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밤, 습관처럼 하는 의식이 있다. '6살 쌍둥이'에게 들려주는 '베드타임 스토리'가 그렇다. 나의 베드타임 스토리는 독특하다. 내용이 괴상 망측하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아이는 의문을 제기하거나, 자기가 이야기를 이어 짓는다. 어차피, 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랑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장난치려고 하는 행위다.
이야기는 언제나 '아기 코끼리 덤보'로 시작한다.
'아기 코끼리 덤보는 코가 한 뼘 정도되고, 귀는 이만~큼 크커서 하늘을 덮을 만큼 큰 귀로 펄럭거리면서 나비처럼 날아다녀.'
매일밤, 이처럼 아기 코끼리 덤보에 대한 소개로 시작한다. 아기 코끼리 덤보는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우연찮게 한 집을 방문한다. 집에 들어 앉아 있는데, 한 여성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덤보에게 묻는다.
"덤보야, 덤보야.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보통 이 정도까지 이야기가 전개되면 아이들은 외친다.
"백설공주요!"
그러면 이야기를 한번 비튼다.
"땡!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건, 마녀 님이에요~"
그럼 아이들은 원래 알던 내용과 달라진 이야기에 당황한다.
"아빠, 아니야. 백설공주가 제일 예쁘거든?"
아이들이 열렬하게 항의하면 묻는다.
"백설공주 본 적 있어? 마녀가 더 예쁠 수도 있잖아. 덤보가 볼 땐, 마녀가 더 예쁠수도 있거든?"
"아니거든?"
어쨌건 이야기는 계속된다.
"원래 사람이 물어보면, 물어보는 사람을 제일 예쁘다고 해주는게 매너거든?"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를 계속한다. 이야기에서 아기 코끼리 덤보와 마녀는 사과를 준비하고 백설공주 집을 찾아간다.
'똑똑 똑똑 똑'
문을 두들긴다.
이쯤 전개되면 아이들은 '마녀와 덤보가 독사과를 전달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야기 방향은 다시 뒤틀려진다.
"Do you wanna build a snowman?(나랑 눈사람 만들래?)"
마녀와 덤보가 묻는다. 여기까지 진행되면 아이들은 그건 '겨울왕국'이라고 저항한다.
아이들이 노래 부르기 시작하면, 이렇게 말한다.
"그건 겨울왕국이지, 이건 아기코끼리 덤보 이야기거든?"
'이상한 나라의 아기 코끼리 덤보'에서 백설공주는 눈사람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조건을 내민다. 조그만 문구멍으로 손가락을 내밀어 보라는 주문이다.
이때, 아기코끼리 덤보는 뭉툭한 손가락을 내민다. 손가락을 보고 문을 열어보니 백설공주는 '일곱 난쟁이가 아니라, 아기염소 일곱마리와 살고 있었단다.
아이들은 이쯤되면 아기 염소 일곱마리를 잡아먹은 '늑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늑대는 나쁜 아이라고 말한다. 되묻는다.
"늑대가 왜 나빠?"
"잡아먹으려고 하잖아"
"잡아 먹을지, 안잡아 먹을지 어떻게 알아? 그리고 이거는 아기 코끼리 덤보 얘기지, 늑대는 안 나오거든?"
이야기는 즉흥적으로 이어진다. 백설공주는 아기염소 일곱 마리의 질투와 시기에 시달리다가 파티에 참석도 못하게 됐다. '덤보'는 집에 있는 늙은 호박과 생쥐, 도마뱀을 가지고 멋있는 호박마차를 만들어 준다. 단, 12시까지 돌아가야 한다는 조건을 내민다.
백설공주는 호박마차를 타고 파티장을 간다. 그리고 약속대로 12시에 집으로 돌아가다가 결국 신고 있는 신발이 벗겨진다.
다음날 아침, 파티장에 있던 왕자가 신발을 들고 온다. 그리고 주인이 누구냐고 묻는다.
"이 고무신이 누구거요?"
아이들은 '고무신이 뭐야?'하고 묻는다. 고무신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해준다. '유리구두'라고 아우성친다.
"유리구두는 신데렐라 잖아. 이건 아기코끼리 덤보 얘기거든?"
황당하게도 고무신은 아기코끼리 덤보에게 딱 맞는다. 그리고 덤보는 그것이 자기 신발이라고 말한다. 그로써 아기코끼리 덤보는 피노키오 왕자님과 결혼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면 항상 같은 멘트로 마무리한다.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야기가 종료가 되면 아이들은 잠을 잔다. 이야기의 구성은 없다. 교육철학도 없다. 그냥 재미로 한다. 다만 아이들은 잠자는 시간이 되면 '아기코끼리 덤보'이야기를 찾는다. 아기코끼리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이가 유치원에서 친구와 싸운 이야기나, 할머니 집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섞는다. 그저 그러면서 논다.
어쩌다, '아기 코끼리 덤보'가 주인공이 됐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하다보면 항상 시작과 끝이 같다. 아기 코끼리 덤보로 시작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으로 종료된다. 아마 오늘도 하고, 내일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