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아기자기, 잔잔한_두둥실 천국 같은

by 오인환

소설가 '오가와 이토'의 책은 처음 접했다. 그녀는 '츠바키 문구점'이나 '달팽이 식당' 등으로 이미 꽤 명성을 얻은 일본 작가다. 그녀의 소설은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특유의 책 표지 분위기와 제목만으로도 문체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소설은 아직 접해보지 못했지만 에세이에 사용된 문체로 생각해보면 '아기자기'하고, 둥글둥글한 글을 쓰지 않을까 예상한다. 일본 서점을 가 본 적은 없다. 다만, 가지고 있는 일본 책들은 대게 '핸드북' 사이즈가 많다. 한국에서 출간된 책 중에서 '원서'를 소장하고 싶어서 구매하면 대부분 핸드북 사이즈가 와서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오래 알고 지낸 일본 친구가 보내 준 책도 핸드북 사이즈였다. 친구에게 묻자. 일본의 책은 사이즈가 작고 가벼운 편이라고 한다. 일본 뿐만 아니라, 오세아니아나 유럽의 책들도 가볍고 크기가 작은 책들이 많았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의 책이 유난히 화려하고 무겁다. 책이 무겁기 때문에 쉽게 들고 다니기 어렵다.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보기에 편리하기 때문에 더 많은 독자에게 선택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두 국가 모두 독서량은 많지 않으나, 한국은 놀랄만큼 적다. 세계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는 국가는 인도로 일주일에 10시간 42분을 책 읽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반면, 일본과 한국은 각각 4시간, 3시간만 책을 읽는다. 주당 1시간이라면 별차이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1년이면 52시간, 10년이면 520시간이 넘는 시간이다. 결코 그 시간이 적다고 할 수 없다. 일본인들이 한국인들보다 책을 많이 읽는 이유는 아마도 '만화'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다. 가볍게 종이책을 다루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책'에 대해 친근함을 갖고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오가와 이토'의 '두둥실 천국같은'은 1월 8일로 시작해 12월 29일로 끝나는 작가의 일기장이다. 유럽으로 어학연수를 떠나며 겪었던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책을 읽으며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20대 초반, 나 역시 '뉴질랜드'로 어학연수를 했던 기억이 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만나며 언어를 공부했다. '어학연수'는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실제로 '어학연수' 시간에는 '언어'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문화를 배운다. '언어'는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당연히 도구를 이용해서 다양한 소통을 하기 마련이다. 대부분, 상대방의 문화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다. 이성이라면 또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하게 된다. 결국은 '사람'을 대하는 공부다. 어학연수 기간에 '한국인'들은 대게 어학원을 마치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각종 문법책과 영어 단어책, 독해 문제집을 사서 오랜 시간을 앉아 있다가 왔다. '연수'라는 말 자체가 '갈고 닦다'라는 의미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과 다르게 사용해보고 부딪치기를 반복해야 한다. '파티'를 하고 '여행'을 하는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배운 언어를 많이 써보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학'보다는 '어학연수' 쪽이 더 문화적으로 배우는 부분이 많기도 하다. 실제로 현지 어학원을 가게 되면, 현지인이라고는 선생님 한 분 있는 강의실에 각각의 여러 나라 학생들이 모여 앉아 떠든다. '요르단, 브라질, 스페인, 일본, 중국, 아르헨티나, 인도'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과 한참을 떠들고 여행을 다니면서 제3국을 공부한다. 아마 이런 행위는 글짓는 '작가'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소재가 될 것이다.

자식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엄마를 소개로 책은 시작된다. 얻어 맞는 입장에서도 글은 어둡지 않다. '그냥 뭐 그럴 수도 있지. 뭐' 라는 느낌으로 넘어간다. 역시 현실이 현실이 아니라, 생각이 곧 현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그런 것은 없다. 가볍게 쓰여진 글 때문에 '가장폭력'의 상처가 무겁지 않게 왔다 지나갔다. 책에는 참 재밌는 내용이 하나 있었다. 바로 '반달가슴곰'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녹화해 두었던 반달가슴곰에 대한 프로그램을 봤다. 이 역시 일기로 기록했다. 암컷 반달가슴곰은 굴에서 겨울잠을 자면서 새끼를 낳는데, 초봄이 되면 새끼와 어미곰이 굴 밖으로 나온다고 한다. 어미곰은 새끼곰과 함께 놀아주고 젖도 먹인다. 어미곰이 새끼곰과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암컷은 발정하지 않는다. 고로 수컷 반달곰은 암컷과 교미하기 위해 '새끼곰'을 죽여버린단다. 그녀가 본 방송에서 암컷 곰은 2년 연속으로 새끼곰을 잃었다. 숫컷 반달가슴곰에게 빼앗긴 것이다. 이 영상을 보며 그녀는 '인간 사회'와 내용을 연결한다. 사실 반달곰의 습성이 어떠한지 고민해 본 적은 없다. 발정난 수컷의 성욕이 아이를 살해할 만큼 위협적인가. 쌍둥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보건데, 당연히 이는 '인간 세계'와 다르다. 그러나 어쨌건 인간 사회에서도 이처럼 야만적인 사건은 종종 일어나곤 한다. 형태야 어찌됐건, '성체'의 부모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식을 버리는 행위는 종종 있다. 이유야 어찌됐건, 조선 후기에 '영조'라는 왕도 자신의 자식을 죽이지 않았던가. 글을 짓는 사람들은 분명하게 어떤 인풋이라도 다각도로 생각해보는 것 같다. 어쨌거나 책은 특별할 것 없는, 일과를 아기자기하고 잔잔하게 기록한다. 마치 책의 제목처럼 두둥실 가벼운 문체가 일관적이다. 읽는 동안도 가벼운 문체만큼이나 가벼운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

20230101%EF%BC%BF173943.jpg?type=w580
20230101%EF%BC%BF173948.jpg?type=w580
20230101%EF%BC%BF173954.jpg?type=w580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생각]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