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나랑 살다가 대구로 내려갔던 엄마가 치과 치료를 받으려고 왔다. 윗니 임플란트는 심을 박은 지 4개월 뒤에 머리를 넣어야 한단다. 그런데 우리 집에 오면 머리가 더 아픈 것 같다. 긴장해서 그런 건지 환경이 달라서 불안해서 그런 건지 어리광을 부리는 건지 모르겠다. 노인들은 아프다고 해야 자식들이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건강하다고 하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아프다고 하면 신경 쓰인다. MRI까지 찍어봤지만 머리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최근 나도 감기에 걸린 뒤 한 달 이상 머리가 어지러웠다. 병원에 가면 우리 몸에 물이 흐르는데 기력이 쇠하면 물이 잘 돌지 못하고 정체하면서 귀 근처에 물이 출렁거려서 어지러운 것이라고 했다. 일명 '메니에르병'이라고 했다. 어지럼증에는 '이석증'도 있다. 이석증은 이비인후과에서 따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나는 메니에르 약을 먹으면 시간이 걸려도 나았다. 이번에는 정말 오래 어지러웠다. 결국 이것 때문에 퇴직까지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지러우면 사람이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다. 엄마도 노쇠해져서 그런 건데 항상 자신이 건강할 때만 기억하는 것 같다. 항상 젊은 게 아닌데. 몸의 반응을 일정 부분 받아들여야 하는데 어디가 조금 아프면 큰일이라도 난 걸로 생각한다. 평생을 사용한 몸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지금 머리가 아프면 신경안정제를 드신다. 그것밖에 약이 없단다. 대구에서는 그 약을 먹으면 개운해진단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는 왜 계속 아플까? 지난번 머리가 아파서 밥을 못 먹는다고 해서 모시고 왔다.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내가 계속 돌봐줄 수는 없는데. 아픈 것도 하나의 무기이다. 상대방을 얽어매어 두는. 아픈 사람과 같이 있으면 기가 빨린다는 말도 있다. 나까지 처진다. 오로지 그 환자에게만 신경을 쓰며 살아야 한다. 자꾸만 내 등에 업히려는 엄마가 부담스럽다. 그냥 크게 쓰러지지 않는 이상은 견디면 좋겠다. 아파도 좀 괜찮다고 했으면 좋겠다.
나가서 산책하고 와서 샤워하고 밥 드시라고 했더니 머리가 아프다고 하며 나를 쳐다본다.
'대구에서는 약 먹으면 안 아프잖아'
이러고 방문을 닫았다.그런데 금방 나갈 채비를 하고 나선다
'아픈 데 왜 나가?'
'바람 쐬고 오면 좀 나을까 해서.'
봐. 그냥 어지럽다는 건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