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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100년 만에 가장 둥근 보름달에서...

어느 날 달이 말해준 것들 독후감

by 오인환

"스스로를 잃지 않는다면 모두가 너를 응원할 거야."

삭,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달은 스스로 그냥 달이다. 다만 때에 따라, 다른 이름을 갖는다. 이름마다 다른 것을 담는다. 아침에는 좋았던 감정이지만 밤이되면 복잡해지고, 얼마 전까지 행복했지만 얼마 뒤부턴 슬퍼지기도 한다. 감정이 이랬다 저랬다해도 스스로를 잃지 않는다면 그걸로 족하다. 삭에서 보름달로 채워나다가 어느 때부터 다시 삭으로 사그라든다. 사람의 인생이나 감정도 이처럼 완전하지만 이랬다 저랬다 거린다. 그러나 모양을 감춰, 보이지 않는 삭도, 사실 어딘가를 반드시 지키고 있다. 말은 가볍고 글은 무겁다는 작가의 글이 달에 비유되어 여러 감정으로 들어온다. 확실히 글은 말보다 묵직하게 가슴에 내려 앉는다. 학창시절에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살았다. 음악소리가 귓구멍에서 머리를 스치지 않고 심장으로 내리 꽂았다. 적막은 견디기 힘든 지루함이었다. 나이가 많지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 '멀리서 들러오는 TV소리', '자동차 엔진소리' 등. 엄청나게 많은 소음 속에서 '적막'이 그리워진다. 아무것도 틀지 않은 이어폰을 귀에 꽂아 두면 조용히 '적막의 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 '적막'의 소리가 어떤 음악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시각은 모두가 잠들고 혼자 깨어있는 밤이다. 달이 떠서 적막해진 것인지, 적막해지기에 달이 뜬 것인지. 어쨌거나 달은 적막과 함께 했다.

달이 뜬 뒤, 부정적인 생각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을 건너뛰기 하려고 일찍 잠에 들기도 했다. 그러나적절한 망상도 때론 필요하다. 인문학 책만 들여다 보기에 우리는 감성 에세이나 소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인간이기 때문에 '이성적'으로만 살 수는 없다. 음력 8월 보름에 뜨는 '한가위'다. 환하게 내리 비추는 달이 완전히 차올랐다. 오랫동안 보지 않던 친지 가족을 만나고 모두 만난다. 신문은 말했다. '이번 한가위는 100년 만에 뜨는 가장 둥근 보름달'이라고... 100년 만에 뜨는 한가위 보름달이 나에게도 그만큼의 의미가 있을까.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이나 만나면 너무나 반가운 친구 녀석들도, 보고나면 이상하게 기진맥진해진다. 사람을 만나고 해체된 '기'는 '달'이 뜨면 서서히 채워진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80년 만에 내리는 눈을 맞은 적 있다. 대학 강의를 듣다가 불쑥 나왔을 때다. 급하게 사야만 하는 것만 사기 위해 나왔으나, 주머니에는 10센트가 모자랐다. 모자란 동전 때문에 물건을 제자리에 두어야 했다. 가난한 유학생은 편의점을 나와서 하늘을 봤다. 내리는 것이 비인지 눈인지 몰랐다. 무언가가 내 얼굴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이 80년 만에 오클랜드에 내린 첫 눈이라고 했다. 그 눈은 나에게 씁쓸한 의미로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의미라고 해도, 나에게만은 다른 의미일 수 있다. 그것이 '달'이 가진 의미다.

사람들은 예전부터 같은 달을 보고 다른 이야기를 했다. 달은 공포의 상징이기도 하고 호기심의 상징이기도 했으며 불길함의 상징이기도 했다. 역사가 흘러가면서 그때는 맞았던 달의 모습이 지금은 다르다. 달을 닮아 '감정'도 그랬다. 분명 언제고 반듯하게 나를 비추고 있다가, 시기가 지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거짓이었다. 어떤 사람을 만나서 '행복'했던 기억도 나중에는 '잊고 싶은 악몽'이 되기도 한다. 어떤 누군가와 이별했던 슬픔도, 지나고보면, '그땐 그랬지' 하는 추억이 되기도 한다. 그 모습은 그대로나 그렇게 바라보고 저렇게 바라보는 이에 따라 달라진다. 그때와 지금이나 달의 모습은 조금도 차이가 없으나 그렇다. '땅의 달'이라는 '작가 지월' 님은 말했다. 때로는 초승달, 때로는 반달 그러다 결국 때가 되면 보름달. 자신의 시간이 오면 본연의 큰 모습으로 빛을 내어 어둠을 밝힐 줄 아는 사람이라고... 100년만에 뜨는 가장 둥근달은 역시나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에게 의미가 있는 달은 다들 잠든 시간에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에 떠 있을 뿐이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다. 더 밝은 존재가 뿜은 빛을 받아서 비춰 줄 뿐이다. 나 또한 스스로 빛나진 못하더라도 어딘가에서 뿜어져 오는 빛을 받아 다른 어디론가에 은은하게 비추는 존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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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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