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을 키우고 지키려면 다 포기하고 하나로 집중해야 한다.
갤럭시 노트7은 2016년에 출시하자마자 배터리 폭발이슈로 폭망 한 제품이다.
배터리오류를 정말 수정한 FE를 급하게 내놓았지만 소비자는 등을 돌렸다.
삼성의 모든 기술을 녹여 만든 플레그십 스마트폰을 누구도 사지 않는 왜곡된 상황이 펼쳐졌다.
출시가 98만 8천9백 원짜리 하이엔드급 스마트폰이 25만 원에 팔아도 잘 팔리지 않아, 통신사 할인행사에 끼워 팔리는 신세가 되었다.
가치와 가격의 왜곡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나는 박스도 뜯지 않은 새 제품을 리퍼비시 가격으로 구매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났다.
지금도 사용하는데 전혀 문제없이 완벽하고, 성능도 짱짱하다.
단지 배터리가 요즘 기종에 비하면 할아버지를 넘어 고조할아버지쯤 되니 배터리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불필요한 모든 앱은 삭제하거나 실행을 정지시키고 필요할 때만 사용한다.
유튜브는 거의 보 지 않는다. 투자에 가장 중요한 카톡은 언제나 살려놓는다.
가장 중요한 분으로부터 연락이 오거나, 중개소장님이 급매물 떴다는 다급한 카톡이 왔을 때 완벽하게 연결된다. 중요한 앱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는 항상 여유 있다. 아니 여유가 있을 수 있도록 관리한다.
한때 인천에 투자를 많이 했었다. 가격이 서울에 비해 말도 안 되게 저렴했다. 적절히 상승기류만 타주면 투입대비 고수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상인천, 미추홀, 부개 한 번에 5개 물건을 투자했다. 예상수익률 20%씩만 먹고 나올 생각이었다.
다음 해 여름, 한남 5 구역 소망부동산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다.
당장 계약금 넣으라고, 시세보다 30% 저렴한 상속물건이 나왔는데, 현금 안 넣으면 다른 사람으로 넘어간다는 메시지였다.
나는 총알이 없었다. 잔돈 20% 수익률 얻으려고 여기저기 뿌려놓아 현금 수급을 일시에 동원할 수 없었다. 한남 5 구역 연립 12억짜리 물건이었는데, 가격이 많이 떨어진 현재 감평가만 26억이다.
인천이 나쁘고, 한남이 좋으니 한남에 집중하라는 얘기로 듣는 사람은 없으리라.
누구에게는 상인천이 강남이 된다. 광주의 광천동이 한남이 된다. 각각 처한 상황이 다르다.
다만 각자의 배터리는 유한하다.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물건이나 일을 위해 배터리를 항상 관리하고 집중해야 한다.
지금 낭비되고 있는 에너지들을 최대한 줄여서 배터리를 100% 만충 상태로 유지한다.
지금보다 폭발적인 레벨업을 위해서는 한순간 배터리를 극한까지 사용해야 한다.
시장을 벗어나지 않고 계속 모니터링하고, 계속 반복하고 실패하다 보면 분명 작은 구멍하나 발견할 수도 있다. 그 구멍은 내가 노력해서 만든 게 아니라 시장이 만들어 낸 것이다. 유동성과 수급과 정책이 충돌하고 어우러지다가 어쩌다 우연히 생긴 크랙이다. 이걸 발견했다면 거의 성공에 접근한 것이다. 거기에 올인해서 그 작은 크랙을 집중해서 공격하면 벽은 무너진다. 내가 계획하고, 내 능력으로만 성취한 것이 절대 아니다.
쫄부가 일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이유이다. 이제 작은 계단 한 단계 올라섰으니 좀 쉬고, 놀고 그럴 수 없는 이유가 다 배터리 때문이다. 늘 부족한 배터리, 한눈을 팔면 어느새 다 빠져나가 방전되고 마는 유한한 자산의 특성 때문이다.
워라밸 그런 건 없다. 그것은 패배자들의 단어다. 일과 삶 둘 모두 극한까지 몰아붙이지 않는다면 얻기 힘든 신기루일 뿐이다.
한 가지 배터리 사용에 유의 사항이 있다.
배터리를 극한으로 가져다 쓰더라도 절대 땡겨오지 말아야 할 에너지가 있다.
첫째 사춘기를 맞은 자녀에게 투입되는 배터리는 절대 손대면 안 된다.
둘째 아프신 부모님에게 투입되는 배터리는 중단될 수 없다.
셋째 배우자가 고독을 느낀다면 배터리 한 블록정도 어쩔 수 없이 소모해야 한다.
이들은 깨지면 다시 복구가 되지 않는 유리공 이기 때문이다. 업무에서 작은 실수나 실패는 고무공이라 떨어져도 곧 튀어 오르지만, 가족은 바닥에 떨어져 깨지면 다시는 복구되지 않는다.
돈이 없을 땐 어쩔 수 없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야 한다. 자본력을 극한까지 집중해서 투자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레벨업은 불가능하다. 돈이 부족하면 어쩔 수 없이 지방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를 극한까지 끌어올려 입지를 분석하고, 시장을 분석해야 한다. 에너지를 집중하면 부산의 강남, 광주의 강남, 인천의 강남을 찾아낼 수 있다.
나는 올해도 갤럭시노트7을 계속 사용할 계획이다. 배터리 부족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