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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금택 Feb 06. 2024

지식산업단지는 지는 게임

지식산업단지 투자는 금융소매업이다.

나는  2019년 1월 7호선 춘위역 근처 삼보테크노타워 지식산업단지 21평을 1천만 원에 매수했다. 

? 1천만 원에 매수했다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매가는 1억 9천이다. 대출이 1억 6천 나온다. 그리고 월세보증금 1천만 원 끼우면 내 돈 1천에 매수하는 셈이다. 매월 이자 3.5% 였으니 46만 원쯤 나왔다. 월세 100만 원 받아서 이자 내고 세금 내고 나면 44만 원 정도 남는다. 

1천만 원 넣고 44만 원 수익이니 매달 55% 이자 받는 셈이다. 

은행돈 당겨와서 사용료 46만 원 내고, 수익으로 44만 원 챙기는 거다. 

얼핏 보면 임대업인 것 같지만 돈의 흐름을 보면 금융소매업이다.


금융소매업이 나쁘거나 투기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이 투자하는 대상에 대해 어떤 위험이 있는지,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적어도 지식산업단지는 하이리스크 상품이다. 

수익을 발생시키는 원재료가 단 하나 임대료뿐이다.

문제는 임대료의 매출발생 여부가 불분명하다. 매우 위험하다.  

임차인이 언제 나타날지, 영영 없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즉 상품을 생산했는데 아무도 안 사가는 경우다. 월 임대료에 의해 모든 비용과 수익이 결정되는데 임차인이 없다면 사업자체가 지속될 수 없다. 

비용으로 작용했던 이자율 또한 유동적인 위험이다. 2019년 이자율은 3.5% 였으나, 코로나 이후 현재 6.5%인 86만 원에 다다른다. 매월 86만 원이 이자로 나가는 공실에 , 관리비 40만 원이 추가된다. 

경기가 좋다면 , 매월 임대료를 받아 빌려온 1억 9천만 원짜리 기계에 이자 주유를 하더라도 넉넉히 버틴다. 

하지만, 빌려온 1억 9천만 원짜리 기계는 경기가 추락하고 설계가 깨지더라도 계속 연료를 때려 넣어야 한다. 황금알을 낳는 기계에서 나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지옥의 아궁이로 변한 것이다.

지금 최선의 방법은 기계를 반납하는 것이지만, 누가 이 애물 딴지 기계를 1억 9천만 원이나 주고 매수하겠는가. 



투기에 들어간다면, 확률과 밸런스를 계산했어야 한다. 설계가 실현되면 1천만 원에 대한 연 55%의 이자를 받는 것이고, 설계가 깨지면 연-150% 의 이자를 토해내야 하는 것이다. 실패와 성공의 결과에 대한 기울기가 너무 기울어져 있다. 시작하기 전, 투자하기 전에 이 메커니즘을 알았어야 했다.

아파트는 어떨까. 우선 아파트는 임대수익과, 매매차익 두 가지를 모두 기대할 수 있다. 임대 측면에서도 풍부한 대기 수요가 있기 때문에 , 최악의 경우 시세보다 30% 이상 저가에 임대시장에 물건을 올릴 경우 일주일 안에 나갈 수 있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우선 임차인 전출을 통해 공실을 만든 후 담보대출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부득이 경매를 당하더라도, 대부분 임대보증금 이상 금액으로 낙찰된다. 아파트를 매수할 때부터 , 소유자의 자산이 40% 이상 투입된다. 나머지 금액은 대출 또는 임대보증금으로 채우는 구조이기 때문에 위험이 낮다. 대출금액과 임대보증금은 비슷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처음부터 투자자가 고려하거나, 국가나, 금융기관에서 규제와 안전장치를 통해 위험에 대한 설계가 촘촘히 마련되어 있다. 성공과 실패에 대한 대응 방안과 전략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다. 탈출구도 많고, 버틸 수 있는 방법도 많다. 



부득이 투자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투자대상이 고위험 상품인지 저위험상품인지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 위험도를 따져야 하는 이유는 불확실한 상황이 현실이 되었을 때 투자자 본인이 얼마큼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투자하기 전에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언제나 변덕스럽게 변한다. 아무거나 사도 오르는 그야말로 불장이 펼쳐지기도 하지만, 한 순간 추락하여 시장에 개미새끼 한 마리 없는 상황이 흔하게 벌어진다. 시장의 변화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투자라는 행위 자체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자신의 자산과 노력을 투입하는 것이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에서 리턴을 너무나 긍정적으로만 예측하고 설계하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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