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2 시모음

그녀의 양말

by 신기루

결혼은 했지만 법적으로는 사실혼이다. 그의 부모님과 형과 형수를 처음 만나러 갔던 날이다. 첫 만남이라 어색한 식사를 했다. 형수는 새침데기라고 그가 항상 말했다. 그러나 좋은 사람이라고. 주지도 받지도 않는다고.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해야지 그게 뭐지?라는 생각을 하며 갔다. 식사가 끝나고 형이 카페로 옮겨서 형제들끼리 담소를 나누고 싶어 했다. 우리도 시간 내어 먼길 갔으니 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식당 문을 나서자마자 형수는 급하게 서두른다. 상갓집에 가야 하는데 양말을 안 신고 왔다고. 오늘 저녁에 꼭 가야 한다고. 차를 마시고 가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녀에게 우리는 중요한 사람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첫만남에서 해야 할 행동은 아닌 것 같다. 정말 가야 하면 우리에게 양해를구할수도 있지 않을까. 첫만남에서 많은 걸 보여준 그녀는 결국 어머니 양말을 벗겨서 신고 남편과 함께 총총히 사라졌다. 그날 이후 남편은 자기 형수를 더이상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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