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빌라 전세보증금은 기준이 없다.
부동산은 비교의 학문이다. 공산품처럼 같은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 낼 수 없다. 세워진 위치에서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개별성을 가지고 있다. 위치와 방향, 크기에 따라 모든 부동산이 완벽히 다르다.
다르다는 것은 각각의 가격을 모두 다르게 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같은 아파트 단지 라고 하더라도 동별, 층별, 방향별, 평형별 가격이 모두 다르다.
아파트를 매수하는 입장에서 , 모든 집의 가격이 각각 천차만별로 다르기 때문에 원 하는 집의 가격이 적정한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매도자와 매수자가 만나 아무렇지 않게 팔고 산다.
부동산에는 어느 정도 가격을 정하는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그 기준 중 가격에 가장 큰 영향력을 차지하는 것이 입지이다. 그리고 나머지 인프라, 직주 근접, 교통, 학교, 시장과의 거리, 아파트 브랜드, 건물연수 등이 가격에 녹아 시장에 나온다. 아파트에 가격을 붙인 매도자는 시장의 반을 보면서 높이기도 낮추기도 하며 적정가가 정해진다. 시장에 나온 비슷한 물건이 많을수록 즉 거래사례가 많을수록 가격은 더 미세하게 적확해진다. 여기서는 시장의 상황에 따른 가격 변동은 배제하고 오직 아파트의 고유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만 고려해 보자.
아파트 분양시점에서 처음으로 상품의 가격이 정해진다. 청약홈에 올라가는 분양신청서의 공급금액은 대지비(땅값) , 건축비의 합으로 정해진다. 사실은 그 가격 안에 주변시세와, 시장에서 인정될 수 있는 가격 수준, 적정이윤 등 모든 정보들이 합쳐지면서 최종 가격이 만들어진다.
최종가격은 시청과 부동산원에서 적정가 리뷰를 통해 청약홈에 올라가 일반시민에게 경쟁방식으로 판매된다. 즉 아파트 가격은 합리적이며 국민들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최초로 정해진 아파트 가격은 부동산 시장에 나와 시장상황의 영향과, 매도자와 매수자의 심리, 정책, 금리 등의 영향을 받으며 오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한다.
주택전세자금 대출은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아파트 시세의 70% 선에서 빌려준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의 시세는 시장상황을 제외한다면, 60%~70% 정도 선에서 형성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집주인에 대한 리스크를 70% 까지만 가져가겠다는 의미이다. 70%를 넘어가게 되면 대출 회수가 어려워진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전세보증금의 기준은 아파트 시세인 것이다.
아파트 임차인에게 이 기준을 깨고 저렴하게 전세계약을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있다. 아파트 입주시장에서는 일시적으로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난다. 신축아파트 입주시즌에는 모든 호실이 공실이다. 소유주가 입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금형편이 좋지 안거나, 투자목적의 물건은 임대 물건이 된다. 입주일 전후로 한꺼번에 임대 물건이 시장에 쏟아진다. 하나의 행정동에 임대물건이 10개 이상 한꺼번에 나오면 임대 가격에 영향을 준다. 아파트 신축일 경우 100~500세대 이상이 쏟아진다. 시신축이라 임차인을 쉽게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소유주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소유주는 전세보증금으로 아파트 입주 잔금으로 세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잔금일까지 임대가 나가지 않는다면 7% 이상의 이자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이들에게 하루하루는 이자부담일로 압박당한다. 전세보증금을 파격적으로 내리는 수밖에 없다. 신축아파트 임대시장에서 같은 평형에 임대보증금 가격이 많게는 1억까지도 격차가 난다. 전세 만료일이 다가오는 임차인이라면 이런 기회를 노려 볼만하다.
24년 4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는 전세물건을 알아보려고 여러 차례 공인중개사무소를 방문했다. 23년 11월, 그 당시 59 타입의 시세는 4억 3천이 평균이었다. 4억 원의 80% 전세보증금대출을 받는다고 했을 때 3억 2천 대출금에 4% 이자가 나간다. 신혼부부가 보유한 현금은 2억 원 정도여서 실제 대출은 2억 원 정도 , 4% 이자 적용해도 월 67만 원 정도만 부담하면 됐었다.
둘 다 직장이 있기는 했지만, 이들에게 매월 이자 67만 원이 부담이 컸던지, 아파트 전세계획을 포기하고 지하철역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의 신축 빌라를 계약했다.
신축빌라는 엘리베이터도 있고, 커뮤니티 등 공용공간이 작아 전용면적이 넓었다. 거의 30평 같은 25평이었다. 가격도 2억 원이라 신혼부부가 보유한 현금으로 충당이 가능했다.
그 당시 이들의 선택은 크게 잘못된 점은 없어 보인다. 이자를 부담할 필요도 없게 되었으므로 어쩌면 이들은 비용까지 아끼는 좋은 선택을 한 것일 지도 모른다.
신혼부부가 신축빌라를 계약하게 되었다고, 박카스 한 박스를 사들고 나를 찾아왔다.
나는 그들에게 감사하다는 말 이외에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신축아파트 전세물건이 3억 3천이 있었다고, 급전세물건은 2억 8천짜리도 있었다는 말을 절대 할 수 없었다. 그들이 계약한 신축 빌라 주변 같은 평형 매매가 1억 9천이란 말도 절대 하지 못했다.
2년 후, 또는 갱신권을 썼을 때 4년 후 부동산 시세가 전반적으로 오르게 된다면 , 그래서 전세가도 많이 올라간다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 상황이 지속되거나 박스권에서 움직인다면 신혼부부가 계약한 신축빌라의 다음 세입자는 절대 2억 1천에 계약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보증금을 제때 받아 이사를 나가지 못하게 된다. 만일 계약한 임대인이 , 실 소유주가 아니라 , 건축비를 받지 못한 건축업자가 보증금을 받은 것이라면 더 큰일이다.
건축주가 임대보증금으로 건축비를 수령하고, 가장 임대인 또는 법률적 능력이 모자란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 심지어 사망한 사람에게 등기를 하는 경우 임차인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깡통전세, 무갭투자로 아직 사회적 경험이 없는 신혼부부, 사회초년생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 전세사기범들은 가혹한 형법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임차인이 전세계약을 하기 전 주변 매매가, 전세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전세사기를 당할 확률은 많이 줄어 들것이다. 하지만 신축 빌라인 경우 거래사례가 없기 때문에 주변 매매가와 전세가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주변 구축 빌라 매매가격이 1억이라면, 신축빌라 소유주는 자신의 임대물건의 매매가격이 3억이라 주장하고, 3억의 60%인 1억 8천만 원의 전세보증금을 요구한다. 임차인은 매매가의 60%인 전세보증금이 저렴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3억 원의 신축빌라 매매가는 전세보증금 1억 8천을 받기 위한 허수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이 매매가 기준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이유가 정찰제가 된 아파트 매매가격 때문이다.
아파트는 거래사례도 많고, 시장참여자가 많아 100만 원 단위까지 섬세하게 가격이 정해져 있다. 정부의 모니티링과 각종 프롭테크 기술도 아파트 가격을 투명하고 정확하게 표시하는데 한몫한다. 빌라, 특히 신축빌라는 아파트와 정반대다. 거래사례도 없거니와 건축비도 알 수 없고, 입지에 대한 투자자 의견도 많지 않다. 신축빌라 전세계약을 한다면, 반드시 주변의 매매금액과 전세금액을 꼼꼼히 따져보고, 가능하다면 이미 계약된 다른 세대의 계약정보를 확인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아래 실거래가와 임대인체납세금확인 등을 위한 링크를 걸어 놓았으니 참고 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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