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생물인 줄 알았더라면...
당시에는 누구나 투자용으로든, 에셋파킹용으로든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수하려고 했다. 부동산에 투자하면 수익이 난다고 믿었다. 정부에서 무려 26차례에 걸쳐 부동산규제 정책을 발표하면서까지 집값을 꺾으려 했지만, 부동산 가격은 2021년 하반기까지 쭉 상승했다.
목동아파트 단지는 재건축 이슈까지 안고 있어서 전 국민이 관심 있게 가격 동향을 살펴보며, 매수 기회를 노리는 지역이었다. 아파트 가격 상승이 모두를 행복하게 하지는 않았다. 나도 목동아파트 가격 변동을 계속 체크하면서 매수 타임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올라 버린 아파트 가격 때문에 매수를 포기했던 시기에 목동부부 사건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2020년 11월 28일 목동부부의 안타까운 사건이 4대 일간신문에 보도 됐다. 목동아파트를 매수하려던 전략이 실패하면서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본인도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아파트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너무나 충격이었다.
왜 이런 비극이 벌어졌는지 당시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확인하면서, 목동부부의 상황을 예측해 본다. 목동부부의 비극의 시작은 사건일로부터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11월 이분들은 목동아파트를 자녀 교육과 거주 목적으로 알아보고 있었다. 당시 목동아파트 27평 가격이 12억 선이었다. 오래된 구축 아파트라 재개발을 앞두고 있던 탓에 전세 가격은 매매가 대비 싼 편이었다. 27평 전세가격이 매매가의 절반도 못 미치는 4억이었다. 목동부부는 지방에도 아파트 1채를 소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두 분 다 IT 쪽에 탄탄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으니 조금 무리했다면, 전세가 아닌 매수도 가능했을 것이라 예측해 본다. 부부는 목동아파트 27평을 매수할지, 일단 전세로 살면서 시장이 꺾이기를 기다릴지 수도 없이 고민했을 것이다. 전세와 매수 사이에 서로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시장이 안정화된다고 믿었을 수도 있었고, 대출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부부는 저렴한 전세를 선택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전세 계약이 만료됐고, 아파트가격은 급격히 올랐다. 27평 매매가는 17억에 육박했고, 20년 7월 임대차 3 법으로 전세보증금마저도 급등해 4억짜리 전세가 6억이 되었다.
부부는 절망했을 것이다. 불과 2년 전에는 매수 가능 가격 범위에 있었던 아파트가 그새 5억이나 올라 저만치 도망간 것이다. 2년 전 보유현금이 그대로 있다 하더라도, 현금 구매력은 파격적으로 낮아져 목동 아파트 매수부담이 훨씬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2년 전 무리해서라도 아파트를 매수하고 거주했다면 2년 동안 아파트 상승분을 본인들의 수익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전세를 선택한 탓에 기회비용이 5억이나 발생했으며, 전세보증금 상승분 2억을 더 마련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된 것이다. 나라도 그 입장이 된다면 가슴을 치고, 머리를 쥐어뜯었을 것 같다.
어떤 이유로 전세를 선택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2년 전의 전세 선택은 아쉽다. 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절대 공감할 수 없다. 목동부부가 2020년 11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1년만 버텼다면 폭락하는 시장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2022년, 2023년 에도 목동 부부가 살아 있었다면 어쩌면 그분들은 느긋하게 하락시장을 즐기며, 매수하지 않고 전세로 선택하기를 참 잘했다고 평가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목숨을 끊는 대신 계약 갱신권을 사용해서 2년을 더 버텼다면, 곧 하락시장을 맞이했을 것이다. 하락시장에서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부부가 원하는 아파트를 선택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2022년, 23년에 폭락한 시장에는 버려진 좋은 아파트 물건들이 즐비했다.
시장은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면서 저점을 높여간다. 불어난 현금과 신용대출 때문에 경제는 활성화되고, 시장은 상승한다.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은 자산과 상품가격을 폭등시키고, 올라간 자산 가격으로 시장은 다시 하락한다. 경제 사이클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언제나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상승기를 바라보며 자신을 탓할 필요 없다. 곧이어 하락기가 온다. 하락기에는 오히려 자산은 부채가 되고, 현금이 자산에 가깝다. 지금 같은 하락장에서 현금이 아닌 부동산에 올인한 소유자들, 직전 사이클에서 매수 포지션에 있었던 사람들은 현재 고통받고 있다. 이들이 이전 상승 사이클에서 매도가 아닌 매수 포지션을 가지고 하락장을 맞이한 것이다. 하락기에 현금으로 버틸 수 없다면 애써 보유한 실물자산을 헐값에 던져야 하는 실패를 겪어야 한다. 다음 상승기가 올 때까지 자산을 유지하며 버틸 수 있다면, 다시 시작될 상승기엔 공급자로써 풍성한 수익을 만끽할 수 있다.
반복되는 시장에서 자신의 포지션이 어디인가에 따라 수익이 날수도, 손실이 날 수도 있다. 이번 시장에 탑승하지 못해도, 다음번 사이클은 언제나 다시 시작된다.
시장이 무섭게 상승하면, 이 상승이 영원할 것처럼 비이성적 매수 포지션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다. 만일 시장이 하락하지 않고 계속 오르기만 한다면, 목동부부는 아파트를 매수할 수 없었던 것이 맞다. 분명한 것은 상승기 이후 2022년, 2023년 시장은 하락했다. 지역에 따라 하락폭이 다르지만 대부분 직전고가 대비 30% 이상씩 하락했다. 시장은 영원히 오르지도, 영원히 내리지도 않는다. 긴 침체 시장이 지나고, 2024년 현재 시장은 하락을 조금씩 멈추고 있다. 투매 물건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거래량도 소폭이지만 2023년 12월을 기점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시장은 2023년 하반기부터 상승장으로 돌아섰다. 매매 시장은 확실한 상승시그널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하락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찾아볼 수 없다.
시장은 언제나 다음 사이클의 기회를 준다. 아무리 잘못 선택한 포지션일지라도 한 사이클 하고 반사이클 만 견디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동으로 수익 포지션으로 바뀐다. 당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변덕스럽게 변하는 시장에 책임을 묻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