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았는데도 귀찮아서 교권보호위원회에 회부하는 게 싫다고 한다. 하나둘 권리를 포기하면 아이들이 교사를 만만하게 보고 계속 침해를 한다. 내가 귀찮더라도 사건 경위 진술서를 쓰면 아이들도 진술서를 쓰고 집에 부모님에게 연락도 가고 집에 가서 나무람을 듣기도 한다. 그리고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면 부모와 아이들이 출석도 하면서 번거롭게 하는 거다. 실제 벌을 주는 게 목적은 아니다.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돌아보고 부모님들도 자녀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교사들은 그 과정에서 상처 받고 싶지 않아서 그냥 덮고 가려고 한다. 그러면 그 아이들은 여전히 교사에게 함부로 하거나 교실의 다른 친구들의 수업권을 침해한다. 그래서 내가 좀 귀찮아도 문제를 제기하면 확실히 다른 수업시간에도 덜 나댄다. 그리고 교사들에게 마구 덤비지는 않는다. 덕분에 선량한 아이들이 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가 있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다. 평소에도 모든 교사들에게 요주의 인물이었던 학생 두 명이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고 5분 후 들어오더니 한 명이 자리에 앉자마자 '이 시 팔 년아'라고 소리를 지른다. 옆에 있는 친구가 자기에게 지우개를 던져서 그렇다고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다)그러나 교사로서는 황당한 일이다. 조용한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큰 소리로. 그것도 교실 앞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서 앉자마자. 그리고 그 교실에 여자는 나밖에 없었다. 프린트물을 나눠주느라 목소리만 들었다. 누군지 짐작은 가지만 정확히는 모른다.
'누가 욕했니?' 반응이 없다.
'누가 욕했냐? 복도에 나가 있어.'
일단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시키고 복도에서 가르치려고 했다. 교실에서 뭐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를 주기 싫어서. 그러나 반응이 없다.
프린트물을 다 나눠주고는 소리가 난 방향을 보고
'누가 욕했니?'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치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가
'아, 왜 나 쳐다보고 얘기하냐?'
'그쪽에서 소리가 나서 보는 거다. 나는 이쪽도 보고 그쪽도 본다.'
'내가 안 했는데 왜 나보고 얘기하냐?'
'소리가 나서 봤다고 하지 않냐? 그럼 어디를 보고 얘기하냐?'
'왜 나를 쳐다보냐?'
자. 이런 경우 자기가 안 했는데 왜 굳이 그 상황에 껴 들어서 분란을 일으킬까. 이런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아이가 욕을 한 게 아닐까 의심이 잔뜩 가긴 한다. 지금 누가 욕을 했는지 모르니까 교사는 물어봤을 뿐인데 이런 상황이 전개되는 건 분명 이상한 상황이다. 그리고 교사가 쳐다본 것은 곧 나를 의심하는 거다라는 생각으로 교사에게 계속 시비를 거는 것은 정당한가. 길을 가다가 누군가를 쳐다보면 '왜 날 봐?' 라고 하면서 시비를 거는 것과 뭐가 다른가.순간 의심이 들긴 했다. 그 학생이 화를 내니까. 그러나 증거가 없으니까 그냥 그쪽에서 소리나서 본 거라고 했다. 정말 욕을 한 애는 정작 가만히 숨어 있다. ' 그래 나대신 불똥이 다른 데로 튀니까 좋다. 어쨌든 우리는 이 수업을 한번 망쳐 보자.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게 우리의 사악한 목적 아니겠니?'이런 꿍꿍이를 숨기고.
하여튼 교실에서 교사에게 대드는 영웅의식을 가진 그 아이는 물러서지 않고 계속 '왜 쳐다보냐'라고 하며 교사를 괴롭힌다. 더이상 끝나지 않는 실갱이를 계속 할 수가 없어서 교무실로 가자고 하면서 학년실로 갔다. 거기서 학년부장샘은 매우 졸리고 귀찮은 듯 우리를 쳐다봤다.
자초지종을 듣고 '야, 니네가 평소에 잘못 하니까 선생님이 그러시는 거라'는 투로 말했다. 평소에 아이들은 자신이 뭘 잘못 하고 있는지를 모른다. 나 역시 지난 일들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다. 오늘 일만 가지고 얘기하고 싶다. 아이들도 지난 것까지 덮어 씌우는 건 싫어한다. 그러면 교육도 안 된다. 지금, 오늘 일만 가지고 가르쳐도 못 알아 들을 애들이다. 학년부장샘한테 지도를 받고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나 한참 뒤에 와서는 전혀 잘못을 1도 인식하지 않고 눈으로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짝다리를 흔들면서 마지못해 서 있다가 갔다. 죄송하다는 말을 못 들었다. 그냥 돌려보내고 나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교감샘께 얘기했더니 수업시간 중 욕설을 한 건 수업방해 및 교권침해라고 했다. 그래서 회부했다.
여자교사든 남자교사든 늦게 들어와서 수업시간 중 욕설을 한 건 수업방해이다. 그리고 그런 욕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왜 나를 쳐다보냐'라고 하며 지도를 방해한 것도 수업방해이자 교권침해이다.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도중에 '이 시 팔 년아'라는 욕설을 친구에게 했다고는 하지만 이건 다분히 이중성을 띄고 있다. 그 학생은 비열하게 교사에게 욕 하고 싶은 것을 옆에 있는 친구를 쳐다보며 했을 뿐이다. 교내봉사로 끝나고 말았지만 벌의 경중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잘못된 사실임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결과를 받아들였다. 이후 두 아이는 확실히 수업시간에 난동을 덜 했고 다른 시간에도 덜 나댐으로써 모든 교사들이 평화롭게 수업을 할 수 있었다. 그냥 훈계하고 넘어갔다면 제2, 제3의 테러를 계속 당해야 하는 게 교사들이다. 그래서 귀찮아도 잘못된 건 정확하게 짚고 가야 전체의 물이 오염되지 않고 악귀들의 천국이 되지 않고 선량한 물고기들이 깨끗한 물에서 놀 수 있다. 기형 물고기가 판 치는 세상이 되지 않기 위해 귀찮음을 경계해야 한다. 그것이 마지막 자존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