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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by 신기루

매년 새날의 기분을 두 번씩 맛 본다. 신정. 새해 1월 1일에 한번 새해를 맞고 음력 1월에 진짜 새해라며 다시 한번 새날을 맛본다. 나쁘지 않다. 관습적으로 차례를 지내는 오늘이 새해, 첫날이 맞다. 새해 꼭두부터 닭울음 소리에 깼다. 저 닭은 한 시간 동안 울어댄다. 꼭꼬오-----------아무리 울어도 옆에서 자고 있는 서른한 살 남자는 일어나지 못 한다. 거실에 누운 내가 매일 한 시간 동안 고문을 당한다. 엄청난 소음에도 일어나지 못 하는 아들이 어찌 고등학교때 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한 건지. 대학, 그것도 소위 명문대학에 가려고 척추측만증까지 오면서 공부란 걸 했다. 학교때 자는 모습을 봤더니 반듯하게 엎드려서 얼굴만 획 돌리고 자는 거다. '인터넷에서 봤더니 그렇게 자면 얼굴비대칭된다고 하더라'고 말했으나 고집불통 아들은 그 자세를 고집했다. 고등학교에 갔더니 친구가 얼굴이 삐뚤어진 걸 발견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많이 심하지는 않았다. 본인도 괜찮다고 하면서 그냥저냥 다니다가 대학교 가서는 완연하게 비대칭 얼굴이 보기가 좀 흉하다 싶게 변했다. 그러나 너무 큰 수술이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고 해서 돈 없다는 핑계로 수술을 지연시켰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외모지상주의인 이 시대에. 고등학교 때도 피부과를 다니며 여드름 자국을 없애보겠노라고 그렇게 열심히 다녔는데 오히려 더 심하게 짜서 흉터만 불거졌다. 그렇게 외모에 집착하는 세대인 탓에 결국 1년 전 수술을 했고 다행히도 훌륭한 의사 선생님 덕분에 대칭이 되었다. 대수술은 종합병원에서 해야 한다. 혹시 응급 시에도 처치가 가능하니까. 턱뼈를 안정적으로 고정하던 철심도 수술 후 1년 뒤 제거했다. 아직도 잠 자는 자세가 반듯하지는 않은 편이다. 머리를 베개에 대고 반듯하게 자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사실은 우리 아들을 낳았을 때 얼굴이 자꾸만 삐끗 돌아가게 누워서 자는 거다. 태어나자마자. 자꾸 얼굴을 반듯하게 돌렸다. 태중에 너무 커서 3,7킬로였으니. 형은 3.3이 채 안 되었는데. 둘째는 휴직을 하고 집에 있는 동안 편하게 자랐나 보다. 그러나 어렸을 적에는 전혀 이상이 없고 대칭이었다. 그런데 엎어져서 자서 그러냐고 했더니 의사 선생님은 그건 또 아니라고 한다. 이유가 뭘까? 우리 남편 아들은 입이 조금 나오고 턱이 약간 틀어졌는데도 수술을 했다. 얘도 어렸을 때는 대칭이었다고 한다. 입이 나온 건 집안 내력인 것 같았다. 남편도 입이 조금 나와서 식복이 아주 두텁게 있어 보이고 많이 먹기도 한다. 옛날 사람들은 그냥 살았다. 삐뚤어지거나 말거나. 의술도 형편 없었고 먹고 살기도 바빴고. 요즘은 가능한 예쁘게 다듬고 고치고 해야 하는 시대인가 보다.

전에 시골 할머니집 앞마당에서 닭들이 모이를 먹느라 새벽 일찍부터 회를 치고 꼬꼬댁을 외치던 소리를 듣던 그때는 지나갔고 디지털 닭이 울어대는 2023년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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