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멀티태스킹은 가능하다. 다만..._반성문

by 오인환

책을 읽을 때, 쇼팽을 틀어 놓고 읽을 때가 있다. 오래된 습관은 아니다. 최근에서야 갖게 된 습관이다. 어쩐지 오래 갖고 갈 듯하다.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듣는 일이 가능한가 따지고 들자면, 개인적으로 '아니다' 쪽을 말하고 싶다. 책을 읽을 뿐만 아니라 기타 글과 관련된 일을 할 때, 음악을 들으면 능률은 기가 막힐 정도로 떨어진다. 같은 한 줄을 여러 번 읽게 되고, 그럼에도 머리에 남지 않는다. 그나마 피아노, 그나마 쇼팽의 노래가 낫다. 멀티태스킹은 가능한가? 단연컨데, 절대 불가능하다. 여기서 불가능이란 그 능률의 상실 없는 멀티태스킹을 말한다. 능률을 제외하고 '멀티태스킹'을 묻는다면 '가능하다'라고 답할 수 있다. 다만 반드시 높은 확률로 실망스러운 결과를 가질 것이며, 높은 스트레스, 긴 작업시간, 마감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등 잃어야 할 것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 '차량이동' 중에 음악을 듣거나, 운동 중에 드라마를 보는 일은 '멀티태스킹'을 한다. 두 업무의 능률이 극대화로 필요하지 않은 경우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하면서 가벼운 오디오북을 듣거나 음악을 듣는 일 정도는 할 수 있다. 다만, 글을 쓰면서 힙합을 듣는다거나, 책을 읽으면서 발라드를 듣는 일은 멀티태스킹에 적합하지 않다. 인간 뇌는 만능이 아니다. 뇌 뿐만 아니라 인간의 신체가 그렇다. 가령 '소리'를 내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콧소리를 내면서 입으로 소리를 낼 수 없다. 콧소리를 내며 입으로 소리를 낼 수 없다. 물을 마시면서 숨을 쉬는 것도 힘들고, 오른손과 왼손으로 다른 도형을 그리는 일도 어렵다. 그것이 가능한 수준으로 훈련을 한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행동을 따로 하는 경우보다 효율이 떨어진다. 뇌공학자 '장동선' 박사는 독일에서 생활하다가 한국으로 귀국했다. 그의 독일 지도교수의 말 때문이었다. 교수는 '가정'과 '커리어' 그 둘을 모두 가지는 건 힘들다며 둘 중 하나를 아주 처참하게 찢어버려야만 가능하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우리가 존경해 마지 않는 이들은 그 둘을 모두 가졌을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대부분 둘 모두가 아니라, 하나에 오롯하게 집중했다. 고로 '장동선' 박사의 말처럼, 다른 하나는 아주 처참하게 찢어버렸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받은 노벨상 상금을 첫 번째 부인과의 이혼 위자료로 전액 사용했다. 애플의 스티브잡스는 '딸' 리사를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무정자증'이라는 궁색한 변명만 하던 무정한 아버지였다. 뉴턴은 말년에 자신의 전 재산을 주식에 투자하여 몽땅 날렸다. 빌게이츠도 이혼을 마무리하며 그것이 자신의 약점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모차르트는 경제관념이 빈약하여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니다 병마로 요절했다. 일론머스크는 갓 낳은 아이가 병에 걸려 죽었고, 첫 번째 아내에게 이혼을 당했으며 자신의 생일에도 24시간 내내 일을 해야만 하는 일중독자였다. 둘을 모두 갖는다는 것은 꽤 그럴싸 해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애당초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쏟아 놓느냐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둘을 갖는 다는 것은 모순을 뜻한다.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 '차가운 핫초코'처럼 모순적이다. 그것은 훈련이나 기술의 발전이 닿지 않는 철학의 영역에 있다. 중생에게는 그런 욕심이 언제나 있다. 벌지 않고 누리려는 욕심, 읽지 않고 고득점하려는 욕심, 굶지 않고 늘씬해지려는 욕심, 고민하지 않고 깨달으려는 욕심. 그것은 모두 철학의 영역이다. 단순히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상극인 둘 모두를 취하는 것을 욕심이라고 한다. 그릇은 작지만 더 많이 채우려는 것이 욕심이다.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원씽'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멀티태스킹'은 가능하다. 다만 문제는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욕심이 많기 때문에,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싶다. 그러나 하나씩 차근 차근히 순서를 정해서 처리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그렇다.

아이가 유치원을 가려면 바지를 미리 준비한다. 자기가 입을 옷은 자기가 직접 준비하도록 한다. 다만 아이가 찾지 못하면 도와주기도 한다. 한 벌, 한 벌 아이에게 괜찮은지를 물었더니,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하율이에게 저도 모르게 '버럭'하고 소리를 질렀다. 하율이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다만, 방금 마음에 들지 않다고 했던 옷이 마음에 들어졌다고 했다. 그렇게 일달락 됐다고 생각했다. 밤 9시 정도에 아이와 누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유치원 친구가 장난감을 변기통에 빠뜨려서 선생님께 혼이 났다는 이야기와 선생님이 두꺼운 바지를 챙겨 오라고 말씀 하셨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잠을 자기로 했다. 조용해진 방안, 혼자서 하율이가 '훌쩍'거리며 울었다. 깜짝 놀라 물었더니, '아빠가 무섭다'라고 했다.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조차 깨닫지 못하는 찰라의 순간에 아이가 상처를 받은 모양이다.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혹시 다음에 아빠가 또 화내면, 알려줘. 아빠도 모르고 그러나봐."

아이는 알겠다고 말했다. 그 뒤로도 몇 번을 훌쩍이다가, 아이가 잠에 들었다. 아이가 잠에 들고 곰곰히 생각했다. 나는 왜 짜증이 올라왔을까. 생각해봤더니, 일과 시간에 해야 했던 업무를 아이와 함께하는 저녁 시간까지 들고왔다. 머릿속에는 무언가를 정리하고 있는데, 아이가 머릿속을 어질러 놓자 순간적으로 '욱'하고 올라왔던 모양이다. 아이에게 '반성'한다고 말하고, '반성'의 의미를 알려 주었다. 멀티태스킹은 가능하다. 다만 그 능률은 하는 업무 둘을 형편없게 만든다. 따져보니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에는 제대로 된 일도 하지 않는다. 그냥 망상과 상념들을 쌓아 둘 뿐이었다. 그렇다. 잊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고 해야 한다면, 최대한 그 중간에 순서를 정하고 '명상'과 같은 '정리'시간을 두어야 겠다.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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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aziXnGuT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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