엄청난 조회수가 올랐다.

'저기 죄송한데, 반년만 구매하고 1500만원은 안될까요?'

'어이그... 그렇게 돈 벌면 좋으세요? 젊은 게 좋긴 좋네요.'

쓸데없는 네고부터 시작해서 엄청난 악플까지 관심은 끊어지지 않았다.

그 와중 '익명'의 아이디로 쪽지가 왔다.

"10년을 30억에 구매하면 파시겠습니까?"

창원은 굉장히 구미가 당겼지만 거절하기로 했다.

"죄송해요. 제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게 3년 밖에 안됩니다."

*서귀

서귀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경주에게 되물었다.

"일기를 쓰지 않는 사람도 있을 거 아냐? 말이 안돼."

경주는 답했다.

"모든 수명이 3년으로 줄었어. 일기를 쓴 사람만 그 만큼 더 채워지는 거야."

"일기 내용은? 분량은? 그런 건 없어?"

경주는 답했다.

"봉인해제 된 일기장에는 그 분량과 내용에 대해서도 상세히 적혀 있는데, 워낙 모호해서 정확히 말하기 힘든가봐. 이를 이용한 사기도 많아. 거짓 일기를 몰아써서 판매하는 이들도 있고..."

경주의 설명에도 '서귀'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 저주받은 일기장'이 '공문서'도 아니고

규격과 내용을 심사하는 심사관이 있을 일도 아니였다.

'그렇겠지...'

서귀는 TV를 켰다.

TV에서는 모 그룹 회장이 청년의 일기장을 모으는 공고문을 올려 파문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기자는 회장이 일기가 진본인지 확인하는 면접까지 진행했다는 점에서 '검찰기소'가 가능한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갑자기 달라진 세상에 '일기'를 구매하는 것은 '인신매매'인지에 대한 토론회가 열리기도 하고 '살인미수죄'를 적용해야 한다 거나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나저나 서귀는 남자친구가 걱정이 됐다.

자신이 이런 처지에 처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했다.

서귀는 전화목록을 찾는다. 그리고 전화를 건다.

상대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창원 씨, 내가 좀 이상한 일을 겪었어.'

창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여보세요"


%ED%9D%B0%EC%83%89%EA%B3%BC_%EB%B6%84%ED%99%8D%EC%83%89%EA%B3%BC_%EC%9E%90%EC%A3%BC%EC%83%89_%EC%82%BD%ED%99%94_%EC%9E%8E%EC%83%88_%ED%85%8C%EB%91%90%EB%A6%AC_%EB%B4%84_%ED%96%89%EC%82%AC%EC%9A%A9_%EC%9D%B8%EC%8A%A4%ED%83%80%EA%B7%B8%EB%9E%A8_%EA%B2%8C%EC%8B%9C%EB%AC%BC_(2).png?type=w580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육아] 유치원 등원 거부하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