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꼬챙이와 핏물
“아빠 우리 어디가?”
“모란시장”
덜컹거리는 트럭 보조석에 앉아 모란시장을 떠올려보았다. 소위 애견인으로서 개를 너무 사랑해서 먹기도 하고 키우기도 한다는 우리 아빠가 종종 보신탕 거리를 사러 가는 곳이었다. 나는 보신탕이 싫었다. 그 특유의 냄새가 역했고 자꾸 엄마나 할머니는 자신들은 먹지도 않으면서 닭고기라고 속이며 한입 먹이려는 그 뻔한 수작이 싫었다. 나의 기억에 모란시장은 TV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종종 보신탕의 실체를 보도한다며 나오곤 하는 곳이었다.
“아빠, 개고기 사러 가게? 나 집에서 보신탕 끓이는 거 냄새 나서 싫은 데…”
“아니. 개고기 말고. 강아지를 사 오자. 예쁘고 복슬복슬한 우리가 키울 강아지.”
어머나 이게 왠 일. 가슴이 콩닥거리다 못해 터질 듯 기뻤다. 내가 꿈꿔왔던 동물병원에서 흰색과 갈색의 얼룩이 섞인 예쁜 애완견을 입양해 오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게 어디랴. 어쨌든 내 품 안에 강아지가 생긴다는 사실에 나는 몹시 신이 났고 강아지를 데려 온 후 화가 난 표정의 엄마 얼굴은 이미 잊어버리고 말았다. 몽글한 강아지를 안고 돌아올 생각을 하며 집에서 성남까지는 두 시간 남짓 긴 시간이었다.
간간히 파라솔이 세워진 넓은 주차장에 아빠는 급하게 트럭을 세웠다. 성큼성큼 앞장서 걸어가는 아빠의 뒤를 따라 아스팔트 바닥 위로 구정물인지 핏물인지 모를 오물 같은 물길을 피해 깡충 대며 걸었다. 나의 설렘과 사뭇 다르게 그곳은 오싹한 곳이었다. 기다란 골목줄기를 양 옆으로 다닥다닥 성냥갑처럼 붙은 판자지붕의 가게 앞뒤로 빼곡히 철창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안에는 토끼, 닭, 오리, 염소에 칠면조 등 별별 동물이 가득했다.
그중 가장 머리수가 많은 동물은 단연 개였다. 얼굴은 살짝 쭈그러지고 털 색은 누렇고 진돗개보다는 커다랗고 털은 더 짧은 똥개들. 아빠는 저런 개를 데려가서 키우자는 건가?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어가며 내 마음엔 묵직한 두려움이 들기 시작했다. 아빠는 시장 한복판 골목골목을 한참 헤매다 판자를 기다랗게 연결해 큰 건물 같은 느낌의 가게 앞에 멈췄다. 나는 계속 발끝에 핏물 같은 오물이 묻을세라 까치발을 하며 아빠의 그림자를 쫓느라 신경이 곤두서버렸다.
그 가게 안에는 동물원에서 본듯한 커다란 철창이 천장까지 이어져 있었고 그 안에는 역시나 개들이 가득했다. 그 가게 한 구석지에서 한 남자가 기다란 꼬챙이를 들고 누런 개 한 마리를 코너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개는 꼬리를 다리 사이로 움츠린 채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 거렸지만 겁에 질린 표정에 마치 눈물을 흘리는 듯 오줌을 지려댔다. 그 남자는 불꽃이 번쩍거리는 그 꼬챙이를 재빠르게 개의 얼굴과 몸통에 몇 번 갖다 대었고 그때마다 외마디 소리도 못 지른 개는 그대로 거품을 토하며 쓰러졌다. 미동도 없이 누운 개에게 남자는 한두 번을 더 확인하듯 꼬챙이를 들이댔다. 더 이상 꿈틀거림도 없어졌다.
아빠는 아무렇지 않게 그 남자에게 말을 붙였다. 나는 토악질이 나올 거 같았고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철창 우리 안에 수십 마리의 개들이 함께 지켜보고 있었지만 숨 막히게 조용했다. 그 적막 가운데 아빠는 빠르게 강아지를 한 마리 골라냈다. 애완견처럼 작은 강아지는 아니었지만 나의 우려와 달리 아빠는 제법 귀여운 긴 털의 강아지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장님 우리 먹을 거 아니고 집에 데려가서 키울 거요. 근으로 재지 말고 좀 싸게 주시오.”
아빠는 나를 가리키며 아이와 함께 잘 키우겠노라고 가격을 흥정하기 시작했다. 과묵한 긴 꼬챙이의 아저씨는 대답도 없이 긴 막대에 달린 올가미로 개의 목을 낚아채 재빠르게 개를 추로 달았다. 한 근에 얼마니 이놈은 얼마얼마 가격은 주소. 에누리 없이 근수로 개의 값을 매겼고 아빠는 이놈은 털이 기니까 털 무게라도 빼달라며 마지막 흥정을 했다. 노랗고 긴 털의 까만 눈을 가진 그 아이는 끽소리 한 번을 못 내고 역시나 꼬리를 다리 사이에 감춘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아빠 어서 가자 이제 집에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