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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Oct 06. 2022

[집필_소설] 동호 役_3화

걸어 들어가는 꼬마를 가만히 지켜본다.

동호는 어안이 벙벙했다.

동호는 구겨진 대본을 다시 살핀다.

***

...

사망시각: 11시 31분

가스폭발화재에 의한 사고사

사고 즉시 소방대원이 출발했으나 현장 즉사로 '동호 役' 출연종료

PS. 지금까지 '장자의꿈'에 출연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

알 수 없는 소리들...

꼬마에게 묻고 싶었지만 당췌 정신을 차릴 수 없다.

동호는 대본을 들고 골목으로 나왔다.

새까맣게 타버린 집.

자신의 집을 멍하게 바라본다.

이 괴상한 경험보다 불쾌한 것은

두고 온 스마트폰이다.

내일 출근도 문제다.

광진구 과장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해야 할텐데..

그 지랄 맞은 성격이 타버린 집보다 걱정 스러웠다.

타버린 집을 한참을 쳐다본다.

"저기요."

골목을 지나가는 깔끔한 차림의 여자가 동호를 불렀다.

"이걸 흘리 셨는데요."

"네?"

동호는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본다.

자신이 들고 있는 대본 말고는

잃어 버릴 만한 게 없다.

다만 내미는 여자의 손은 쪽지처럼 잘 접힌 편지가 있었다.

그 모서리에는 틀림없이 적혀 있다.

'동호 役 배우 님께'

여자를 바라본다.

여자는 왜 쳐다 보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하더니,

쪽지를 동호 손에 쥐어주고 가버린다.

본능적으로 동호는 쪽지가 자신에게 왔음을 인지한다.

펴본다.

***

계약대로 진행하지 않은 위반 사항은 

차후 협의를 통해 징계하겠습니다.

대본 재조정을 위해 12시 반까지

다모아 순댓국 집으로 오세요

-강동구 CP

***

강동구 CP...

징계... 조정...

동호는 알 수 없는 내용에 불안감을 느꼈다.

이미 저 만치 멀리 걸아가고 있는 여자를 좇아간다.

"저기요. 정말 죄송한데요. 혹시 핸드폰 한 통 좀 쓸 수 있을까요?"

"네?"

"제가.. 저 타버린 집에 살고 있었거든요. 경찰에 신고 좀 해주세요."

여자는 순순히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동호는 감사하다고 말하고 번호를 누른다.

1...1...2..

112: 긴급신고 112 입니다.

동호: 여보세요.

112: 네. 말씀하세요.

동호: 협박을 당하고 있어요.

...

얼마 간의 전화가 끝나고 전화기를 여자에게 돌려줬다.

동호는 다모아 순댓국 집으로 간다.

지금 출발하면 시간 맞춰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강동구CP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행동하라고 했다.

경찰이 시킨대로 동호는 그를 만나기로 했다.

순댓국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때 광진구 과장이 동호를 불렀다.

"동호 씨, 여기서 뭐해?"

과장은 한껏 웃으며 말했다.

"아.. 아니에요. 일이 있어서요."

강동구 CP가 이 근처에 있을 것이다.

동구는 과장을 빨리 보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회사 아닌 곳에서 보니, 내일 또 보겠지만 반갑네."

과장은 평소 동호에게 보이지 않던 친근함을 보인다.

"과장 님, 제가 내일은 결근을 좀 해야 될 것 같은데요."

동호가 말하자, 광진구 과장은 웃으며 그러라고 한다.

이상하다.

이유도 묻지 않고 그러라고 한다는 게...

어찌됐건 광진구 과장을 빨리 보내야 한다.

횡설수설 둘러댄다.

그때, 경찰로 보이는 둘이 광진구 과장 뒤로 온다

"강동구 씨 인가요?"

경찰이 묻자 과장은 황당하다는 듯이 답했다.

"아닌데... 누구시죠..?"

어설픈 경찰과 눈치 없는 과장 덕분에

강동구 CP를 보지 못하게 됐다.

동호는 무능하고 어이없는 상황에 화가 났다.

과장은 경찰에게 신분증을 보여준다.

경찰은 주변을 살폈다.

"휴.. 저희 회사 과장님이세요. 우연히 만나게 됐어요."

경찰에게 동호는 말했다.

"동호 씨, 이게 다 무슨 일이야?"

과장이 묻자 동호는 한숨을 깊게 쉰다.

"과장님, 나중에 설명해 드릴께요."

그때 과장이 다시 물었다.

"그러게... 대본대로 했어야지..."

경찰 둘은 조용히 뒤를 돌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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