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참 좋으신 분이다. 대부분 '시'자가 들어가면 뭔가 불편하고 거부감이 든다. 옛날에 시어머니들이 너무 갑질을 많이 했던 모양이다. 아마도 대부분은 좋은 분이었으리라. 전설로 전해지는 몇몇 사람들이 악행을 행한 건 아닌가. 나는 다행히도 두 시어머니들이 모두 좋았던 기억만 있어서 요런 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인복은 있는 걸로. 나의 부모들도 맏딸이라고 대접을 해줬고. 요즘 감기에 자주 걸린다고 하니까 시어머니가 목에 좋은 무슨 청을 보낸다고 했는데 아직 도착을 안 해서 보지는 못 했다.
가끔 고구마를 보내주신다. 가락시장 근처에 사시다 보니 한 번씩 보내주신다. 너무 맛있게 며칠간 먹다가 윗부분이 없어지자 아래층이 드러났다. 맨 아래칸에 있는 녀석들은 이미 곰팡이를 올리다 못해 짓물러 있다. 그리고 서서히 그 주변까지도 곰팡이를 묻히고 있다. 비닐장갑을 끼고 짓무른 애들을 들어냈다. 제일 밑 칸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썩고 있는 건 고구마만 그런 건 아니다. 우리들 틈에서도 몰래몰래 썩어가는 것들이 많다. 야금야금 썩고 있는 것을 내버려 두면 온통 그들의 세상이 되고 만다.
화초를 기를 때도 썩고 벌레 낀 나뭇잎들을 똑똑 따 낸다. 시들고 마른 꽃들도 싹싹 제거한다. 예쁜 꽃들만 화사하게 웃고 있을 때 건강하고 싱싱해 보인다. 어떤 이는 자연스럽게 그냥 방치해 둔다고 하는데 예뻐 보이지 않는다. 조금도 용납하지 않는다. 싱싱하지 않는 것들은 다 제거한다. 그래서 화초들은 대부분 잘 자란다. 어떤 이는 환기를 잘 안 시켜서 화초 전체가 흰 가루병에 감염되어 다 버려야 했다는 이도 있다.
그런데 사람은 그렇게 똑똑 따내지 못한다. 갉아먹는 애들이 있어도 무조건 자르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주변까지 싹 오염시킨다. 한두 명이 교실을 개판 만든다. 이것이 사람과 고구마, 화초가 다른 이유이다. 썩은 것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 썩은 것을 분리하긴 한다. 감옥으로 보낸다. 극단적으로. 곰팡이를 멀리하면서 살아가야 하니 사람들이 전원주택으로 자꾸 들어가는 것 아닐까.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 인간은 무섭다. 이런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