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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금택 Mar 19. 2024

돈은 착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자장면이 9천원 !! 이런..

자장면이 9천원 !! 이런...

제공되는 가치대비 가격이 너무 비싼 경우 바가지 상술이라며 돈을 악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가격이저렴한 식당을 친구에게 소개할때, 그 집 가격이 착하다는 말을 종종 쓴다. 

우리동네 금천문은 가격이 전혀 착하지 않다. 강남한복판도 아닌 동네 중국집 자장면 가격이 무려 9천원이다. 소비자물가지수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자장면 가격은 6,361원이란 사실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가끔 주말에 찾아가면 손님이 항상 많다. 맛이 특출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자장면 먹는 손님들 인상도 썩 기분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대안이 없는 거다. 이 집 말고는 근처 자장면집을 포함해 가볍게 먹을 만한 식당이 없다. 술집 골목이라서 대부분 술손님을 받고, 식사는 팔지 않는다. 금천문에서 식사를 하지 않으려면 10분정도 지하철 역 방향으로 걸어 나가야 다른 식당을 찾을 수 있다. 우리동네에서 이집 아니면 대안이 없다. 독점적 위치 때문에 자장면 가격이 비싼 것도 사실이지만, 아파트 밀집지역이라, 평일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  ,가격을 높이지 않으면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식당 마저 문을 닫는 다면 손해를 보는 쪽은 오히려 아파트 주민들이다. 9천원이 이해가 간다. 



누군가 우리 지역 아파트를 매수하러 온다면, 제일 먼저 내 집을 사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입지가 좋은것은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남향이고, 아이들 학교 가기 편한 동이라면 조금 더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테리어가 예쁘게 되어 있다면 플러스 요인일 것이다. 

마이너스 요인도 있다. 지하철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 도보 통근이 아니라 마을버스로 환승해야 한다면 감점요인이다. 상업지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문화생활이나 음주가무(?) 를 원할 때 택시를 타야 한다면 심각하다. 가격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알아내고 결과인 가격과 적절히 매치가 된다면 거래를 하는 것이다. 

가격을 형성하는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면, 외면하면 그 뿐이다. 


왜, 도봉구 창동의 삼성레미안 아파트가 11억인데,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2평이 73억일까.  반포주공 매도자가 너무 사악하다.  사람이 사는 집이고, 그래봐야 방3개, 거실 하나, 화장실두개가 전부인데 왜 7배씩이나 가격을 높여서 팔다니 정말 양심이 없는 사람 아닌가? 사람이 거주하는 집을 가지고 평범한 중산층은 꿈도 못꾸는 73억을 받다니 정말 나쁜 사람이다. 

반포주공1단지를 찾아 나섰다. 반포주공1단지는 재건축을 앞두고 철거 중이다. 한강을 바라보는 강남 최대의 단지였다. 아크로리버파크와, 레미안원베일리가 반포주공1단지의 미래를 알려주려는듯 한강을 바라보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초중고학교가 단지와 인접해 있다. 이마트가 있어야 할 자리에 신세계 백화점과 각종 유명 브랜드 상점들이 도로를 따라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 단지입구 바로 앞에 당연하게 9호선 지하철역이 있고, 두정거장 거리에 고속버스터미널과 각종 상업시설이 빼곡하게 들어 차 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사람들이 늘 거리를 메우며, 만나고 헤어진다. 

반포대교와 동작대교가 지척이라 언제라도 강북으로 갈 수 있고, 경부고속도로가 3블럭 거리에 있다. 사람이 필요한 직장, 교통, 교육,상가, 병원, 백화점,편의시설, 정부시설 등 모든 인프라와 완벽히 맞닿아 있다. 이 지역에 거주한다면, 엄마도, 아빠도, 아이도 ,노부모님도 모두 삶의 만족도가 급상승 할 것이다. 이 모든 가치가 녹아 73억이라는 가격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반포주공1단지,레미안원베일리, 아크로리버파크의 매매가는 84 국평을 기준으로 보통 40억정도다. 이들 단지에 지속적으로 수요가 있고, 거래가 되는 것은 사람들이,시장이 이 가격을 인정한다는 증거다.


시장이 가격을 인정하고 사람들이 매수의사를 가지며, 누구나 살고 싶은 곳은 가격이 높게 거래된다. 누구나 거주를 원하는 곳, 가족과 함께 거주하기를 바라는 한정된 아파트에, 돈이라는 장치가 없다면 누구도 편안히 거주 할 수 없다. 4억짜리 우리집과 규모도 같고, 시멘트 재료도 비슷하지만 위치가 다르고 사람들의 선호도가 다른 것이다. 그 선호도에 등수를 정하는 것처럼 가격이 정해지는 현상일 뿐이다. 이러한 거래와 시장의 현상에 착함과 악함, 정의와 악의를 규정할 수 없다. 시장참여자의 합의에 의한 가격일 뿐이다. 매도자가 임의로 가격을 교란시킬 수도, 매수자가 가격을 찍어 누를 수 없는 것이 시장의 거래다.  그렇다면 내가 팔려고 내놓은 내 아파트의 가격이 얼마여야 하는지 시장이 허용하는 가격은 얼마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 억울할 일도, 누구를 탓할일도 아니다. 시장이 인정하는 가격이라면 팔리고, 그렇지 않으면 팔리지 않을 것이다. 사려는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비싸다면 비싼 이유가 있고, 저렴하다면 분명 핸디켑이 있을 것이다. 



실거주 목적으로 부동산을 바라볼 때, 선과악의 색안경만 벗는다면 큰 손해를 면 할 수 있다. 돈이 악이라고 생각하고 아파트를 찾는다면, 매수기회를 놓칠 수 있다. 시장이 활황이라서 가치대비 너무 높게 형성된 가격을 착하게만 생각하고 매수한다면, 30% 이상 가격이 하락할 때 심리적으로 버티기 힘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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