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이 사라졌다.
동호는 내려받은 메일을 출력했다.
오래 된 프린터가 괴기한 소리를 내며 A4용지를 뱉었냈다.
몇 장되는 대본을 대충 클립으로 고정한다.
읽던 대본을 마져 읽는다.
얼마간 대본을 살피던 동호의 눈이 갑작스럽게 커진다.
이상한 점이다.
그의 눈이 시계로 떨어진다.
'11:30'
컴퓨터 위에 걸어 둔 전자 시계다.
그것이 깜빡거린다.
'11:31'
시계가 깜빡거린다
앗!
동호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창문을 통해 뛰어내린다.
'쾅!'
커다란 굉음을 내며 동호의 집이 불길에 휩싸인다.
2층 위에서 골목 바닥으로 나뒹굴어졌다.
그의 왼손에는 대본이 들려 있다.
동호는 대본을 다시 살핀다.
***
...
사망시각: 11시 31분
가스폭발화재에 의한 사고사
사고 즉시 소방대원이 출발했으나 현장 즉사로 '동호 役' 출연종료
PS. 지금까지 '장자의꿈'에 출연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
조금만 늦었다면 대본처럼 될 뻔했다.
감정없이 쓰여 있는 대본을 보니 소름이 오싹끼쳤다.
불타고 있는 2층을 올려다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방대원들이 도착했다.
동호는 건너편 에있는 동네 슈퍼에서 그 광경을 지켜봤다.
소방대원들은 열심히 불길을 진압했다.
대본대로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특이점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소방대원들은 불길을 다 진압하고도 한참 떠나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를 찾는 듯 보이다가 돌아갔다.
동호는 집 맞은 편에 있던 동네 슈퍼에서 이 관경을 한참 지켜봤다.
"아저씨! 아저씨! 여기서 뭐하세요!"
쭈쭈바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는 11살 아이다
꼬마가 동호를 보며 말한다.
"어? 어. 아.. 아니야. 건너편에 사고가 난 거 같아서.."
동호는 당황해하며 남자아이에게 말했다.
아이는 쭈쭈바를 한 번 깊게 빨아 먹더니 다시 묻는다.
"아저씨가 동호 아저씨죠?"
아이는 뜸금없이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동호가 당황스러운듯 묻자 아이는 다시 이어서 말한다.
"어이그.. 대본대로 하셨어야죠! 아마 새 대본이 갈꺼에요."
아이는 말하면서 슈퍼 안으로 들어갔다
"잠깐만 꼬마야! 무슨 이야긴지 자세히 좀 설명해 줄래?"
아이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씨익하고 웃으면서 동호를 보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아저씨도 헷갈리시나봐요?"
꼬마는 동호에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이렇게 일을 내시면... 강동구 CP 님을 곧 만나시겠네요."
아이가 슈퍼 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걸어 들어가는 꼬마를 멍하니 지켜보며 서 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