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며칠 그러다 말겠지 하고 한 달을 버텼다. 증세는 더 심해져서 목에서 부터 승모근,어깨, 팔까지 고통이 내려왔다.
낮에는 그럭저럭 참을 만 한데, 밤이 되면 너무 아파 몸을 가눌수 없다. 오른쪽으로 누우면 어깨가 아프고, 왼쪽으로 누우면 어깨와 목이 동시에 아프다.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자더라도 뒤숭숭하다. 베개 높이를 조정해 보기도 하고, 잠자리를 딱딱한곳을 옮겨도 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같은 증상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글을 찾아보고 유튜브 의사선생님 말씀도 들으며 간접 진단을 했다. 내 증상은 목디스크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았다. 그래도 병원에 가기가 싫어 버티고 버티다가 5월의 햇살이 너무 좋은 27일 오늘 월차를 썼다. 월차 안쓴다고 월급 올려주는 것도 아닌데 , 왜그리 눈치가 보이는지. 회사를 업무를 재끼는 부담감과, 목 에서 오는 고통과의 한달간의 싸움에서 거북목 고통이 승리했다.
: 병원 진료 치료
다른사람에게 손안벌리고, 가족위해 열심히만 살아온것 같은데, 왜 엉뚱한 의사선생님께 실형 선고를 받으러 가는 느낌인지 이해는 안갔지만 그래도 병원 문을 열었다.
엑스레이도 찍고, 상세한 의사선생님의 진단도 받았다. 5번 목디스크가 많이 닳아 없어졌고, 6번 뼈와 간격 도 많이 좁혀 졌단다. 목뼈가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기울어 있어서 근육과 신경에 무리를 주고 있다고 했다.
정말 다행이게도 아직 디스크는 아니란다. 경직된 승모근을 자주 이완시켜야 하는데, 오히려 계속 피로감을 주고 경직시켜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승모근에 화살맞은 장수 처럼 주사바늘을 4개씩 양쪽에 꼽았다. 근육이 단단하게 굳어서 주사바늘이 햄머드릴로 피부를 파헤치는 느낌을 받았다.
비명을 참느라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아차, 어금니도 시원치 않아 임플란트를 해야하는데…
정신을 반쯤 잃은채 병원을 허우적 허우적 나왔다. 5월 27일 월요일 10시의 늦은 아침 그래도 내머리 위에 내리쬐는 햇살이 너무나 쨍하고 상쾌 했다.
모처럼 얻은 휴가 라 딱히 할일도 갈곳도 없었다. 햇살이 비단천 같이 따스하고 고와서 아파트 단지 안 이라도 걸어야 겠다 생각했다. 밤새 비가 내린 다음날 이라 사이다 같은 공기와 깊은 바닷물처럼 에메랄드 색으로 빛나는 하늘이 ,쎄부 바닷가에 온듯 했다. .
: 와 이건 찍어야 해!!.
아파트 이곳저곳을 산책했다. 그러고 보니 이 아파트를 입주해서 한번도 단지 내를 걸어본적이 없다. 매일 허겁지겁 아침 7시면 한꺼번에 출근 하는 주민과 함께 경쟁하듯 지하주차장 출구를 이용해 ,단거리 달리기 선수 처럼 빠져나갔다가, 늦은밤 야근 아니면, 회식으로 물 먹은 마포 걸래 처럼 더듬 더듬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누른다. 지친 퇴근길 서둘러 눌러대는 엘리베이터 만이 나에게 아파트의 의미로 다가온다.
아파트 단지를 , 그것도 외진 휴게실이나 작은 공원을 걷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오늘 처음 알았다. 우리아파트에 분수대가 있다는 걸. 조금 걸어보니 그럴듯한 나무와 벤치가 있는 작은 공원도 있었다. 우리 아파트는 1단지와 2단지가 있는데, 내친김에 2단지도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1단지와는 또다른 분위기의 정원이 있었다.
빨간 담쟁이 장미가 흐드러지게 핀 오솔길은 현실적이지 않게 보였다. 아무도 없는 오솔길을 혼자서 조용히 걷는 날이 있다니… 그네, 정글짐이 친절하고 안전하게 설치된 놀이터와 신경써서 만든 주민들을 위한 휴식공간들이 구석구석 많았다.
이 아파트에 입주한지 2년이 지났지만 이런 공간이 있는지 몰랐다. 아마도 입주하기전 아내와 아파트 내부를 보고, 단지도 대충 눈으로 훑기는 했을 것이다. 직접 걸어보지는 않았다. 곳곳에 아름다운 나무와 자잘한 꽃들이 피어있고, 피곤에 지쳤을 때 잠시 휴식을 취하라고 튼튼한 벤치도 삐지지 않고 설치되어 있었다. 나는 왜 그동안 단 한번도 이리도 아름답고 호젓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즐기고 누리려고 하지 않았을까. 슬리퍼 끌고 나와 5~10분 이내로 모두 돌아 다닐 수 있는 곳들인데..
낮에는 회사에 나가고 밤에 도둑처럼 집에 들어와서 잠만 잘꺼라면 도대체 왜 아파트에 입주한걸까.
이렇게 몸이 많이 아파서야 이런 휴식공간을 발견하게 되다니 .
낮에 오롯이 휴식공간을 누리는 주민은 많지 않았다. 노인분들과 강아지 가 대부분이었다.
강아지만이 이 따스하고 아름다운 봄날, 장미가 흐드러지게 핀 오솔길을 마치 왕인듯 거만하게 걷고 있었다. 그 위용이 어찌나 대단하던지 사람인 내가 곁길로 삼가 비켜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