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은 현금 인출기 앞에 섰다.
'두두두두두..'
두터운 현찰이 인출되는 소리가 났다.
'780만원'
철원이 입력한 금액이 그대로 인출됐다.
철원은 잠시 멈춰 있는다.
주머니 속에 있는 스마트폰을 열어 메일을 확인한다.
이메일에는 다시 30건의 스팸메일이 쌓여 있다.
통장잔고를 살핀다.
통장 잔고에는 30만원이 추가로 들어가 있다.
철원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 끈떨어진 가방 속에 돈뭉텅이를 넣는다.
***
3년 뒤
"혹시 다음 투자처는 어디를 보고 계신가요?"
"끝없는 자신감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기자들은 철원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필사적으로 마이크를 들이 밀었다.
철원이 매입한 주식이 고공 행진하면서
철원은 성공한 투자자로 유명세를 탔다.
철원의 투자철학은 사람들에게 굉장히 신뢰를 줬다.
철원은 독특하게도 자신의 개인 신상정보를 모두 온라인에 올렸다.
생일과 이름, 메일 주소를 포함하여 거의 모든 정보를 올렸다.
그는 어떤 연락도 '전화'나 '문자'가 아닌 '메일'을 통해 받았다.
그 누구도 쉽게 그와 연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철원의 투자 철학을 신뢰했다.
철원의 투자 철학은 단순했다.
'떨어지면 더 산다.'
누구나 알고 있는 단순한 투자 철학이지만
모두가 그 투자 철학을 지키지 못한다.
철원은 달랐다. 주식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더 많은 메일을 보내왔다.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나 시황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럴 때면, 가득한 메일에 쌓인 불안들은
철원의 통장으로 모두 환전되어 돌아왔다.
철원은 그 불안들을 다시 사들였다.
주가가 올라가면 메일은 잠시 뜸해진다.
주가가 고점에 닿으면 철원은 갖고 있는 주식을 모두 매도했다.
철원의 매도 물량이 쌓이면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사람들은 철원에게 다시 문의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철원이 유명해진 것은 초기 700만원 때문이다.
그는 하루 아침에 굴러 들어온 700만원 이상의 돈이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선착순 700명_제 메일로 계좌번호를 보내주신면 5,000원씩 드리겠습니다.!"
글이 올라가고 첫 댓글이 달렸다.
'할 일 없으시면 그냥 주무시죠?'
'이건 또 무슨 신종사기?'
여러 댓글이 달렸지만 40분이나 지나고 메일이 한통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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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말 5,000원 주시나요?
135-1254-151542 예천은행 (예금주: 강원도 )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보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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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철원은 '원도'의 계좌로 5,000원을 입금시켰다.
한편, 동생과 함께 고시원 생활을 하던 '원도'의 통장에 알림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원도'는 밀린 고시원비 때문에 동생과 몇 일 째,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태였다.
"진아!, 여기 좀 봐. 이 사람 진짜 5,000원을 입금했어."
원도와 진은 통장에 입금 된 내역을 다시 한 번 살폈다.
진이 원도를 보며 다시 말했다.
"형, 한 번만 더해볼까? 700명까지 준다잖아. 중복하면 안된다는 말이 없는데?"
원도는 다시 메일을 보냈다.
다시
'띠딩'
얼마 뒤 원도의 통장으로 다시 5000원이 입금됐다.
놀랍게도 철원의 글이 업로드 되고 한참이나 지났지만,
자신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메일을 보낸 적이 없는듯 해 보였다.
댓글을 보면 온통 욕 뿐이었다.
그날 밤. 철원은 '강원도', '강진'이라는 두 사람의 계좌로 각각 300만원씩 입금했다.
반대로 철원은 돈을 보냈지만 통장잔고는 1천 만원으로 늘어나 있었다.
원도와 강진은 집밖으로 나와 집주인에게 밀렸던 수 개월의 집값을 들이밀었다.
원도와 강진은 철원에게 마지막으로 메일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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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은인이세요!
어째서 이렇게 돈을 보내주셨는지는 모르지만
덕분에 너무 급한 일을 해결했어요.
어쩐지 바쁘신 분이시겠지만 꼭! 은혜보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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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고 철원의 메일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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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러지 않아도 저를 도와주실 분을 찾고 있었어요.
두 분이 형제분이시죠?
저를 도와주신다면 이보다 더 큰 사례를 하겠습니다.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저를 유명하게만 만드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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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와 진은 메일을 받고 믿기지 않았다.
원도는 자신이 일하는 '봉개일보'를 들여다 봤다.
어쩐지 자신이 철원을 도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