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시장 복실이 3

울부짖는 복실이

by 이세

“아빠 어서 가자 이제 집에 가요”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더 이상 아빠가 그 사장님과 흥정하는 게 싫었다. 분명 아빠가 데려가 아이들과 키울 꺼라 말했음에도 무뚝뚝한 사장님은 아빠가 고른 강아지의 앞발과 뒷발을 두 개씩 포개서 묶고 움직이지 못하도록 묶은 뒤 마대 자루 안에 넣어 입구를 꽁꽁 묶었다. 아빠는 머쓱하니 근으로 달은 개의 값을 치르고는 마대를 들고 다시 같은 미로를 지나 트럭으로 돌아왔다. 나 역시 불쾌한 장면과 함께 다시금 찌린내 진동하는 물길을 피해 종종거리며 뒤를 따랐다. 안고 가고 싶은 나의 마음과 달리 아빠는 자루 채로 트럭 뒤 짐칸에 두었다. 돌아오는 두 시간은 마음이 콩닥거렸다.


‘엄마가 뭐라고 할까?’


분명 아빠는 대답을 준비했을 꺼라 생각하며 화난 엄마의 얼굴을 잊기 위해 고개를 저었다. 오는 길 내내 낑낑 소리 한 번을 내지 않는 강아지를 보며 이름을 생각했다. 털이 길고 보들보들한 나의 강아지. 복실이였다. 트럭을 세우고 주춤주춤 마대자루를 들고 마당에 들어선 아빠의 등 뒤에 숨어 엄마의 얼굴을 살폈다. 치켜 올라간 눈썹과 매서운 눈은 자루와 아빠 그리고 나를 쏘아보고 있었고 당장이라고 화가 튀어나올 거 같은 입은 벌어진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아빠는 또 그렇게 어물쩍 엄마의 원망을 넘어갔다.

마대 자루를 풀고 꽁꽁 묶은 줄을 푸르고 나서야 복실이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까맣고 동그란 눈, 길고 보드라운 연한 갈색의 털, 발바리라 하기엔 크고 셰퍼트보단 작았다. 여우 같은 뾰족한 주둥이에 바라던 품종 있는 개는 아니어도 내 강아지였다. 복실이는 정말 내 품에 쏙 들어오는 안아주기 좋은 크기에 예쁜 개였다. 나는 복실이에게 한눈에 반했다. 복실이는 마치 얼어있는 듯 짖지도 낑낑거리지도 않고 바들바들 떨기만 했다. 까만 눈에는 초점 없는 공포만 서려 있었다.

아빠와 함께 미지근한 물에 복실이를 씻기고 현관 올라가는 계단 옆에 복실이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저녁을 먹은 후엔 남은 밥을 고깃국에 말아 복실이에게 주었다. 그제야 복실이는 꼬리를 들어 살그머니 흔들기 시작했다. 복실이를 쓰다듬으며 수십 번을 새겨주었다.


“복실아 너 이제 살았어. 그 지옥 같은 곳에서 우리가 널 데려왔어. 그러니까 이제 걱정하지 말고 밥도 많이 먹고 나랑 놀자.”


겨울이 지나 꽃피는 봄이 오듯, 얼음이 녹아 시내가 졸졸 흐르듯 두려움에 꼼짝 못 하고 바들바들 떨기만 하는 복실이가 어서 애교 많은 내 강아지가 되길. 내미는 나의 손에도 거부도 도망도 치지 못하고 쪼그려 오줌만 지리는 복실이가 나는 너무 안쓰러웠다. 복실이 머리에서 모란시장을 지워 주고픈 마음으로 한참을 쓰다듬으며 조잘거렸다.


“복실아 나랑 이제 매일 산책도 가고 내가 너 아침저녁으로 맛있는 밥도 많이 줄게. 너 고기 좋아하지?”


아마도 복실이 밥 당번 산책 당번은 나 일터였다. 복실이가 싸는 똥도 내가 전담해서 치워줘야겠지. 나는 그 아이가 썩 맘에 들었다. 낮에 화난 표정의 엄마 얼굴을 떠올리면 복실이를 안고 집안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우리 집에 온 첫날 혼자 긴 밤을 지내게 하는 게 너무 불쌍했지만 아침에 눈뜨자마자 내가 나올 거니까. 점점 컴컴해지는 밤의 자락에서 나는 최선을 다해 복실이를 진정시키려 온 힘을 다하고 아쉬운 마음을 옆에 두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밤사이 동네 고양이에게 질만큼 약해 빠져 보이진 않았다.


“복실아 잘 자. 언니가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너 보러 올게. 그럼 우리 산책 가자.”


고단한 하루였다. 꿈에 나올까 무서운 낮에 기억을 애써 지우며 잠이 들었다. 복실이가 왔으니까 나는 이제 새벽에 일어나 산책을 하는 부지런하고 건강한 어린이가 될 계획이었다. 복실이의 무게만큼 마음이 뿌듯했다.


“어우우우우우우어”


새벽녘이었다. 쇤소리의 늑대 울부짖음 같은 소리가 나를 깨웠다. 창 밖은 이미 어둠이 걷혀 있었다. 무거운 9살의 눈꺼풀을 간신히 비벼가며 몸을 일으켜보았다. 현관 밖에서 저렇게 처절하게 슬픈 울음을 토하고 있는 존재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종종 외할머니 댁에 가면 대문 옆 개 집안에서 누런 똥개가 낯선 나를 보며 몸통이 울리도록 “왈왈” 짖어 댔다. 미국 살던 작은 할머니가 안고 온 애브리콧 푸들은 “앙앙” 하고 앙칼지게 짖었다. 우리 집 뒤 골목길 중간에 구멍가게에서 키우던 발바리 또띠는 잘 짖지 않았지만 가끔 기분이 나쁘면 “으르렁” 거리며 이를 드러냈다. 내가 봐온 그 어떤 개도 저렇게 기괴하게 울부짖진 않았다. 낮에 얼어붙어 움직이지도 소리도 못내 던 우리 복실이가 지금 저렇게 늑대처럼 울면서 자기만 혼자 밖에 두었다고 항의를 하는 것인가. 내복 위에 파카만 걸치고 복실이에게 나갔다. 나의 얼굴을 보자 복실이는 기괴한 울부짖음을 멈추고 웅크리고 앉아 미세하게 꼬리를 흔들었다. 복실이의 까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눈물이 서려 있었다.


“복실아, 왜 그래? 밤새 무서웠어? 그렇게 울면 안 돼. 식구들이 다 깨겠어. 우리 복실이 착한 강아지잖아. 그렇게 울면 안 돼”


나는 밤사이 서늘해진 복실이의 털을 다시금 정성껏 쓰다듬었다. 그 사이 잠에서 깬 아빠와 엄마가 빼꼼히 현관문을 너머 고개를 내밀었다.


“아이 왠 우는 개가 들어왔데. 개가 울면 재수가 없다는데. 모란시장에서 개를 사 왔더니 그런가 재수가 없으려나. 왜 개가 울고 지랄이래.”


아빠의 짜증이 섞인 푸념에 가슴이 덜컹거렸다. 손을 꼭 쥐고 떨리는 마음을 다스리며 복실이에게 애원하듯 부탁을 이어갔다.


“복실아, 이제 두 번 다시 안 울 거지? 울면 안 돼. 언니가 자주 보러 나올게. 집 안에 함께 들어갈 수는 없지만 언니가 너 옆에 있을 거야. 그니까 절대 울면 안 된다.”


복실이가 더 울면, 아빠의 짜증과 후회가 더 커지면 내 품에서 복실이가 사라질 것 같았다. 어떻게 얻은 내 강아지인데 나는 주먹을 쥐며 복실이를 꼭 지켜야겠다 다짐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