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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금택 Feb 15. 2024

세번 시장 바뀌는 동안 도대체 뭘...

오직 실력이 투자의 전부 일까

2003년 1월 5일에 은행주공아파트 11평을 9천8백만원 주고 매수했다. 

나의 실패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아파트를 매수하고 14년이 지나서 1억7천만원에 버렸다. 그리고 그 아파트는 급등해 4억8천까지 찍었다. 

이 못난이를 14년동안 끌고 다녔으면서도 나는 투자자라고 생각했다. 투자실력이 없었고, 그 빈자리를 운이 차지 했다. 운은 나에게 행운이 아닌 불행을 가져다 주었다.  아니 사실 운은 두번의 행운을 나에게 주었고,  행운이 나에게 올때 마다 나는 잡지 않았다.  

나의 패착은 무엇이었을까? 

첫번째 실패 원인은 입지와 아파트를 선택하는 기술이나 개념이 전무했다. 

은행주공도 다른 재개발 구역들처럼 찬란하게 튀어 오를 꺼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부동산은 말 그대로 움직일 수 없는 위치적인 속성으로, 산성역 재개발 물건과 은행주공 재건축과는 처음부터 전혀 다른 가격, 다른 사업이었다. 

입지와 선호도를 모르고 막연히 성남이 다 오른다고 하니 그중 제일 싼 물건을 사서 기다리면 된다는 아둔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시작된 폭등전야에 소탐대실 에 눈이 멀어 낼 름 팔아버린 천치 중에 천치였다. 나의 14년의 기다림의 세월을 너무나 허무하게 날려 버렸다. 


두번째 패착은 투자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 을 소홀히 했다. 은행주공을 매수 할 때는 천호동에 살고 있어서 가끔 남한산성에 마실이라도 다녔다. 거주지를 광명으로 옮기고는 2년에 한번 하는 전세계약하러 가는 것조차 쉽게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직장이 용산이니, 반차를 내거나, 퇴근 후 급하게 성남에 달려가도 늦은 8시정도다. 8시에 전세입자와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하겠는가. 또 그 지역 돌아가는 상황이나 의견을 중개사와 상세히 논할 수 있었겠는 가. 투자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가격변동 확인을 게을리 하지 않았더라면 실패를 최소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왜 내 아파트는 오르지 않는데, 저쪽 동네 아파트는 폭등하지? 라는 의문을 가지고 그 동네 부동산에 들러 커피 한잔이라도 마셨다면, 나는 14년을 허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지역의 변화와 부동산 매매가격의 흐름을 등한시 했고, 투자 물건과 거리가 멀었다는 변명이나 하고 있었으니 , 투자 실패는 당연했다. 

세번째 패착은 재건축사업에 투자하면서, 재건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남들 다하는 재건축 투자를 나도 하고 있었지만, 비례율, 추가분담금 계산은 언감생심이고 재개발의 추진 단계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나는 재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는 정비구역 고시 이후 , 조합설립 이전에 매도 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삼성주식으로 이를테면 대세상승장 이 펼쳐지기 직전에 가지고 있는 주식을 다 털고 나오는 한심한 개미 투자자였다면 이해가 가는가. 


마지막 패착은 물건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인생 첫번째 투자였다. 아무것도 모른채 내가 산 아파트는 당연히 오를 줄 믿었다. 

사실 전세6천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실투금액은 3천조금 넘는 금액이었다. 매수 하자 마자 7천만원이나  급상승했던 기억을 머리에서 떨쳐 내지 못하고 비자발적장기투자를 한 것이다. 내 물건은 반드시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꺼라는 아무 근거도 없는, 막연한 신념이 내 눈을 가렸다.

시장이 오르고 내림을 세번이나 반복하는 동안 나는 내 아파트만 바라보며 고집을 피우고 있었다. 



매수이유는 당시 재개발 과 재건축 관련 뉴스와 이슈들이 모두 성남을 가르키고 있었다. 인터넷에 정보가 많지 않았던 시기임에도 몇가지 뉴스와 정보만을 가지고 신흥주공, 신흥재개발구역등을 매수하려고 했다. 거기까지는 훌륭한 투자시도 였다. 신흥주공,신흥2구역은 8호선과 맞닿아 있고 입지도 좋았다. 당연히 매물 가격에 프리미엄이 차등 적용되어 있었다. 2~3천정도 차이 였다. 돈이 거의 없다 시 피했던 나는 2천~3천정도 저렴한 은행주공 11평을 2백만원 깍아서 9천8백만원에 구매했다. 당시 성남은 재개발과 재건축 개발 계획이 현실성 있게 진행되던 터라 재건축과 아무런 관련도 없던 은행주공도 덩달아 올랐다. 

신흥주공,신흥재개발 구역이 오르니 당연히 은행주공도 오를꺼라 는 아주 큰 혼자만의 오해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매수하고 은행주공 매매가격이 따박 따박 높아져 나의 오해를 신념으로 굳어지게 했다. 4년뒤인 2007년 에는 1억7천을 호가 했다. 잠시 매도 할 까도 생각했지만, 매수하고 계속 한계단 한계단 올라서 주는 똘똘한 녀석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였다. 1억7천에 매도하라는 다급한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다. 다시 2017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 똥멍충이 머리채를 잡고서라도 당장 부동산에 찾아가 매도계약서에 도장을 쾅 박았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당시 똥멍청이 였던 나는 수많은 매도요청 전화에 그저 웃기만 하며, 하늘이 내린 최고의 기회를 한번도 아니고 수십번이나 외면 했다. 

2008년 리먼 사태가 터지고 거래는 올 스톱 되고, 가격도 하락해서 1억3천까지 내려 앉았다. 하지만 나의 바로메터는 1억7천이었고, 곧 전고점을 회복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로 9년을 허비 했다. 매수직후 상승했던 은행주공은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체로 11년을 진흙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반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재건축 사업을 시작 했던 신흥주공과 신흥2구역(재개발)은 개발계획에 따라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현재 입주까지 끝낸 상태다.  신흥주공은 산성역 포레스티아로 재건축 되어 2020년에 입주, 신흥2구역은 자이푸르지오로 입주를 끝냈다.   


2003년으로부터 14년이 흐른 2017년 여름 드디어 은행주공은 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 고시됐다. 재개발이 정식으로 시작되고, 이제 거칠 것 없이 사업이 달려나갈 일만 남은 것이다.  똥멍충이였던 나는 14년의 기다림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내머리속 1억7천의 전고점이 넘자 미련도 후회도 없이 홀랑 팔아버렸다. 

물건을 매도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은행주공 재건축은 안전진단까지 순조롭게 통과하고 단 한번도 가격이 꺽이지 않고 수직상승해서 4억8천까지 치솟았다. 단 4년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14년을 돌떵이처럼 꿈쩍 안고 멈춰섰던 은행주공 재건축 사업이 내가 매도한 날부터 날개를 달고 날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매도한 직후 4동안, 매도가의 3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지금도 가슴을 아무리 쓸어 내려도 아직도 쓴물이 가슴 깊은곳 으로부터 올라온다.  


나는 14년동안 무엇을 했는가.
그때 까지 나는 재개발의 진행순서도 정확히 알지 못했으며, 재건축의 속성이 단계별로 가격이 상승한다는 일반 상식조차 모르고 있었다. 

앞으로 당연히 14년 이상 투자를 이어 갈 것이다. 은행주공투자 실패는 마치 나이테처럼 , 나에게 지워지지 않는 깊은 생체기를 남겼다. 만일 제2의 은행주공이 내 인생에 다시 찾아 온다면,첫번째 행운인 2007년에 매도 했을 것이다. 그도 아니었다면 적어도 2017년에 매도하는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투자는 언제나 위험을 레버리지로 잡는다. 언제나 돈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전에서는 항상 냉정하고 계산적이며 잔인할 만큼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그렇지 않다. 지극히 감정적이고, 자신의 경험에 의존하며,심지어 일부 운에 맡기는 경우도 종종 본다. 투자는 강력한 이론과 지식,명확히 계산된 정보등의 정량적 도구 뿐만 아니라 깊은 경험과 정성적인 도구를 함께 사용 해야 한다. 

비록 14년이란 허송세월을 보내고, 수익을 얻지도 못했지만 쓰라린 투자실패 경험을 DNA에 주입한 것으로 부득이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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