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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_소설] 쌍둥이 바이러스_1화

by 오인환

“아니... 그런 바보 같은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단 말입니까?”

영천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공상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 아이디어가 실제로 활용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때는 2018년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1.0명을 뚫고 내려간 뒤,

꾸준한 하향 곡선을 그릴 때였다.

국가는 위기 수준에 도달한 시점이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부르던 0.5는 진작에 뚫고 내려갔다.

“국가의 존폐를 결정할 중요한 순간 이었소.“

검은 양복을 빼 입은 중년의 남성의 주름이 더 깊어 보였다.

그는 오른 손에 쥐고 있는 담배를 입에 물고 ‘쭉’하니 들이 마셨다가,

내뿜으며 말했다.

“어찌 됐건, 출산율을 올리는 데는 성공하지 않았겠소?”

*

뉴스 기사에는 폐업하는 병원과 학원, 학교들에 관련한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어떤 농촌이나 소도시들은 아예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뉴스가 한참을 세상을 떠들던 시점

진주와 화순은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지내오던 둘이다.

항상 좋은 일과 슬픈 일을 함께 하던 그녀들에게 아주 좋은 소식이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배가 조금은 나와 보이는 진주의 임신 소식이다.


“축하한다. 얘.. 몇 주나 됐어?

“아직 얼마 안됐어, 14주 막 들어갔어. 근데, 너만 알구 있어… 애가 쌍둥이야~”

진주는 화순에게 귓속말로 자랑하듯 이야기 했다.

“부럽다. 어쩌면 그렇게 한 번에 둘이나 생겼다니?”

카페에서 과일주스를 마시던 둘은, 그렇게 웃으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띠리링’

“진주야. 네 전화기 아니야?“

진주의 핸드백 속에서 울리는 전화기를 보고 는 말했다.

아차차 싶은 진주가 급하게 핸드백 안에 전화기를 꺼낸다.

‘여보세요’

“혹시 너도 쌍둥이야?”

상대 쪽에서 걸려 온 전화는 나주다.

나주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진주는 당황했다.

중학교 이후로 한번도 연락이 오지 않았던, 나주였다.

대뜸 이제 시작한 비밀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이 불쾌했다.

“어떻게 알았어?”

진주는 반갑다는 인사도 없이, 퉁명스럽게 이야기 했다.

최근 감각이 예민해진 탓에, 조그마한 일에도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연락한지 오래된 친구에게 벌써 비밀이 퍼졌다는 사실은 역시나 불쾌했다.

“나도 쌍둥이거든…”

진주은 다시 물었다.

“그래서?”

진주는 더 이상 대화를 잇고 싶지 않았다.

얼른 대화를 정리하려고 끊으려는 찰나에 나주 다시 말했다.

“문경이도 쌍둥이구, 구미랑, 보은이도 쌍둥이야.”

“…”

“듣고 있지?”

“응“

진주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흔치 않다고 들었던 쌍둥이가 중학교 동창 중에 이렇게 많다니,

시술 때문에 는다고 하지만 너무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주랑, 여주도, 그리고 옥천이도 다 쌍둥이야”

진주는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생각이 들었다.

진주는 전화기의 전원 버튼을 끄고 멍하게 전화기 화면을 바라 보았다.

“무슨 일이야?”

화순이 물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답을 해주어야 할까?

나주가 갑작스럽게 전화해서 농담을 던지고 있는 것일까?

진주의 머리 속은 깜깜해졌다.

그때였다.

카페에서 진주의 뒷 쪽에 앉은 임산부가 남편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얼핏 들려왔다.

"우리 애가 쌍둥이인 것도.. 혹시 그거 때문이야?”

여자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보며 이야기 한다.

뒤통수에 의식을 집중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진주는

급기야 일어나더니, 뒷자리 커플에게 물어본다.

“정말 죄송합니다. 들으려고 해서 들은 건 아닌데요. 그게 뭔가요? 바이러스 같은 건가요?”

*창작소설 페이지에 있는 모든 글들은 1화로 끝나는 엽편소설입니다.

그러나 1화라고 이름을 짓는 이유는 언제 다시 이어져서 시작할지 모를 이야기들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100일 간 짧은 초단편(엽편소설)을 100편 연재할 예정이니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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