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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금택 Feb 05. 2024

새벽을 확 깨는 유일한 방법

발마사지 기계 5년 사용하면 생기는 일.

발바닥 안마기를 5년째 사용 중이다. 

책상밑에 놓고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습관적으로 작동버튼을 누른다. 

나무 돌기가 장착되어 있는 모터가 발바닥 밑에서 돌아간다. 강도에 따라 빠르거나 느리게 돌아간다. 돌기가 불규칙하게 박혀있기 때문에 발바닥과 발가락, 뒤꿈치를 순서대로 자극한다. 내가 사용하는 안마기는 에어펌프 기능을 가지고 있다. 돌기 모터가 발바닥을 자극할 때, 발을 감싸고 있는 에어캡에 공기가 유입되면서, 발바닥과 발 전체에 압박을 가한다. 처음엔 많이 아프지만, 시원 해진다. 강도가 1단부터 3단까지 있는데, 3단을 누르면 에어캡의 압박이 최고조에 이르고, 돌기 모터가 더 강하게 돌아간다. 발바닥이 저릿저릿할 지경이다. 5년을 늘 써본 결과 건강에 나쁘지 않았다. 새벽에 글을 쓰느라 비몽사몽 일어나 안마기부터 전원을 켠다. 안마기가 돌아가고 1분 정도 지나면 머리에 피가 도는 듯한 느낌으로 발과 머리가 시원해지면서가 잠이 깬다. 

둘째 장 건강에 즉효 다. 발바닥은 오장육부의 축소판이라고 들은 기억이 있다. 

신기하게도 발 안마를 받고 나면 30분 이내에 화장실로 달려 가게 된다. 발바닥 중앙 부위가 위장 대장이라고 그러던데, 발 안마기가 그 부분을 가장 많이 자극한다. 매일 같은 시간, 신호가 온다.  지금은 발 안마기 때문에 새벽마다 화장실에 가는 것인지, 그냥 습관으로 가는 것인지 분간 이 안된다. 장건강이 좋아진 것만큼은 확실하다. 50세가 되면 변비나, 불규칙한 배변 때문에 고생한다는데, 아직까지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사용하는 발 안마기는 원래 에어 펌프가 들어있다. 액세서리로 따라왔던 공기주머니는 얼마 못 가서 버렸다. 사격형 공기 튜브에 찍찍이가 붙어있어서, 장딴지나 팔에 둘러 강하게 결착한 뒤 기계를 작동하면 튜브에 에어가 들어가면서 부위를 압박한다. 강하게 3번, 중간 5번, 약하게 4번 에어가 들어왔다가 빠졌다가 하면서 근육을 이완시키는 방식이다. 이게 은근히 시원하기는 하지만 본체와 튜브로 연결되어 있고, 할 때마다 찍찍이를 떼었다 붙였다 하는 것이 여간 불편하지 않다. 버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튜브이다 보니 수축을 반복하는데 겉 재질이 인조가죽이다 보니 , 얼마 못 가 찢어지고, 표피가 일어나 비닐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보기에도 좋지 않고, 비닐이 떨어지니, 한번 안마하고 나면, 바닥 청소를 해야 했다.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2019년에 중학생 아들과 딸, 그리고 아내와 함께 청도여행을 갔었다. 가이드 없이 그냥 떠난 여행이라 눈치 볼 것 없고 자유로웠다. 낮에 먹고 노는 것은 지도 찾아가면 되는 것이라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안전하고 쾌적한 호텔을 찾는 것이 고난이 작업이었다. 내가 찾았던 수영장이 있는 호텔은 여행이 끝날 때까지 찾지 못했다. 낮에 가이드도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녀, 저녁이 되면, 모두 다 피곤에 절여진다. 멋진 풍경, 맛있는 음식이 다 필요 없다. 편안히 몸을 누일 수 있는 호텔이 가장 갈급하다. 청도여행 마지막 전날에 우리 가족은 무리해서 시내를 관광하고 쇼핑했다. 공항 근처 호텔에 들어왔을 때 모두들 실신 직전이었다. 물먹은 스펀지가 된 몸으로 침대에 누었는데, 방 한편에 생경스런 물건이 보였다. 호기심 많은 아들이 쪼로로 달려가 만져 보더니 “아빠 나 발마사지 할래요”. 발 안마기였다. 

여행첫날 발안마를 받은 기억이 잊히질 않는다. 발바닥 혈을 누를 때마다 “악” 소리가 터져 나오지만 뒤이어 느껴지는 시원함은 평생 처음 느껴보는 발고문이었다. 그 느낌이 가시지 않은 터라 우리는 그 발마사지기계를 반드시 사용해야만 했다. 전원은 들어와 있었고, 동작 버튼을 눌렀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이것저것 만지고 뒤집어본 뒤 알았다. 돈을 넣어야 작동한다는 것을. 하지만 한자로 쓰여있어서, 돈을 어떻게 지불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 가족의 큰 기대는 다시 더 큰 피곤으로 돌려받았다. 나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발 안마기를 구매했다. 나는 새벽마다 청도의 고통과 시원함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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