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 유물을 보러 간 김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상설 전시 중인 고려 청자와 조선 백자실에 들렀다. 예전에는 박물관에 가는 걸 싫어했다. 우리 눈에는 너무 익숙한 청자와 백자를 봐도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그림에 관심을 갖고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들이 달리 보였다. 도자기에 그림 그리는 것은 종이에 그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긁고 파고 색칠하고 굽고, 여러 단계를 거쳐서 완성된다. 흙으로 빚어 그 위에 새, 구름, 꽃, 용, 사람을 그린 뒤 완성된 도자기 위에서 푸른빛과 함께 더욱 선명해진다. 그 깨끗한 도자기 위에 새겨진 그림들을 보며 그들의 수고와 예술성이 느껴졌다.
청자상감매화ㆍ대나무ㆍ학무늬 매병 고려12~13세기
그림 하나하나 쳐다보고 사진도 찍느라 꽤나 시간을 쏟았다. 연꽃, 매화, 버드나무, 물고기 등 오늘날 화가들이 그린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보는 눈은 비슷하고 느끼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1400년경 작품을 보면서 600년 전 사람들의 숨결과 땀방울에 묘한 희열감이 들었다. 그가 만지고 쓸고 다듬었던 그 작품이 온전히 남아서 후대의 사람들이 감탄을 연발하고 있으니 그가 기울인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에 감격했다.
"여기, 살아있어요. 당신이 남긴 존재가."
이곳에서 빛을 받으며 영롱함을 자랑하고 있다고 속삭여 주었다.
작품을 매개로 그들과 호흡하는 곳이 박물관이란 걸 이제야 알게 됐다. 어릴 적 박물관이 재밌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은 대체 어찌 지금 깨달은 것을 그때 알고 한 이야기일까 그런 생각이 든다. 오밀조밀 공예품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든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백자항아리,조선 15~16세기
분청사기 철화 연꽃 무늬병(조선15~16세기)
달을 닮아 달항아리
그리고 다음 날, 리움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조선시대 백자를 보러 갔다.
아니쉬카푸어. 큰나무와 눈(스테인레스 스틸), 리움미술관
입구에 있는 작품 구경도 하면서 들어갔다. 전시장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제 실컷 본 도자기들이라서 익숙했다.여기도 예쁜 아이(?)들이 많이 있었다.
백자청화 홍치명 송죽문 호(조선1489년)
백자청화 보상화당초문 호(조선 16세기)
고미술 전시실에서는 석탑도 봤고 김홍도 그림도 봤다.
금동대탑, 고려(10~11세기)
군선도, 김홍도(1776년)
나오면서 계단에 설치된 설치미술도 보고 빛이 잘 반사되게 만든 계단으로 내려오는 동안 행복했다.