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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Mar 12. 2023

간병, 사랑의 족쇄

감독  벤틀라 뇔레

배우  다그마 만첼, 롤프 라스가드

  

 아내는 다발성 경화증으로 팔과 다리를 잘 못 쓴다. 휠체어에 앉아서 집게로  접시를 내리고 집게를 사용해서 우편물을 끄집어낸다. 보조지팡이를 사용하지만 자주 넘어진다. 간병인을 두거나 집안살림을 도와주는 도우미를 두려고 해도 거부한다.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것도 거부한다.  남편이 옆에서 도와주기를 바란다. 남편은 얼마 전 교수생활에서 은퇴를 했다. 이제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해야 하는데 간병으로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

 은퇴를 하면 드디어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될 줄 알았던 아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남편의 말에 펄쩍 뛴다. 공부를 하게 되면 다시 바빠질 테고 혼자 있게 될 테니. 남편이 새로운 학교에 등록을 취소하고 왔다고 하니 드디어 같이 있게 되었다고 아내는 좋아한다. 과연 남편도 좋을까?

 인간은 사랑을 주기도 하지만 받으면서 살아야 한다. 주기만 하는 삶은 금방 에너지가 없어진다. 남편도 은퇴 후 어딘가 몸이 안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가슴에 통증을 느끼는 남편. 이러다가 남편이 먼저 쓰러지는 게 아닐까.

  둘 다 아픈 노인들이 현실이다. 내 몸도 아픈데 누굴 간호하냐 싶은데 결국 좀 덜 아픈 배우자가 간호를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내는 자기 옆에서 항상 간호해 줄 줄 알았던 남편이 심장마비 초기 증상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안해진다. 이제 남편은 자신을 돌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말과  아내를 요양원에 보내야 한다는 조언을 듣는다.

 아내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으려 하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거나 밖으로 나가지 않고 오로지 집에만 있다. 남편은 집에 있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고 친구에게 말한다.그리고 아내에게 더는 못 하겠다고 말한다. 이제 막 집안도우미도 고용했는데. 남편이 도우미 고용하라고 책을 줬을 때 그녀는 종이를 찢어서 학을 접었다. 거부의사. 좀더 간병하는 남편의 입장을 미리 고려했더라면 이 지경까지 왔을까 싶지만. 이제 항상 곁에 있겠다던 남편, 있어줄 것이라 믿었던 남편이 떠난다고 다. 다음날 남편은 호텔의 야경을 보면서 비로소 자유로움 속에 눈을 감는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다시 병실에 있는 아내.

- 당신이 집을 나간 날, 날 떠난 거야.

-난 집에만 있을 순 없어.

- 이제  떠나, 나도 더이상은 힘들어


 여자는 요양원에 남고 남편은 집으로 간다.

아내는 홀로 요양원에서 생활한다. 그녀는 햇빛도 쬐고 산책도 하면서 잘 지낸다. 오히려 남자는 홀로 노을진 강변을 거닐며 쓸쓸해한다.


 남편이 매일 출퇴근을 했을 때는 유지가 되던 관계였는데 오롯이 내 옆에서 간병만 하라고 하니까 바로 틈이 벌어졌다. 전적인 보살핌은 좋은 것이 아니다. 숨 쉴 구멍을 줘야 사람은 산다. 환자는 병원이나 요양시설 혹은 간병인과 함께 있어야 한다. 가족이 간병까지 하면 너무 고달프지 않나. 그들에게도 그들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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